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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구잠수기수협 | 친환경 어법으로 미래 캔다

역경 돌파 위해 ‘도전’

  • 기사입력 2025.06.17 08:17
  • 기자명 박종면 기자
제1,2구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 본소
제1,2구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 본소

[현대해양] 해양 생태계 보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획 강도가 낮고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잠수기 어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잠수기 어업은 해녀의 나잠어업과 달리, 공기압축기에서 공급받는 산소를 기반으로 수중에서 작업하는 전문 잠수어업이다. 개조개, 키조개, 해삼, 멍게 등 고부가가치 해산물을 주로 채취하며, 한 조가 1명의 잠수부와 2명의 보조 인력으로 구성돼 수심 30~40m의 바다 밑에서 조업을 벌인다.

잠수기(潛水器)어업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어법으로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선 이 고위험 직종은 지속 가능한 어업 모델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남획을 막고 해양 생태계 보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 어업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전통과 미래를 잇는 중심

대한민국에는 잠수기 어업을 기반으로 한 수협이 단 두 곳뿐이며, 그중 하나가 바로 제1·2구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이다. 1,2구잠수기수협은 부산, 울산, 경남, 경북, 강원 등 동해·남해권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조합원은 총 130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거제 34명, 마산·진해 25명, 통영 20명, 삼천포 27명, 남해 13명, 경북 6명, 강원 5명 등으로 귀한 직업군이다.

부산 자갈치시장 중심에 자리한 본소를 비롯해 통영·거제·마산 지소 등 4개의 위판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 본소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는 전국 최대의 패류 위판장으로, 도심형 수산물 유통의 상징이기도 하다.

부산 자갈치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관광 도심형 부산 위판장은 잠수기수협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경매 시각은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새벽 4시 30분. 선도 유지가 매우 중요한 만큼 타 수협의 활·선어 경매 시각보다 빠르다. 경매가 끝난 위판장은 지정 중도매인들이 운영하는 수산물 직판장으로 변한다.

1,2구잠수기수협 경매 장면
1,2구잠수기수협 경매 장면
1,2구잠수기수협 수산물 판매장
1,2구잠수기수협 수산물 판매장

위판장이 판매장으로 변신

1962년 경남 통영에서 창립된 제1·2구잠수기수협은 이듬해 부산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지금의 본소 건물은 김정길 전임 조합장이 2010년 일본 누마즈 어시장에 견학 가서 도심형 관광위판장을 보고 관광명소 영도대교와 자갈치시장을 연결하는 최적의 입지에 새로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전국 최대 규모의 패류 위판장이 현재의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위판장 건물은 총사업비 39억 6,000만 원(국비 8억, 시비 6억 포함)을 들여 부산시 중구 남포동 4가에 들어섰다. 이 건물은 4층 규모로 A, B, C동 3개 동으로 구성됐다. 대지면적 1,400.9㎡(423.7평)에 건축면적 2,557.96㎡(766.4평)이다.

잠수기어업은 친환경적인 어업이면서 위험직종이다. 파트너 사이의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잠수기어업의 전승(傳承)을 위해 어업인들에게 가해지는 규제 완화가 절실한 편이다.

100년의 역사,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다

제1·2구잠수기수협은 2년 전 오랜 작업 끝에 잠수기 어업의 100년 역사를 담은 《잠수기어업 100년사》를 발간하며 조합의 정체성과 유산을 기록으로 남겼다.

지난 2023년 초선으로 취임한 김명석 조합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현대화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조합의 전환점을 이끌고 있다. 김 조합장은 ‘젊은 세대 유입, 어촌 활력 회복, 안전한 조업환경 조성’을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현실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조합간 위판 유치 경쟁, 불경기, 경영환경 악화에 무허가 잠수기 어업의 불법 조업 등이 급증하면서 자원 고갈과 합법 어업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고, 잠수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고령화 속에 신규 인력 유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1·2구잠수기수협은 거제 장목항에 ‘잠수부 양성센터’와 ‘잠수기어업 존(ZONE)’ 설치를 통해 전문 인재 육성과 안전한 어업 전승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관련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안타까움을 남기기도 했다. 조합이 걸어온 지난 100년은 단지 생업이 아니라 한 세대의 문화이자 유산이기 때문이다.

금융과 경영, 도전을 넘어 혁신으로

조합의 경영이념은 조합원 중심 경영과 협동 체계의 조화로운 발전에 있다. 주요 방침은 △경영 정상화를 통한 협동운동 실천 △어업인 자립경제 실현 △고객과 함께하는 해양수산 금융 △책임경영을 통한 신(新)수협 창조 등이다.

2024년 경제사업 실적은 수산물 위판액 109억 원이며, 올해는 29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웃 수협 위판장과의 경쟁, 수산자원 감소, 그리고 수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 속에 위판 실적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다.

금융 부문 역시 고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안정성으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상호금융은 조합원에게 예금·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 기반이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의 고금리 환경은 대출 수요 감소와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김명석 조합장(가운데)과 상호금융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명석 조합장(가운데)과 상호금융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재무 건전성 유지’ 위해 노력

제1·2구잠수기수협은 본소, 동래, 주전, 주례 등 4개의 금융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점포는 모두 부산에 위치해 있다. 올해 상호금융은 연체율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명석 제1·2구잠수기수협 조합장은 “연말까지 연체율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각 지점이 목표 달성에 매진 중”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조합은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경쟁력 있는 예금 상품 개발, 맞춤형 금융 서비스 강화를 통해 상호금융 부문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제1·2구잠수기수협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응전하고 있다. △상호금융 혁신 △어업인 역량 강화 △지속 가능한 어업 실현 등이 그것이다. 재무건전성 유지는 안정적 수익 구조와 비용 효율화, 상호금융 혁신은 상품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회복, 어업인 역량 강화는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확대를, 지속 가능한 어업 실현은 친환경 어법과 생태계 보호를 각각 표방한다.

김명석 조합장이 수협 경영 개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석 조합장이 수협 경영 개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협동조합 정체성 지켜갈 것”

100년의 전통 어업을 자랑하는 제1·2구잠수기수협은 여전히 바다에서 새로운 미래를 건져올리고 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시작된 조용한 항해는, 이제 지속 가능한 어업과 지역의 미래를 향한 힘찬 물결이 되고 있다.

김 조합장은 “협동조합의 근본은 참여와 소통에 있다”며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조합원과 함께 고락을 나누며,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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