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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이 많은 것이 아니라 어장이 좁은 것이다

  • 기사입력 2025.04.15 07:02
  • 기자명 박종면 기자
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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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달 중순 자율감척 대상 어선이 선정, 각 지자체에 통보됐다. 어획강도가 높은 근해어선 위주로 선정한다는데 여기에 무려 4:1이라는 경쟁률이 형성됐다. 대부분의 어가가 어획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감척 대상에 선정된 어선을 보며 어업인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렇게 많은 배를 줄이면 고기는 누가 잡지?

국내 최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있는 부산만 보더라도 대형트롤어선 4척, 대형쌍끌이어선 1선단(2척), 대형선망어선 1선단(6척) 등 13쳑의 대형 근해어선 선주들이 현재의 어려운 시기를 ‘버티지’ 못해 경쟁적으로 감척을 신청했다는 사실에 씁쓸한 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2028년까지 우리나라 근해 어선 500여 척, 연안 어선 1,500여 척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매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 즉, 2~3월 경에는 해양사고 소식이 자주 들린다. 해양사고 중 전복, 침몰, 화재 등 어선사고가 약 70%를 차지한다. 감척에 사고에 배가 줄줄이 줄어들고 있다. 배가 준다는 것은 생산수단이 없어진다는 것. 우리나라는 수산물 무역에서 매년 4조 원 대의 적자를 본다. 수산물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흔히 안 잡고 수입해서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쉽게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말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우리 농민들이 국제통상에서 쌀만큼은 꼭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업인들은 주요 어종을 지켜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감척 이후 다시 어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선사고의 원인으로 대체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악화, 돌풍, 너울 등 꼽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배는 건조할 때부터 쓰러지지 않도록 짓는다. 넘어지더라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선박이다. 선박에는 바로 일어날 수 있는 복원력이란 것이 있다. 복원력이 훼손된 배가 사고가 난다. 불법 개조했거나 낡은 배일수록 복원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배가 작을수록 작은 외부 영향에도 크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지난달 139톤 짜리 대형트롤어선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침몰했다. 많은 이들이 무리한 조업을 하러 가다가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함께 선단을 이뤄 앞서가던 선박의 선장은 무리한 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좁은 어장을 지목했다. 한일어업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한중잠정수역에서조차 우리 어선은 조업하지 못하고 중국 어선이 조업하는 것을 바라보다 배를 돌려 나오곤 한다고 하다. 그 외에도 기후는 급격히 바뀌는데 조업 금지 수역 등 60년 이상 이어져 오는 규제가 뱃길을 막는다고 한다. 지금의 어려움은 어선이 많아서가 아니라 어장이 좁아서 만들어지는 어려움이라는 선장들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새 어장을 찾으려 해도 금지사항이 많아 갈 수 없는 좁은 바다, 어선 감척으로 연근해어업생산량은 100만, 90만을 거쳐 80만 톤 언저리까지 추락했다. 참고로 해수부가 야심차게 발표했던 ‘수산혁신2030’에 나와 있는 연근해어업 생산량 목표치는 110만 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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