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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바다를 위한 에세이 11. 해양관광, 해양경제시대 여는 新 성장동력(2)

해양보호구역과 지속 가능한 해양관광

  • 기사입력 2025.05.21 09:41
  • 기자명 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현대해양] 바다가 가진 가치, 바다가 제공할 수 있는 유·무형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모두의 바다’를 실현하기 위해서 해양관광은 어떻게 개발되어야 하는가?

모든 국민이 바다로부터 얻기를 기대하는 가치를 크게 생태(환경)적 가치,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세 영역은 서로 보완적이기도 하면서 대립되기도 하는 관계를 가진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관광 행위가 생태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지역사회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훼손·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하지 않고, 바다의 생태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해양 기반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지역 사회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훼손·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며, 지역사회의 전통적 관습을 유지하는 것이 생태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 때 모두의 바다를 위한 해양관광이 실현될 수 있다.

즉, 모두의 바다를 실현하기 위한 해양관광 정책의 목표는 바다의 생태적·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동등하게 충족하면서 해양관광이라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개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첨예한 대립 관계가 형성된 조건에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현재 해양관광이 국가의 주요 경제활동으로 자리 잡은 호주, 몰디브, 인도네시아 등 나라는 바다공간이 매우 넓고 바다자원 이용의 강도가 높지 않아서 세 영역의 대립·경쟁관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그렇다면, 바다공간은 제약되고 생태적·경제적·사회적 대립 관계가 복잡한 우리나라에서 해양이 가진 관광의 잠재적 가치를 개발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필자는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그 안에서 생태적·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모두 충족하는 관광산업을 개발, 육성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상을 검토함에 있어서 보호구역을 지정할 경우 전통적으로 바다를 이용해 온 지역 주민들의 자유로운 행위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해역은 인간의 유해한 행위가 차단되므로 요트항해, 보트타기, 기타 수상레저기구를 이용한 레저·스포츠 활동을 즐기기에 안전한 환경을 형성하며, 보호된 서식지를 피난처로 이용하는 다양한 해양생물은 스쿠버다이빙과 수중사진촬영, 해양생물 관찰 등의 행위 등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경우 해양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며, 해양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유지는 해양레크레이션과 해양생태관광을 더욱 활성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해역에서는 해양생태계의 훼손을 초래하는 어구 또는 한 번에 대량의 어획이 가능한 어법의 사용이 금지되는 대신, 전통적인 방법에 의한 어업활동은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양보호구역내의 어업활동은 전통어업이라는 역사적·문화적 자원의 지속을 보장해 준다.

또, 지역 주민이 해양보호구역 관리와 해양관광프로그램 운영에 직접 참여할 경우 해양보호구역은 지역사회에 일자리와 경제적 이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해양보호구역의 일정 공간을 스쿠버다이빙 사이트로 활용할 경우, 해양보호구역의 관리를 위임받은 지역공동체는 입장료 수입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획득할 수 있으며, 지역 주민은 해중 지리에 대해 안내하고 체험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가이드로 고용될 수 있다.

브루타뉴 유럽 대학(Université Européenne de Bretagne)의 론생 교수는 남유럽 지방의 해양보호구역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예전에 소규모의 전통어업이 이루어지는 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해양생물 관람 목적의 해양체험관광과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활발해져서 지역의 중요한 경제적 이익 창출원이 되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해양공간과 생태계가 제도적으로 보호되지 못하고 대규모 관광개발의 대상이 된다면 이러한 지역의 전통문화는 보존되기 어려웠을 것이며, 관광 편익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지역사회로 귀속되는 것은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의 해양관광 증진 사례
영국 런디섬 보호구역

영국 서남부 데본에서 배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런디섬 주변 해역은 산호초 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보호해역 내에서 서식하고 있어 풍부한 볼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런디섬 주변해역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어업활동이 금지된 해양보호구역(No-take Zone)으로 지정되었다. 지형적으로 동·식물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해역으로 멕시코 한류와 지중해 난류가 만나는 교차수역으로 한류성 어종과 난류성 어종 모두 서식하는 조건을 충족한다. 해저 지질은 바위, 켈프숲(Kelp forest), 모래, 뻘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좌초한 선박을 인양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데, 이 선박들을 탐험하기 위한 다이버들의 방문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 두 곳은 1973년 제정된 좌초해역 보호법(Protection of Wrecks Act)에 의해 보호·관리 되고 있어 특별한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자의 다이빙이 금지된다.

섬 주변이 보호해역이므로 섬 어느 곳에서든지 바다를 바라보면 다양한 해양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 해파리, 물개, 바다거북을 연중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여름철에는 돌고래, 상괭이, 상어 등 대형 동물의 유영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그 자체가 런디섬 방문의 목적이 되는 활동인데 반해 해양생물 관찰은 단지 호기심으로 런디섬을 방문한 사람들이 부수적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기간에는 특별히 탐조를 위한 방문객이 많다. 런디라는 말은 노르만어로 푸핀의 섬이라는 뜻인데 푸핀은 이 지역에 자생하는 야생조류로 현재 런디섬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푸핀 외에도 다양한 종류들이 런디섬의 바위절벽에 알을 낳기 위한 둥지를 튼다.

런디섬은 육지부에서도 해안절벽 등반과 하이킹, 사진촬영 등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런디섬은 옆에서 보면 벽돌 모양을 하고 있어서 절벽으로 이루어진 구간이 많다. ‘악마의 절벽(Devil's Cliff)’이라 불리는 구간을 비롯해 모두 29개의 암벽 등반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이들은 바다를 보면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이색적인 코스로 영국 전체 산악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자동차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런디섬에는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하이킹을 하며 섬을 탐방하게 되는데 섬 곳곳에는 선사시대 유적, 중세시대 건축물 등 역사·문화 유적이 분포하고 있으며, 자연이 빚어낸 기이한 모양의 바위는 SNS가 보편화되면서 대표적인 인증사진 촬영의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물개 동굴, 바늘 바위, 악마의 굴뚝, 치즈, 피라미드, 악마의 비탈길, 쥐구멍과 쥐덫 등)

해양보호구역의 해양관광 증진 사례
피지 상어산호 보호구역

상어산호(Shark Reef)는 피지의 비티 레부(Viti Levu)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상어산호보호구역 프로젝트는 산호와 그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을 보호하면서 산호 주변 지역 공동체의 생업을 보장(Participatory Business Planning Approach)한다는 생태관광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즉, 상어산호보호구역은 산호를 보호하고 지역 주민의 생업을 보장하는 두 가지 정책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생태관광 프로젝트이다. 2002년 시작될 당시에는 단순하게 일정 구역의 어업권을 다이빙 단체가 사서 이 구역을 비어업지역으로 정하고 다이빙 관광객 입장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이빙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면서 산호초 훼손과 어업활동과의 마찰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마을주민들은 상어 다이빙 관광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2003년 다이빙 단체와 마을주민이 상생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후 2004년부터 상어산호의 서측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생태관광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도입됨으로써 과거에 상어잡이로 생계를 잇던 지역 주민들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어업권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다이빙 관광이라는 새로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상어잡이는 피지 주민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자 소득 창출의 주요 수단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상어산호 해역에 대한 독점적 어업권을 보장받고 있었다. 피지 주변해역은 전통적으로 퀄리퀄리(Qoliqoli)라고 하는 관습적 관리 방법을 따르고 있었다. 이는 ‘정 지역주민이 어장출입의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아 포괄적인 이용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퀄리퀄리 지역은 특정 원주민 공동체인 마타니알리(Mataqali)에 의해 소유된다. 우리나라의 어촌계에 부여된 공동어업권과 유사한데, 보다 강력한 권리가 보장된다.

상어산호 보호구역이 지정되고 주민들이 다이빙 관광에 직접 참여하게 됨으로써 지역 주민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 사례가 성공한 요인은 첫째, 산호생태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어잡이를 하는 지역 주민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 즉, 이용권을 가진 주체가 단일 세력이었던 점, 둘째, 보호구역 내에서 어업활동으로 이익을 창출하던 집단의 수익이 어업금지 이후 관광 수입으로 대체될 수 있었던 점, 셋째, 지역 주민에 의한 관리가 100% 이루어짐에 따라 추가적인 관리시스템이나 관리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한국형 모델 제안 : 마을어장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어촌체험관광프로그램 확대

해양수산부는 2000년 5월 어촌체험관광마을 조성사업 추진계획을 수립, 제주 고산마을, 충남 송석마을, 경기 선감마을, 강원 장호마을, 경북 대진마을 등 5개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25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 백여개 이상의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지정되어 지역주민의 어업외소득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그중 몇 개의 마을은 훌륭한 생태체험관광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에서 예시한 해양보호구역의 관광지화 사례와 같은 한국형 해양생태관광 모형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마을 어장은 제도적으로 ‘해양보호구역’의 지위를 보장받지는 않으나 이미 훌륭한 해양보호구역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어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배타적 이용 권리를 보장받음으로써 외부인의 유해 행위가 제약되어 간척, 매립, 인공구조물 설치 등 해양생태계의 물리적 변화가 허용되지 않았으며, 유해한 어구어법의 사용이 제한되어 생태계의 자연 회복력과 생태계 기능이 잘 보존되어 있다. 대부분의 마을 어장은 패류 등 수산 동물을 살포하고 생육하는 장소이므로 수산생물의 생존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외부인에 의한 바다낚시, 스쿠버다이빙 등 행위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식용 및 비식용 수산동식물이 안전하게 생육되어 생태계의 다양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한국형 해양생태체험관광 모델은 어촌계 마을 어장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배후 어촌과 촌락을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용 공간은 어촌계 마을어장과 배후어촌으로 기존 어촌체험휴양마을보다 넓게 조성해 지금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관광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보호구역화된 마을 어장의 해양생태계는 현재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시행하는 자연생물 관찰과 어업체험학습을 더욱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어촌체험관광 모델은 육지와 해양을 모두 여가와 놀이의 장소로 사용해 수상레저활동뿐만 아니라 캠핑, 산책, 체류형 휴양이 가능한 종합적인 어촌 리조트이다. 어촌의 신선한 먹거리(수산물과 농산물 모두), 전통어업, 어촌 공동생활, 민간신앙, 전통놀이 등 고유한 지역문화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도시민의 휴식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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