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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다시 27. 이하윤의 첫 시집 『물레방아』에 나타난 바다

  • 기사입력 2025.04.24 09:12
  • 기자명 남송우
1939년 간행된 이하윤 시집 『물레방아』,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1939년 간행된 이하윤 시집 『물레방아』,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해양] 이하윤은 1906년 강원 이천에서 출생하여 이천공립보통학교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일본에 유학하여 1929년 호세이 대학교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도쿄 유학 중에 해외문학파에 가담하여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27년에는 《해외 문학》을 창간하였고, 조선 문단에 외국 문학을 번역,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하윤은 해외문학파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주로 영국과 프랑스의 시 작품을 번역했다. 1926년에 《시대일보》에 시 「잃어버린 무덤」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서 문단에 나왔고 1930년에 《시문학》 동인으로 참가하였다. 1939년에 첫 시집 『물레방아』를 출간했다.

1929년에 귀국한 뒤로는 《중외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자를 지냈고, 해외문학파가 중심이 된 극예술연구회를 창립하는 등 신극 운동에도 참여했다. 1930년대에는 경성방송국 편성계에서도 근무하기도 했다. 1937년에 『총후의 기원』을 작사하는 등 일제 강점기 말기에 대중가요 작사가로도 활동했다. 태평양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보급된 군국가요를 비롯하여 「고향의 노래」와 같은 일반 가요도 작사했다. 태평양 전쟁 종전 직후인 1945년에 동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대한중앙문화협회를 창립하고 상무위원을 지냈다. 1949년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옮겼다가, 1952년부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를 지냈다. 그의 시는 대체로 애조를 띤 민요조의 서정시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1939년에 발간된 그의 첫 시집 『물레방아』는 시상이나 리듬의 단조로움으로 인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같은 서정시 계열의 시인인 김소월이나 김영랑의 그늘에 묻혀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문학사적 공헌은 창작시보다는 외국 시의 번역 소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역시집 『실향(失香)의 화원(花園)』(1933)은 이 방면에서 1930년대 문학 활동을 대표하는 업적이라 할 수 있다. 1974년에 사망했다. 그의 첫 시집 『물레방아』에는 몇 편의 바다 시를 남겨두고 있다.

「섬 색시」는 말 그대로 섬에 사는 색시가 섬을 떠나는 자를 두고 이별하는 아픔을 그리고 있다. 그 아픔은 오래오래 있을 거라고 약속해놓고는 떠나고 마는 현실 때문이다. 그 이별의 장면은 떠나는 배가 미워지고 섬 색시들은 그저 우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이들의 슬픔에 동조하듯 <바닷가의 소나무는 머리 숙이고>, 사공노래는 처량하고, 갈매기떼는 우짖으며 날아다니는 형상을 엿보인다. 이 모든 대상들은 섬 색시들의 이별의 슬픔을 더하는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바다를 통한 이별의 이미지는 「서러운 뱃길」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서러운 뱃길」에 나타나는 나그네는 <괴롬과 서러움이 한데 엉키어/복바처 올너오는 가슴을 안고> 떠나는 자이다. 배를 타고 <네고향 볼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떠난다고 하소연한다. 그 상태를 <눈감고 저바리고 떠나갑니다>로 노래함으로써 떠나가는 나그네의 심정이 어떠함을 상상하게 하고 있다. 그 심정의 최고조는 <바다와 마조다흔 하늘을 보며/아픈 영 움켜쥐고 슬피 웁니다>라고 읊조리는 상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인의 비애의 감정은 「항구의 애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항구의 애수」는 시 제목처럼 항구 자체가 <쓸쓸한 이 항구엔 오늘밤도 쉬잔코/눈물의 비나려 내 가슴을 적시>는 공간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곳에서 시적 화자는 <비에 저즌 길을 밟으며/어딜 가랴 어디로 가랴>라고 자문하고 있다. 그리고 항구의 공간은 <비 속을 헤치면서 달려가는 저 마차/적막을 깨치며 골목으로> 사라지고, <이역의 항구에는 배도 잠자>는 외로움으로 꽉 차 있다. 그래서 마차를 타고 <저 하늘 끝없어 그려보는 내고향>으로 가고파 하지만, 그 꿈은 멀기만 하고, 구슬픈 휘파람 소리만 시적 화자를 울리고 항구의 밤거리에는 불빛조차 졸고 있는 분위기로 묘사되고 있다.

이렇게 세 편의 시 모두가 이별의 아픔과 떠남의 슬픔 그리고 항구에서 느끼는 애상을 노래하고 이유는 무엇인가? 이하윤이 외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했지만, 이 첫 시집이 나온 시기가 1939년 일제 강점기란 점을 고려한다면, 그 시대 현실이 주는 삶의 어려움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즉 바다와 항구를 통해 비애의 감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대 현실을 추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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