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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24. 국제계약 위약금 약정: 손해배상 어디까지 인정될까?

  • 기사입력 2025.05.22 10:14
  • 기자명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1. 당사자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19다261558 판결

원고(피상고인) 스타 크로시에레 에스피에이(Costa Crociere S.p.A)

피고(상고인) 피고 1 회사 외 2인

2. 사실관계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의 선주로서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1 회사는 크루즈여행업 등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며, 피고 2 회사는 국내외 여행 알선업 등 관광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3은 피고 1 회사와 피고 2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선주가 선박을 크루즈 여행 업체인 용선주에게 22일 간 용선해주고 용선료 900만 달러를 받는 용선계약을 체결했다. 용선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몰취조항: 용선자가 계약을 위반하여 용선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기지급된 금액은 반환되지 않는다.

○ 운임 미지급 손해배상 예정 조항: 용선자가 운임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매 지연일마다 미지급 운임의 1%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한다.

○ 약정 운임 100% 손해배상 예정 조항: 용선자가 30일 이상 운임을 미지급할 경우, 선주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용선자는 약정 운임의 100%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한다.

○ 준거법: 이 사건 용선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한다.

피고 1 회사는 약정된 운임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7년 1월 31일 피고 1 회사는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다. 확약서의 주요 내용은 피고 1 회사가 운임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피고 2 회사 및 피고 3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2017년 2월 3일에는 ‘이 사건 보증서’가 작성되었는데, 보증서에는 2017년 2월 6일 12:00까지 미지급 운임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원고가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피고 2 회사와 피고 3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피고 1 회사는 2017년 2월 6일 오전까지 약정된 운임 중 미화 248만 6,628달러만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잔액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같은 날 피고 1 회사에 대해 이 사건 용선계약을 해제한다고 통지하였다.

3. 이 사건의 쟁점

○ 영국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분

○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 손해배상 예정액을 대한민국 법원이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4. 대법원

영국법상 채무불이행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Liquidated Damages)과 위약벌(Penalty)로 구분된다. 약정이 비양심적이고 과도한 경우(Extravagant and Unconscionable), 이를 위약벌로 간주하여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 당시의 상황을 바탕으로 약정된 금액이 상대방의 계약 의무 이행 강제를 위한 정당한 이익에 비례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며, 이는 반드시 계약 위반으로 예상되는 손해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또한 위약금 약정이 전반적인 의무 위반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설정되었는지, 계약 체결 당시 손해 예측이 용이했는지, 해당 계약이 상사계약인지 여부, 당사자 간 협상력의 대등성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법은 이 사건의 준거법이 영국법임을 전제로, ‘운임 100% 배상조항’이 위약벌에 해당하지 않으며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영국법상 위약벌 원칙을 오해하거나 계약 해석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운임 100% 배상조항은 위약벌로 간주할 수 없으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은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통해 당사자들의 계약에 개입하여 내용을 수정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규정은 입법 목적과 성격,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준거법에 관계없이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의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별도로 감액할 수 없다고 하여 그 적용이 구 국제사법 제10조의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결론

이 판결은 영국법의 전통적 판례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 약정은 유효하지만, 위약벌 약정은 강제할 수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로 판단될 경우 전체적으로 강제 가능성이 부인되어 감액 등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① 손실의 사전 예측 가능성, ② 지급 금액이 과도하고 비양심적인지 여부, ③ 경미한 손해에도 과도한 금액이 지급되도록 설정되었는지 여부, ④ 지급 금액이 손실에 대한 진정한 사전 예측에 해당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제시하였다. 이는 영국의 전통적 판례인 Dunlop Pneumatic Tyre Co. Ltd v. New Garage and Motor Co. Ltd. [1915] A.C. 79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이 판결에서는 국제사법 제7조를 검토하며, 대한민국 약관법이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에도 강제 적용해야 할 ‘국제적 강행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국제사법에 따르면,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강제 적용이 필요한 법 규정은 입법 목적에 비추어 그것을 적용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법체계나 사회질서, 거래 안전 등에 현저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이와 함께, 법 규정 자체에 강제 적용 의사가 명시되어 있거나 국제적·영토적 적용범위가 스스로 규율된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한민국 약관법은 그 입법 목적과 성격상 이를 ‘외국법의 준거법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국제적 강행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대한민국 법률을 강제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 규정의 입법목적과 그 적용 필요성을 입증하는 추가적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정리하였다.

이 판결은 국제적 계약에서 준거법과 국내법 적용의 경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국제거래에서 당사자 자치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영미법계 국가와의 상사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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