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2016년 진행된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등장한 알파고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인간의 사고 방식과 역할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이후 AI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도입되었다. 의료, 금융, 교통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영역에서 AI가 혁신을 주도하는 가운데, 해양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해양학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AI는 이 과정을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해양 데이터 수집과 분석
해양 환경은 육상보다 변수가 많고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과거에는 조사선을 이용하여 물리적·화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해양의 장단기적 변화를 분석해 왔다. 계류 부이와 표류 부이 같은 장비들은 파고, 유속, 염분 등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도 해양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 방식에는 공간적·시간적 한계가 존재한다. 선박을 통해 접근 가능한 지역에서만 장비를 설치하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외 해역에 대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고 변동성이 심한 해양환경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 기존 관측자료만으로 해양을 해석하기에는 시공간적 제약이 존재한다. 또한 해양 환경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물리적 법칙을 기반으로 한 수치모형실험 역시 해양을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과 해양학의 접목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복잡한 패턴을 분석하는데 강점이 있다. 이를 통해 해양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해양환경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인 수온과 염분은 해양생태계와 기후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AI 기반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여 특정 시점과 공간에서의 수온과 염분 변화를 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는 AI 기반 기후 예측 모델을 활용하여 수온과 염분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으며, NASA와 IBM은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여 해양 기후 변화를 모델링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구글 딥마인드의 GraphCast 모델은 기존 기상 예측 모델보다 빠르고 정확한 태풍 예측 결과를 도출한 바 있으며, 이러한 AI 모델은 태풍과 엘니뇨 같은 기상현상의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대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데에도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중 음향 측정 장비(PAM: Passive Acoustic Monitoring)를 이용해 해양생물의 소리를 분석해 왔으며, AI 기반 딥러닝 기술이 이를 더욱 정교하게 보완하고 있다. MIT 연구진은 딥러닝 모델을 이용하여 고래의 음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고래의 위치를 특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또한, 드론과 위성 영상 등을 활용한 해양생물 탐지 연구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WUR 연구팀은 항공 이미지를 분석하여 바다표범 개체 수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딥러닝 모델을 연구하였으며, 미국 우즈홀 연구소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선박 인근 고래 탐지 기술을 개발하여 선박과 해양생물의 충돌을 방지하고, 해양 포유류의 안전한 서식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AI는 해양 안전과 자율 운항 기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해양 사고 예방을 위해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MTIS(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해양교통 혼잡도 예측을 위해 과거 5년간의 선박 운항이력 데이터를 학습한 GAN(적대적 생성 모델) 기반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박 밀집도 예측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지원한다. AI 기반 자율 운항 선박은 최적의 항로를 스스로 설정하여 연료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한다. 노르웨이의 야라(Yara)사는 세계 최초의 전기 자율 운항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d)’를 개발하였다. 이 선박은 AI를 활용한 경로 최적화 및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무인 운항 기술이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향후 AI를 활용한 선박 안전장치 및 AI 기반 선박의 도입이 증가하면서 해운업계 전반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해양 오염 문제 해결에도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더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 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하여 해양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거 방법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대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있으며, AI 기반 모델을 이용해 쓰레기 발생 지역과 주요 수거 지점을 자동으로 파악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통한 해양의 미래
AI 기술이 해양 분야에 활발히 도입되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더욱 기대된다. 해상풍력 발전소가 증가함에 따라 AI 기반 해양생물 감지 시스템이 함께 개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AI는 실시간으로 해양생물의 이동을 감지하고, 발전소의 운영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AI 기반 3차원 예측 모델이 실용화 단계가 되면 특정 어종의 분포를 예측할 수 있어 어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어업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율 운항 선박 기술도 점점 더 발전하면서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해양 물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I는 이제 해양 분야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 운항, 생태계 보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양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AI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앞으로 AI를 해양학에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AI가 우리의 삶과 해양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이 할 시점에 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