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2018년)란 그 전신인 TPP가 미국(트럼프 1기 때)의 탈퇴로 일본, 호주, 캐나다, 칠레 등 환태평양 11개국이 결성한 다자 FTA(자유무역협정)이다. 한국, 중국, 대만은 2022년 가입 신청하였으나 한국은 자진 유예, 중국 대만은 회원국 전원 동의 조건에 의해 부결되었으며, 영국은 2024년 추가 가입하여 현재 총가맹국은 12개국이다.
한국이 불참한 사정은 가입 시 농수산업 피해 양산과 불확실한 경제 실익, CPTPP 가맹 대부분 회원국과 FTA 체결되어 일본, 멕시코 2개국만 남은 현실, 사실상 한일 FTA,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경계 분위기 등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2025년 CPTPP 재가입론이 유령처럼 소환되고 있다. 명분은 한국과 EU가 트럼프 관세폭탄 대책으로 미국이 불참한 CPTPP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일부가 한일경제공동체, 신성장모델을 거론하고, 일부 국내외 신구 연구(산업연구원, 피터슨 연구소)의 경제위기 타파, 실용을 위한 선택 주장까지 붙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형상이다. 2022년 당시 농어민이 CPTPP를 거부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없이 늘 그렇듯 보조금 얼마를 던지는 피해 대책 형식으로 일관한다.
한국은 59개국과 FTA 체결한 지 근 20여 년이 지났지만, 농어업 평균소득은 연 1,000만 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 80만 원 가량에 불과한 결과는 어디로 갔나. 말 나온 김에 한 번 더 따져보자, CPTPP에 가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CPTPP, 사실상 한일 FTA
먼저 한국과 EU는 FTA 체결 15년 차다. CPTPP를 통해서 EU와 한 번 더 자유무역협정을 중복하면 도대체 무슨 실익이 더 생긴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일본과는 2004년 한일FTA, 한중일FTA(2012년) 추진이 모두 좌초되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다자 FTA인 한중일+아세안 15개국 RCEP(2022년 발효)로 엮여있다. 일본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 중, EU에게도 FTA 체결이 거부되는 대표적인 기피국이다. 여기에는 거대 무역 국가간 FTA 체결시 자국 산업침해 우려, 특히 일본은 자동차, 철강 등 재래 제조업의 기술적 최강자로서 수십 년간 무역 흑자국인 사정이 뒷받침하고 있다. 2004년 한일 FTA 부결도 비슷한 사유다.
사실상 한일 FTA인 CPTPP 가입의 효력 없음이 거듭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요즈음의 재추진 동력이란 정치군사적이거나 대기업들의 개별적 잇속 챙기기 쪽에 무게추가 실린다. SK의 반도체 배터리 한일합작 추진이 여기에 해당한다. RCEP에서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양허 제외지만, CPTPP는 양허 제외 품목이 거의 없는 사실상 완전한 자유무역환경(반도체는 ITA 협정 관세율 0)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측의 비교우위산업인 이른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의 CPTPP 무관세 양허라면 한일 무역역조는 더 심화되고, 이는 배터리 산업 일부가 성공하는 대가 이상일 것이라는 사실이 감춰져 있다.
방향이 잘못되었다. CPTPP를 추진한다고 대일무역수지 개선, 반트럼프 무역 전선이 구축되는 것도 아니라면 몇몇 대기업의 이해타산에 앞서 전 국가적 피해 양상의 심각성부터 거치는 것이 적절한 수순일 것이다.
2022년 당시 CPTPP 가입 위험은 총괄적 경제실익 미미(0.3% 안팍 성장률)와 무역역조, 다른 한편 농어업 피해 가중 우려 등 총체적인 것이었다. 농어업 피해란, 환태평양국 협정의 성격상 높은 관세양허 수준과 농수산물 수입 급증 우려, 둘째 한일 FTA 추진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 해산물의 유입, 셋째 한일 어업경계 및 독도 시비, 넷째 CPTPP 고유의 어업(유류)보조금 금지 피해 등이 초점이다.
관세양허 수준이란 RCEP(한일 양허율 83%)보다 CPTPP 양허(96%)율이 더 큰 만큼의 산업 피해, 후쿠시마 일본 해산물 위험이란 원전 오염수 방류로 급감한 일본산 해산물의 반전 수입증대와 위생검역의 문제로써, 대만의 CPTPP 가입요건(일본산 해산물 수입 허용) 전례에 따르면 한국도 이를 허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익 없는 CPTPP 가입
‘한일어업경계 갈등’이란 2016년 중단된 신한일어업협정 재개 가능성을 말한다. 당시 한일 중간수역 내에서 조업량, 조업기간, 조업선수 등이 협상되지 않아 어업통제 빌미를 일본 측에 제공한 바 있으며, CPTPP 한일 협상의제로 다시 등장한다면 피심사자격의 한국 측에 불리할 소지가 크다.
어업보조금 논란이란 CPTPP 챕터 20장(환경규약) 16조의 어업보조금 중지 조항을 말한다. IUU(불법어업)는 미국 조항이나 CPTPP는 미국 불참에 관계없이 이 조항이 현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IUU 어업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중소형 어선 유류보조금 금지까지 소환되는 긁어부스럼이 될 수 있다. 잘못 작동 시 한국 수산업을 종말시킬 만큼 위험하다. 종합하자면 실익보다 피해가 더 우려되는 사실상 한일 FTA, CPTPP가 다시 등장할 이유가 도대체 없는데도 재거론되는 실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을 포섭한 일본 측 유리의 더 많은 관세 양허, 원산지 혜택, 세계적인 후쿠시마 오염 해산물 합리화, 한일해상경계 확장, 중간수역 어업 지배능력 확장 등 일본 편 실익의 모든 활로가 설명된다. 즉 주로 일본 측에 이익 귀속되는 속성이라면 CPTPP 재추진론은 일본 또는 일본 편향의 누군가로부터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한국 측 실익이 얼마라도 조성되려면 한국 비교우위 일본 취약 품목 집중, 가령 전기차와 배터리와 반도체 공급망 활성을 위한 일본측 양허(RCEP에서는 자동차 및 부품 양허 제외)라도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의 군국주의적 난폭성, 일제 잔재 보상(위안부)에 대한 극단주의적 원자재 수출금지(2018년)를 이미 경험한 바에 의하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CPTPP 가입 재시도는 불필요하며, 대일관계는 상호주의 원칙, 기존의 낮은 수준 FTA인 RCEP 정도로 충분하다. 트럼프 무역전쟁의 탈출 방향, 시장 개척의 명분이라면 실익없는 일본 방향이 아니라, 그간 전쟁과 신냉전으로 미진한 중국, 러시아 등 북방무역과 인도, 이란, 브라질 등 남방무역, 약탈적 보호무역주의의 미국위험비중 축소, 국제분업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중립무역, 동반성장, 세계무역의 절반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시장 개척, 다극화 전략이 오히려 효과적 방향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