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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모래 채취제도 이렇게 바꿔보자

  • 기사입력 2025.06.11 09:09
  • 기자명 여정원 해양환경공단 미래전략추진단 팀장
여정원해양환경공단 미래전략추진단 팀장
여정원해양환경공단 미래전략추진단 팀장

[현대해양]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라는 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부르며 모래놀이를 하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놀이터의 모랫바닥이나 해변에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을 거닐 때면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모래는 우리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해양생물에게는 서식, 산란 등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한편으로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재해를 막아주는 천연방파제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간과 해양생태계에 꼭 필요한 바닷모래가 점점 감소되고 있다. 바로 위의 가사에 나오는 ‘새 집’을 짓는데 바닷모래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모래 채취현황

바닷모래 채취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부하게 공급되던 하천모래는 댐과 수중보의 건설로 퇴적량이 감소된 반면에 대규모 신도시 조성사업 등의 건설경기 붐으로 모래 수요량이 증가하면서 바닷모래 채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84년에 옹진군 관할해역을 시작으로 1990년대부터는 태안군, 신안군 등 다른 연안지역으로 확산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신항만 건설 등을 목적으로 서·남해 배타적 경제수역(이하 ‘EEZ’라 함)으로 확대되었다.

지난 40여 년간(1984년~2024년) 채취된 바닷모래의 양은 약 6억 7900만㎥으로 추정된다. 다만 1980년대에는 채취량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통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1992년부터 채취된 양은 약 6억 6,100㎥이다. 그 규모는 서울 남산의 13배(약 5,000만㎥),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서울 롯데타워(약 200만㎥)의 33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된 골재자원조사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우리 바다에서 개발 가능한 바닷모래의 부존량은 약 158억 2,500만㎥으로서, 현재까지 채취된 바닷모래는 부존량의 약 4.2%에 달한다.


바닷모래 채취제도의 변천사

바닷모래 채취제도는 지난 40여 년간 두 차례의 사회적 갈등을 계기로 크게 개선되었다.

첫 번째는 2004년에 있었던 옹진군의 바닷모래 채취 중단사태를 계기로 발표된 「골재수급안정 종합대책(국무조정실, 2004년)」을 통해서다. 당시 건설경기의 호황으로 바닷모래 채취량은 지속적으로 증가되었고, 어장 훼손, 해안선 유실 등을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를 전면 중단하자는 어민·환경단체와 바닷모래 채취업자 간의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무조정실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바닷모래 채취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①해양의 환경평가업무를 해양수산부로 일원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②바닷모래 채취해역을 연안에서 EEZ로 확대, ③골재채취단지를 지정하고 단지관리자를 두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2017년에 발생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의 중단사태를 계기로 발표된 「골재수급 안정대책(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2017년)」을 통해서다.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의 경우에는 옹진군의 사례와 같이 어민들과 바닷모래 채취업자 간의 사회적 갈등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단지관리자가 정부 협의조건에 대한 이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하여 허가절차를 중단하였다.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의 중단사태가 장기화되자 국무조정실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강화된 안정대책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대책의 주요내용은 ①총 골재대비 바닷모래의 채취 비중을 5%로 감축, ②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 ③바닷모래 채취 허가신청 시 어업인 동의서 또는 협의서 첨부 의무화, ④퇴적층 두께 등을 고려한 채취깊이 제한, ⑤해양환경공단으로 단지관리자를 변경한다는 것이다.


바닷모래 채취제도 개선방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바닷모래 채취제도는 두 번의 대책을 통해 세계의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정부의 강력한 이행노력으로 바닷모래 채취제도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러나 건설사업, 매립 등 바닷모래의 이용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바닷모래 채취제도가 보다 개선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연안과 EEZ를 아우르는 바닷모래 채취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골재채취법」에서는 골재채취 예정지를 지정하여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경우에 시장·군수·구청장, 골재채취단지를 지정하는 경우에 단지관리자로 지정방식에 따라 관리주체를 달리하고 있다. 각 관리기관은 선박 모니터링시스템 운영, 채취량 검량, 허가관리 등을 위해서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여야 한다. 또한 관리기관별로 허가와 관리기준을 달리하고 있어 해역별 허가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허가기준과 관리체계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해역으로 바닷모래 채취가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관리주체의 일원화 및 바닷모래 채취해역의 개발주체를 정부·공공 주도로 전환하여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차단하고, 민간주도의 사회적 합의절차를 공공주도로 전환함으로써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해소하여야 한다.

둘째, 바닷모래 부존량에 대한 인벤토리 구축이 필요하다. 영국, 벨기에 등 유럽에서는 바닷모래의 전체 부존량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골재자원조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부적인 조사가 이루어져 전 해역을 조사하는데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골재자원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여 무분별한 채취, 저품질 바닷모래 채취 등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바닷모래 대체자원의 개발이 필요하다. 바닷모래는 수억 년에 걸쳐 퇴적된 귀중한 자원이며, 주요 공급원인 육지와의 연결통로는 강하구둑 건설 등으로 차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정부는 바닷모래의 비중을 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골재원의 다변화, 순환골재·슬래그골재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천연골재를 대체할 자원개발이 중요하다.

넷째, 바닷모래 채취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정부와 골재업계의 노력으로 불법행위가 상당부분 저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쌓인 어업인의 불신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사회적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모래 채취와 관련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민을 활용한 불시점검, 감시선 운영 등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바닷모래 채취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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