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역사상 처음으로 수산 분야 연구자 출신 원장이 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원장에 취임한 조정희 전 부원장이다.
2001년 KMI에 입사한 이래 해양수산 현장과 정책연구의 최전선에서 함께한 조 원장에겐 KMI가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젊음과 열정을 불사른 터전이라 할 것이다. 특히 원장 취임 전 경영 부원장을 맡는 기간 중 2년 연속 경영 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을 잘 아는 만큼 조 원장은 취임하고 이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그가 잘 아는 수산 연구의 경우, 부서를 축소하며 융합연구를 강조했다. 또 글로벌전략연구본부를 신설해 국가적 경제안보 리스크 대응력을 제고하는 한편,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북극항로 활성화를 연구·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 원장은 “KMI가 해양수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하고, 정책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청색경제 혁신 선도하는 글로벌 정책연구 허브’라는 경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청색경제(Blue Economy)는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해양 자원을 보호하면서도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어 조 원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KMI가 변화를 이끄는 선도기관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변화를 이끌 조정희 원장을 <현대해양>이 만났다.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난 5월 12일 대내외 연구 및 경영환경 변화에 부응하여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부원장 일원화, 부서 축소(11개→8개) 등 조직과 기능의 융합, 업무 조정 등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및 정책고객 대응력 제고에 방점을 두고 개편했습니다.
이번에 글로벌전략연구본부를 신설, 국가적 경제안보 리스크 대응력을 제고하고, 산하 극지전략연구실에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북극항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연구·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전략기획실을 통해 해양수산 현안 대응 및 미래 전략 제시 역량을 높이고자 합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해운물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공급망연구실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융복합 연구를 통한 학제 간 협력을 활성화하고자 한중 잠정조치수역, 식량, 항만안보, 국제분쟁, 통상전쟁 등 국가 경제안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안보전략연구실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임기 3년간의 기관 운영 방향은?
KMI는 연구기관을 넘어, 변화를 이끄는 선도기관이 되고자 합니다. 향후 3년간 KMI가 해양수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하고, 정책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청색경제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정책연구 허브’라는 경영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S·T·A·R 전략을 기반으로 KMI의 구조적 도약을 추진하겠습니다.
Smart: 과학기술 기반의 정책 연구를 통해 AI·빅데이터 중심의 미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청색경제를 설계하겠습니다.
Tailored: 해양수산 현장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민생 회복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현안현장 중심의 연구를 강화하겠습니다.
Alliance: 해양, 수산, 물류, 안보 등 다양한 분야 간 융복합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기구 및 글로벌 석학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겠습니다.
Reliability: 신뢰와 참여 기반의 개방적 연구공동체를 조성해 구성원 모두가 자율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수산 분야 주요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어선 안전사고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무역환경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극단적 기상현상에 따른 어선 안전사고가 증가해 어업인의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4년 해양사고 통계에 따르면 해양사고는 총 3,255건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그중 어선 사고가 66.2%(2,175건)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2인 이하 소규모 어선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기존 어선안전시스템을 재검토하고, 기상 악화 시 조업 중단에 따른 소득 보전방안 마련 및 보험지원 확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 정책 변화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산물 무역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25%의 대(對)한국 ‘상호 관세’와 품목별 관세 감면 문제 논의에 관한 미국 측의 요구가 구체화 되고 있으며, 수산 분야 환경 및 노동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산물 수출업체 및 관련 업종의 생산비 증가가 예상됩니다.
이러한 국제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비용 증가와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나,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참치, 김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강화된 환경·노동 기준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국내 수산물 생산·유통 과정의 투명성 강화 및 이력추적제 고도화, 규제 변화에 따른 수산업 영향 평가 및 취약 분야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해운·항만 분야 주요 현안은 무엇인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해운물류 분야는 새로운 형태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 정책,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개정안과 ‘SHIPS for America Act’의 재상정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신호로 해석되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소비자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유발하여,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및 원자재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대규모 신조선 인도로 인한 공급과잉 현상과 컨테이너선 시장의 수요 위축이 맞물려 운임 하락 압력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4월 개최된 IMO 제83차 MEPC 회의에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기술적·경제적 조치가 결합된 중기 조치가 승인됐으며, 올해 2월에는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 구조가 기존 3대 체제(Ocean, THE, 2M)에서 MSC, 제미나이, 프리미어, Ocean으로 구성된 ‘3+1’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그리고 항만분야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양극화 해소 및 국가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항만은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되었고, 전 세계 항만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진해신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항만을 개발하고, 탄소중립항만 실현을 위한 사업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재작년에 처음 시도한 세계어촌대회는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 계획인가?
세계어촌대회는 전 세계 어촌이 마주한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과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지난 2023년 부산에서 최초로 열렸습니다. 세계어촌대회는 각기 다른 문화와 공동체성을 갖는 어촌을 매개로 작년 제주에 이어 올해 11월에는 해양수산부와 KMI가 공동주최하는 ‘세 번째 항해’(하나의 바다, 하나의 어촌: 지역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잇는 어촌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세계어촌대회 개최를 통해 KMI는 ‘지속 가능한 어촌 발전 7대 비전’을 제시했고, 전 세계 참여국과 어업공동체가 함께하는 이행 노력과 연대와 협력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세계어촌대회는 세 가지 방향에서 더욱 발전해 나갈 예정입니다.
첫째, “하나의 바다, 하나의 어촌”이라는 포용과 연대·협력의 가치를 더 확산시켜 나갈 것입니다. 바다 국경을 넘어 하나로 연대하는 세계 어촌의 협력 정신을 담은 것으로, 기후 위기, 인구 감소, 스마트 기술 전환, 청년과 여성 등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해 국가·지역 상호 간에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 것입니다.
둘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와 연계하여 국제기구와 다양한 국내외 유관기관, 공동체가 함께 세계어촌대회를 이끄는 개방형 글로컬 어촌 플랫폼을 실현할 것입니다. 특히, 국제기구(FAO, UN ESCAP, World Bank) 등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도전과제를 의제화하고, 각국에서 추진 중인 어촌 발전을 위한 이행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는 글로벌 협력체계를 강화하겠습니다.
셋째, 어촌을 매개로 한 비정치적 외교 무대로 도약할 것입니다. 보다 폭넓은 국제사회의 참여와 논의의 장을 만들며,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PNA), 아시아 등 국내외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준비해 글로벌 어촌 플랫폼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