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중국은 1993년 제정된 해상법을 약 30년 만에 전면 개정했다. 기존 법은 해운산업과 국제무역에 기여했으나, 산업 발전과 국제 법체계 변화에 비해 한계가 있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제 정합성, 해양환경 보호, 국내 민상사법과의 연계를 중심으로 개정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2024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입법계획에 포함돼 11월 1차 심의를 거쳤으며, 2025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조항 보완을 넘어, 중국이 해운·물류 분야에서 국제 규범을 선도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반영한 전환점이다. 조문은 15장 278조에서 16장 311조로 확대되었으며, 주요 개정 방향은 법률 적용 일원화, 당사자 권리·의무 명확화, 디지털화 대응, 해양환경 보호, 국제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이다. 내·외항 구분 없이 동일 법을 적용하고, 운송인·송하인·여객 등의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였으며, 여객운송에선 배상책임 한도가 상향되고 피해자의 직접 청구권도 신설되었다.
해상보험 규정도 정비되어 계약 해지, 보험료 환급, 고지 의무 등 기준이 명확해졌으며,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해운 시대에 대비해 전자 운송기록을 기존 운송증서와 동일 효력으로 인정하는 조항도 신설되어, 블록체인 기반 전자 선하증권 등 기술의 제도적 활용을 뒷받침하게 됐다.
해양환경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도 주목된다. 선박 유류오염 손해 책임 규정을 별도 장으로 신설하고, 책임보험 및 보상기금 제도를 도입해 피해 구제 체계를 정비했다. 선장뿐 아니라 해난 구조자에게도 환경 보호 책임을 부여하여 생태계 보전을 위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했다.
국제법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해상화물운송계약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선박 소유권, 저당권, 오염 책임 등 핵심 쟁점의 적용 법률도 명확히 했다. 선박 금융리스 물권 등록, 공동해손 보완, 보험 범위 확대, 소송 시효 명확화 등 실무 중심의 정비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은 학계뿐만 아니라 사법·중재 인프라 전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은 해사법 전문 인력 양성과 사법·중재 시스템의 국제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대련해사대학과 상해해사대학은 법 제정에 참여하며 이론과 실무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11개 해사법원은 연간 약 3만 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판사들은 원양 선박 승선과 해외 연수를 통해 실무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해사중재 분야에서도 중국해사중재위원회(CMAC)를 중심으로 국제적 위상이 커지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중재 신청은 1,100건을 넘었다.
한국 역시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제2의 해상 교역국이며, 주요 항만은 복합운송망을 통해 밀접히 연결돼 있다. 해상법 변화는 통관, 운송, 보험 등 실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법제 교류, 공동연구, 인재 교류 등 실질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해사법 학계는 개방적이고 국제 소통 역량도 높아, 정기 교류와 인재 양성을 통해 아시아 중심의 해사법·중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