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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특별법안 발의에 질문하다

  • 기사입력 2025.05.16 10:04
  • 최종수정 2025.05.16 14:17
  • 기자명 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현대해양] 3월 말, 「북극항로 구축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조용히 발의됐다. 북극항로 시대를 앞두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공동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31명의 명단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참여 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중대한 전략 과제에서조차 정파를 나누는 모습은 유감스럽다.

더욱이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부산, 울산, 경북 포항, 강원 동해 지역구 의원들 역시 명단에 없다. 부산시는 북극항로 개척 TF를 구성했고, 북극해 시대 부산을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 육성해 대한민국 경제의 주축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울산시는 울산항을 북극항로 거점항만으로 만들기 위한 대응 전략 수립에 착수했고,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통해 울산을 북방경제협력의 중심지의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포항시는 지난해 북극항로의 거점항만으로서 영일만항의 이점을 강조하는 세미나를 국회에서 개최했으며, 동해시는 지난달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해양·물류 분야 협력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지난달 4일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까지 정치·경제적 혼란 속에서 입법 협력이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헌법」 제46조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북극항로는 당리당략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파를 뛰어넘는 협의와 연대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우리나라는 이미 2021년부터 「극지활동 진흥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법은 극지를 남극과 북극으로 정의하며, 이에 따른 극지활동 진흥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특별법안이 북극항로 정책에 대한 집중력과 예산 확보 면에서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특별법안의 총 16개 조항 중 절반 이상은 기존 「극지활동 진흥법」에 포함돼 있거나 보완 가능한 내용들이다. 특히, 「극지활동 진흥법」 제10조에 “북극항로 개척 등 북극에서의 경제활동을 진흥하기 위한 필요한 시책의 수립 및 추진”에 대한 국가 의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의 시행령·시행규칙·고시 등을 통해 입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특별법안 제7조부터 제9조까지의 ‘북극항로위원회’ 설치나 제14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제15조 재정·금융 지원 등은 기존 「극지활동 진흥법」의 개정으로도 충분하다.

남북극 활동을 포괄하는 기본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사한 특별법을 다시 제정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이는 법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존 법률과의 충돌이나 해석상의 혼선을 야기할 수 있으며, 결국 법적 안정성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의 양이 아니라, 법률 간의 조화와 일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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