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21세기는 해양경제의 시대
21세기 들어 해양의 경제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해양자원의 이용 수요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육상부존자원의 한계로 인한 해양자원 이용 수요의 증가’와 ‘인구증가·경제성장·글로벌화에 따른 개인의 소비량 증가’이다. 즉, 해양자원 이용에 대한 수요는 예전보다 현저히 커지고 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해양자원 이용을 위한 기술의 혁신과 해양 접근성의 향상에 따라 수요량 증가에 대응할 만큼의 공급능력이 함께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이 해양자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증가로 인해 21세기를 ‘신해양시대’라 칭하게 되었으며 해양을 경제성장의 주요 변수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해양경제(Ocean Economy)’라는 용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산재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해양경제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2년에 개최된 유럽연합 장관회의(EU Council of Ministers)에서는
‘블루성장전략(Blue Growth Strategy)’을 채택했다. 이 전략은 금융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해양에너지, 해수면양식, 해양관광, 해양광물자원, 해양생명공학 등 5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OECD에서도 2012년말 “해양경제의 미래(The future of Ocean Economy)”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해상풍력·조력·파력 등 해양에너지, 근해와 심해 등 접근 애로 해역에서의 석유·천연가스 추출, 해수면양식, 해양생명공학, 해양관광과 레저, 해양관찰 및 감시·관리 분야를 떠오르는 해양경제활동으로 분류했다.
이처럼 해양경제의 성장과 이에 따른 해양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미 많은 국가에서 해양경제의 실현과 이를 뒷받침하는 해양관리체계를 국가적 이슈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정부 당시 140대 국정과제에 “해양 신성장 동력 창출 및 체계적 해양관리”와 “해양환경 보전과 개발의 조화”가 포함되어 해양경제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평가된다. 그 후 우리나라 해양경제의 영역은 조선해양산업과 해운, 해양에너지 등 제조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해수면 양식, 해양관광, 해양생명공학과 같이 생물과 환경을 활용하는 영역에서는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본고에서는 미래의 해양경제 영역 중에서 ‘해양관광’분야를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해양관광이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해양관광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지만, 엄격하게 따지자면 해양관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와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해변에 관광을 다닌 것은 오래되었겠지만, 이를 해양관광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영어권에서도 ‘Marine Tourism’이라는 말이 학문적으로 정의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해양관광분야에서는 ‘해양관광론’을 집필한 뉴질랜드의 오람스 교수가 처음으로 그의 개론서에서 해양관광을 정의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해양관광을 활동형 해양관광, 자연형 해양관광, 사회·문화형·해양관광, 특정 이벤트형 해양관광으로 구분했다.
한편, 국내의 학자 중에서 부경대학교 해양스포츠학과 신설을 주도한 지삼업 교수는 해양관광을 “연안해의 생물·공간자원을 기반으로 건강을 다지고, 놀이를 하며, 관광·관람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해양관광의 특성과 요소
해양관광이 일반적인 관광과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관광 행위와는 다른 해양관광만의 특징이 있어서 일반적인 관광의 테두리와 관점에서 다룰 수 없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관광만이 가지는 특징은 어떤 것이 있는가? 오람스 교수는 해양관광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무엇인가의 도구(배와 잠수함 등의 도구 혹은 기타 시설 등)를 필요로 하는 환경에서 행해진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언급했다. 인간은 육상에서 거주하는 동물이므로 해양 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어떤 도구를 필요로 하며, 이런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행위자의 안전에 관한 문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해양관광의 특징은 관광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 해양이라는 생태계라는 점이다. 해양에는 약 3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는 지구 전체 생물종의 약 80%에 해당한다. 이처럼 해양은 지구생태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양관광은 해양이라는 자연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관광이므로 관광객의 행위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해양생태계의 다양성이 해양관광객을 유인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다낚시처럼 직접 해양생물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있고, 스쿠버 다이빙처럼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직·간접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도 해양관광활동에 포함된다. 해상 또는 해중에서의 탐험, 관찰, 관람 행위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한편, 해양생물과 해양관광활동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단지 물 위 또는 물속에서의 어떤 행위를 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물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채취·채집하거나 관찰하고 사진 찍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해양관광의 미래 전망
과거에는 해양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관광의 대상이 되는 해양환경 역시 매우 한정적이었다. 예컨대, 영국에서 해변 휴양이 대중적인 행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기차라는 혁명적인 교통수단이 발명된 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 해변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마차를 타고 장시간 여행할 수 있는 귀족층에 국한되었다.
이처럼, 해양관광의 미래는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을 이용해 바다를 항해하는 요트나 윈드서핑 같은 해양레저 행위도 가볍고 단단하며 해수의 염분을 견딜 수 있는 특수한 재질의 선체가 개발되고 나서부터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후 수중호흡장치(SCUBA,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와 위성을 이용한 자동항해 보조시스템, 전 지구 위치파악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등 첨단 장비와 설비의 발전이 해양으로의 접근을 보다 촉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관광용 잠수정이 더 많이 보급되고 해중 숙박시설의 건설이 활성화되면서 해양공간을 즐길 수 있는 행위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관광 수요 증가의 또 다른 요소는 인구의 증가와 경제성장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전 세계 인구의 수는 2025년 3월 25일 현재 82억 1,318만 명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인구학자들이 식량 공급의 제한과 전쟁, 질병의 발발 등 원인으로 인구 증가의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왔으나 전 세계 인구는 일정한 속도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개인의 여가 지출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비교적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해양관광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의 수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요컨대 해양관광의 수요는 여가시간의 확대 및 경제성장,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해양접근성 향상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해양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관광수요의 증가에 따른 해양관광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해양관광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해양관광 성공의 전제 조건: 우수한 해양환경
해양이 제공하는 휴양과 레저의 기회는 해양환경의 질과 해양생태계의 다양성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해양관광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해양환경을 잘 가꾸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해양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수단 중에서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해양보호구역’제도이다. 해양보호구역은 바다 위에 일정한 경계를 정하고 그 경계 내에서의 인간의 유해한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자연이 가진 생태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여 해양생태계를 유지할 목적으로 지정되는 제도적 장치이다.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으로부터 해양환경의 회복, 주요 동식물 서식지의 보존, 해양관광 촉진 등 다양한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해양보호구역이 가진 탁월한 자연 회복력은 남획으로 고갈된 어업 자원을 개선하고 해양의 생물량을 늘이는 효과가 있음이 널리 입증되었다.
이에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태계 기반의 어업 관리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양보호구역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어업자원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은 인간의 유해한 행위를 차단하고 해양생태계의 자기회복 기능을 살린다는 점에서 해양관광활동 활성화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초창기 해양보호구역에 관한 연구는 대개 생물학적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는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으로 얼마나 많은 생물이 증가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인지,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증가한 생물량이 보호구역 밖으로 이동하는지(Spillover), 이러한 이동이 어업 생산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약 30년 전부터는 해양관광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기 위한 특별한 공간을 제공할 목적으로 지정하는 해양보호구역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해양보호구역이 인간의 후생(Human Well-being)을 향상시킨다는 관점의 연구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나 해양보호구역의 지정건수와 보호해수면의 면적은 해양생태계 보호의 효과를 달성하기에 미흡한 수준이다. 또한, 건전한 해양관광활동을 보장이나 해양경제 실현을 위해 해양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정책적 의지와 국민적 열망도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해양관광의 개념 정리에 지면을 할애한 탓에 의도한 내용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다음 호에서는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이 해양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보장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나라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위 글은 경남발전연구원 연구과제보고서 "지속가능한 해양관광 실현응 위한 해양보호구역제도 적용 방안(채동렬, 2013)" 내용을 일부 발췌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