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초등학교 때 꿈이 섬마을 선생님이었습니다.
고요한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삶을 꿈꿨죠”
이채익 한국해운조합(이하 조합) 이사장의 말에는 바다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묻어난다.
울산이라는 바닷가 도시에서 구청장, 시·도·국회의원을 하며 바다와 더욱 가까워졌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설립한 성과 또한 바다와의 깊은 인연을 증명한다.
“조합에서 일이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런 각오로 조합 이사장직에 도전했다.
“새벽이면 가슴이 뜁니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었죠”
300여 명의 조합 임·직원들과 함께
“발상의 대전환으로 한국 해운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선언하는
그의 목소리에 해운업계가 들썩인다.
이사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났다. 소회가 있다면?
올해로 창립 76주년을 맞은 조합의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큰 영광이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저는 ‘발상의 대전환’을 강조하며, 속도감 있는 조직 혁신과 성과 중심의 조합 운영을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내항해운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국회와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1949년 창립한 조합은 우리나라 해운 100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저는 이 조직이 또 하나의 도약점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시절, 9명의 보좌진과 함께 변화의 물꼬를 텄던 경험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300여 명의 조합 임직원들과 함께라면 더 큰 변화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2월 조합 비전과 100대 과제 선언했다. 그 배경과 목표가 무엇인가?
취임 직후 100일간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합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100대 과제’를 수립했습니다.
핵심 목표는 조합원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운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입니다.
조합원 중심의 정책 실현, 해양사고 예방, 친환경 전환, 대외 협력 확대, 그리고 조합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체계적 기반 구축 등이 주요 방향입니다. ‘조합의 중심은 조합원’이라는 철학 아래, 조합원 보호와 성장을 최우선에 둘 것입니다.

내항해운업계의 선원 수급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가시적 성과가 있다고 들었다.
맞습니다. 선원 수급 문제는 현재 내항해운업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 2월, 여야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조합이 주관한 ‘내항선원 부족 타개를 위한 연안해운 생존전략 대토론회’를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업계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공유하며,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내항해운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사가 뜻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공동 건의서를 제출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조합은 토론회에서 제안된 내용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후속 대응에 나섰으며,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과 인력 양성 확대에도 지속적으로 앞장설 계획입니다.
선원 수급난 해결과 관련해 조합이 올해 어떤 입법 과제를 추진하는가?
먼저, 다른 업종에 비해 세제 혜택이 부족한 내항해운 선원들을 위해 소득세 비과세 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급여 500만 원 이내 소득 및 유사 직종에 적용되는 수당(함정, 입갱, 벽지수당 등)에 대해 비과세를 확대 적용해 선원의 실질적인 소득을 높이고자 하며, 이를 위해 「소득세법」 및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내항해운 국적선원의 승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국적선원양성특별법」 제정도 계획 중입니다. 아울러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의 내항 업계 확대와 선박 결함 신고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및 「선박안전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섬 관광 진흥법(가칭)」 제정도 올해 안에 추진할 예정입니다.
내항해운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내항해운업계는 영세업체의 비중이 높고, 선복량 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속가능한 사업 운영과 성장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구적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병행돼야 합니다.
정부는 연근해 어선 감척사업, 항만예인선 수급계획 및 등록 제한 조치 등과 같은 적정 선복량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내항해운운임 보장제도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내항운송계약에서 항상 ‘을’의 위치에 있는 선주들이 화주와의 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선박의 현대화 역시 반드시 병행돼야 할 과제입니다. 조합은 정부, 국회, 지자체 등과 협력해 이 같은 개선 방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논의를 주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이후 안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조합의 대응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후, 조합은 조합 및 조합원사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안전 전담 조직인 ‘안전보건팀’을 신설하고, 전국 24개 터미널 등 사업장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사고 없는 일터, 이용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터미널을 만들기 위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자체평가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또한 법률 준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고,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기 교육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조합원사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선박 안전보건 표준 매뉴얼을 제작·배포해 각 사업장에서 안전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중처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수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에 대비해 더 많은 조합원에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합이 미래 한국 해운을 위한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고 들었다.
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오랜 역사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100% 공감하며, ‘한국해운역사기념관’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기념관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해운산업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함께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해운산업의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문서와 기록물, 선박 관련 자료, 산업 유물 및 전시물, 사진과 영상 자료, 해운 원로들의 구술 인터뷰 영상 등을 적극 수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 공공기관, 해운업계, 학계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올해 안으로 조합 본부 1층 유휴 공간에 기념관과 홍보관을 우선 개관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운의 역사와 유산, 구술 자료 등을 전시하는 종합 해운기념관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공간은 해운업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연구 및 교육 기능까지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계획은 ‘한국해운조합 장학재단’ 설립입니다. 해운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로, 저부터 솔선해 기부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복지기관 등 여러 곳에서 기부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또한 우리 해운의 미래를 위한 조합의 큰 밑그림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내항해운업계는 외항에 비해 영세한 기업이 많고, 고질적인 선원 수급 문제, 과잉 선복, 과도한 규제 등 복합적인 현안으로 인해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내항해운업계는 조직적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정부 정책과 입법을 통한 제도적 지원에서도 항상 후 순위로 밀려나는 상황이 반복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항해운 종사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분골쇄신의 자세로 자구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회, 정부 그리고 유관 단체들이 보다 깊이 있는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내항해운이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한 축으로서 제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조합은 조합원사의 목소리를 생생히 반영해 내항해운 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끌어올리고, 그 해결을 위한 조직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언론에서도 업계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 주시고, 국회와 관련 부처, 유관 기관에서도 진정성 있는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76년 역사의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으로서, 각종 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해운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바로잡기 위해 조합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당당하고 힘 있는 조합,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는 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