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정부는 지난 3월 18일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많았던 해상풍력의 계획적 보급과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제도와 인허가 절차 통합, 수산업의 지원 등을 통한 산업지원체계 구축은 해상풍력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의 시작이 곧 사회적 합의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출발은 이제부터입니다.
해상풍력은 에너지 개발 사업인 동시에 지역 해양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특히,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과 직접 연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바다는 어촌 공동체가 세대를 이어 지켜온 생존의 공간이며, 연안지역경제의 중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행정적 효율성이 확보된 만큼, 이제는 그 과정에 담겨야 할 투명성과 배려, 그리고 충분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정부는 어업과의 조화를 강조하며 수산업 지원 조항을 법에 포함을 시켰고, 민·관협의회 및 입지정보망 운영도 제도화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제도들이 실제로 얼마나 신뢰를 얻으며 작동할 수 있느냐입니다. 절차가 생겼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다수의 이익을 내세워 소수인 어업인의 생계를 외면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업인은 단순한 ‘이해관계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바다를 삶의 현장으로 지켜온 가장 오래된 사용자이며, 바다 생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개발을 위한 절차의 하나로 설명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과정으로서의 어업인과 주민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공존이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개발에 따른 수익 배분 구조 또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해상풍력 개발이 대기업과 대규모 자본에만 집중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개발로 얻은 이익은 해당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 공공 인프라로 환원되어야 합니다. 지속 가능성은 기술이 아니라 공정함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특별법이 해상풍력 산업의 성장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바다 자원의 이용 다양화를 통한 해양산업과 연안지역 발전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절차의 전 과정에서 지역과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담겨야 합니다. 갈등은 속도를 늦추지만, 공감 없는 개발은 방향을 잃게 만듭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해상풍력 사업이 진정한 바다의 에너지 원이 되기 위해서는 바람을 잡기에 앞서, 바다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해양개발의 실패작, 새만금 간척사업의 교훈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