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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속 해양 사고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 기사입력 2025.05.12 21:57
  • 기자명 김현근 법무법인(유)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
김현근 법무법인(유)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
김현근 법무법인(유)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

[현대해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제주도에서 오징어 조업을 하는 관식(애순의 남편), 억척 같은 해녀 광례(애순의 모친) 등을 중심으로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티브로 삼아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치열한 삶의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운 심정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를 보면서,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바다환경에서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선 어선의 선원 또는 선장이었던 드라마 속 관식이 재해를 입게 되는 경우이다. 선장이 선박소유자이자 개인사업주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설령 선장이 회사 소속의 근로자인 경우라도, 선박 위의 사고에 관해서는 선박안전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제외 대상에 선박안전법이 포함되므로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를 매개로 하여 2중의 인과관계(①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의 결과 발생, ②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결과 발생)를 요구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특성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다만, 2025. 1. 3. 시행된 개정 어선안전조업 및 어선원의 안전ㆍ보건 증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어선의 소유자는 ①어구의 줄감김 또는 실족 등에 의한 해상추락 사고 위험, ② 어구, 로프 및 구조물 등에 의한 신체충돌 사고 위험, ③ 양망기에 의한 신체끼임 사고 위험, ④ 질식 등 잠수작업 사고 위험, ⑤ 그 밖에 어선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의한 사고 위험에 관하여 어선원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령인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조치를 이행해야 하고, 이 안전조치를 위반한 경우 및 이 안전조치를 위반하여 어선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선원법이나 산재보상보험법 및 개인 보험에 따른 민사적 보상은 이루어지고, 사업주의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숨병 즉 잠수병으로 재해를 당한 해녀 광례의 경우는 어떠한가. 드라마에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전통적인 방식의 어촌계 소속 해녀의 경우,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는 문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개인 보험에 따른 보상만 인정될 여지가 있다. 

드라마에서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나오는데, 태풍으로 방파제 위 시민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게 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까. 일단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는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재해와 관련하여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위의 모든 경우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하위법령과 관계법령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즉 공중이용시설은 실내공기질법, 시설물안전법, 다중이용업소법에 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물과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시설이 대상이 된다. 방파제의 경우, 시설물안전법상의 항만시설의 일종인데, 이 중 500m 이상의 방파제에서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시민이 사망하는 등 재해가 발생하면 그 방파제의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관할 기관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즉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방파제가 500m 이상인지 여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판단될 것이다. 

바다환경은 그 자체로 수많은 사고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다의 위험성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바다는 원래 위험한 것이라 당연히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치부해 버리며 사고 예방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바다는 위험한 만큼 안전을 위한 제도적 문화적 뒷받침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드라마 속 관식, 광례처럼 드센 바다환경에서 분투하는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국가, 지자체, 선주 등 관계기관의 안전측면에서의 강력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며, 바다환경의 작업에 관해서도 안전문화가 더욱 확산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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