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이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국지적 생태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뚜렷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관측되는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이러한 전 지구적 이상기후의 증좌라 할 수 있다. 최근 동해 연안의 수온 상승 속도는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중대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변화는 우리의 시야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그 심각성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바다숲’이라 불리는 해조류 서식지는 어류의 산란장과 유어기의 성장 공간을 제공하며, 동시에 해양 생태계의 구조적 안정성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이 바다숲이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해양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중요한 점은 바다숲이 지구 온난화 완화를 위한 핵심 전략 자산, 즉 ‘블루카본(Blue Carbon)’의 주요 흡수원이라는 점이다. 해조류, 해초, 염생식물 등 연안 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해저 퇴적물에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데, 이는 육상 식물보다 수십 배 높은 탄소 흡수·고정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바다숲의 보전과 복원은 단순한 생태계 차원을 넘어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러나 최근 수온 상승으로 인해 기존 바다숲 조성사업에 사용되던 해조류 종들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동일한 지역, 동일한 종의 이식에도 생존율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해조류가 수온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실은 기존 복원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최근 학계, 해양연구기관, 실무현장에서는 보다 높은 수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해조류 종을 발굴하고, 이들을 종묘로 활용하는 연구와 실증 실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우리 연안의 토착 해조류 가운데 고온 적응력이 우수한 종을 선별하고, 생리·생태적 특성은 물론 유전체 수준에서의 내열성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 교체가 아닌, 수온 상승이라는 새로운 해양 환경에 적응 가능한 지속 가능한 해양식생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대응이다.
이제 우리는 ‘선제적 준비’라는 관점에서 바다숲을 바라보아야 한다. 해조류 복원은 해양 생태계 회복과 수산자원 보호라는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이중적 가치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인 국가에서는 연안 생태계 기반의 블루카본 전략이 탄소감축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된 현실이며, 바다는 그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우리가 지금 어떤 해양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십 년의 환경, 경제, 식량 안보는 물론, 인류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변화에 과학적 통찰과 정책적 결단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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