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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 93. 을사년 봄맞이 전국 탐조 2

  • 기사입력 2025.05.26 08:41
  • 기자명 淸峰 송영한
파주 신남 습지에서 만난 노랑부리저어새-아침 잠에서 깨나가기 전의 모습
파주 신남 습지에서 만난 노랑부리저어새-아침 잠에서 깨나가기 전의 모습

[현대해양] 삼일절 오후, 철원 한 농부의 안내로 한적한 철원 평야 논밭 사잇길을 걸었다. 그는 두루미 보호 협의체를 이끌며 오랫동안 이곳 농민들과 함께 두루미를 지켜왔다. 철원 두루미는 한탄강에서 불어오는 강 내음, 들판의 흙 내음, 두루미 친구인 농부의 몸 내음을 멀리서도 느낀 단다.

철원의 논은 단지 농부를 위한 농경지가 아니다. 두루미와 기러기 등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삶터이며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그는 철원 농부들이 실천하고 있는 ‘두루미 친환경 유기농법’에 대해 들려주었다. 화학비료·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농작물을 가꿀 수 있는 농법으로, 이 농법을 통해 두루미와 인간이 공존·공생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단다.

한탄강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솔개, 흰꼬리수리, 큰부리까마귀, 독수리 등 맹금류들을 뒤로하고 저녁 시간 우리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임진강 하류, 파주 땅으로 향했다.

큰 물길이 만나는 곳, 파주에서는 어떤 새들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 탐조대는 파주 신남 습지, 김포 호평 습지, 화성 매향 항 평화생태공원 등 한강 하류의 주요 탐조지로 여정을 이어 간다.

이른 아침, 뒷들에서 장끼 한 마리가 “꿩~ 꿩, 꿩~ 꿩!”, 목소리를 높여 울어댄다. 오늘은 어떤 새들을 만날 수 있을까, 높은 기대 속에 신남 습지로 나간다. 아직 북쪽으로 떠나지 않은 노랑부리저어새 20여 마리와 적은 수의 북방검은머리쑥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슬비 내리는 김포 호평 탐조대로 급히 이동했다. 호평 탐조대는 한강 하류와 인접한 지역으로 철마다 찾아오는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지 임에도 먹이 활동 중인 한 무리의 기러기 떼를 만날 수 있었다. 기러기 무리 속에서 한반도에서는 미조(迷鳥, 길 잃은 새)로 분류되는 귀한 ‘캐나다기러기’ 4마리를 발견하고는 대원들이 기뻐했다. ‘캐나다기러기’는 북미 대륙에서는 대도시 공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기러기과의 새이지만 한반도에서는 희귀하고 사람과의 접근 거리가 멀어서 근접 관찰할 수 없다. 필자(송영한)는 지난 알래스카 여행 중에 시애틀과 밴쿠버에서 근접하여 관찰했던 기러기이다.

겨울 철새인 기러기·오리류가 북쪽으로 이미 떠나갔고 도요·물떼새는 아직 도착하지 않아 텅 빈 화성호를 지나, 늦은 오후에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매향 항에 도착했다. 지난 54년간 미 공군사격장(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됐던 부지를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적인 노력으로 2005년에 사격장을 폐쇄하고, 2021년에 평화생태공원으로 단장하여 완성했다. 본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에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문 컨설턴트사의 창의적인 기획력과 설계 능력이 뒷받침되었다고 주민들은 회상했다. 평화생태공원에서 ‘검은머리갈매기,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민물도요, 혹부리오리, 검은머리물떼새, 흰물떼새, 넓적부리’ 등을 추가로 관찰하고 천수만으로 이동하였다.

일본 규슈 이즈미에서 월동하고 순천만을 거쳐서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 7,000여 마리
일본 규슈 이즈미에서 월동하고 순천만을 거쳐서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 7,000여 마리

천수만에서 일본 이즈미 습지에서 월동을 마치고 북쪽으로 이동 중인 흑두루미 7,000여 마리를 만났다. 흑두루미는 날아오를 때 스스로 질서를 지켜 서로가 충돌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비상(飛上)한다. 추수가 끝난 빈 논에서 ‘또르르 또르르’ 이웃과 낙곡이라도 나누는 배려심, 두건을 뒤집어쓴 듯한 어정쩡한 모습에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용맹성을 실천하는 삶의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에게 매주 2톤의 벼를 뿌려주는 흑두루미 보호 활동가 모원장을 만났다. 우리 대원들도 잠시이지만 ‘흑두루미 먹이 나누기 활동’에 동참했다. 흑두루미에게 ‘벼를 넓게 펼쳐서 뿌려야 그들이 성급히 벼를 먹을 때 서로 부딪혀 다치지 않는다’라는 설명에서 흑두루미의 생태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배려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논둑길에 벼를 뿌리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흑두루미들이 기쁨에 겨워 ‘좋다, 얼씨구 좋다’ 덩실덩실 학춤을 춘다. 우리 대원들도 흑두루미를 따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천수만 매립지는 흑두루미와 인간이 하나 되어 ‘배려와 공존’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생명의 환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한마당 학춤을 펼친다.

천수만, 시베리아 産 황새, 2025년 3월 촬영
천수만, 시베리아 産 황새, 2025년 3월 촬영
천수만, 시베리아 産 황새, 2022년 11월 촬영, 위 사진의 황새와 동일한 개체
천수만, 시베리아 産 황새, 2022년 11월 촬영, 위 사진의 황새와 동일한 개체

서산버드랜드에서 황오리, 노랑부리저어새, 황새를 추가로 관찰하였다. 위 두 황새 사진은 동일한 수컷 황새로, 필자가 2022년 11월과 2025년 3월에 각각 예산황새공원 인근에서 촬영한 것이다. 2022년 겨울, 월동을 위해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이 수컷 황새는 예산 황새복원센터에서 태어난 암컷 황새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수컷 황새는 고향으로 돌아갈 계절도 잊고 2025년 2월에 알을 낳아 함께 품고 있다.

황새 목, 황색과 황새(영명; Storck, 몸길이; 102cm)는 강가나 습지에 서식한다. 먹이는 물고기, 양서류, 뱀, 도마뱀, 설치류, 참새 등 동물성 먹이를 주로 먹는다. 황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여 부리를 마찰하여 나는 소리로 의사소통한다.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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