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우주의 흐름에 따라 절기로는 입춘이 지났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서운 한파에 강풍과 폭설이 연일 예보되었다. 계속되는 입춘 혹한이 2월 한강을 61년 만에 꽁꽁 얼어붙게 했다.
팔당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예봉산과 검단산은 자연의 눈으로 장관(壯觀)을 이루었다. 한 무리의 하얀 백조가 일출의 광채를 받으며 꽁꽁 언 한강 상류에서 한강이 흐르는 서쪽으로 먹이를 찾아 날아간다.
입춘은 지났고 우수가 다가오는 어느 날 오후, 우리는 봄기운으로 가득한 잠실철교 부근의 나무숲을 산책했다. 나무 숲속은 아직 새싹은 돋지 않았지만 벌써 예쁜 꽃들을 피워낼 꿈을 꾸는 듯 포근하다. 따사로운 솜털로 감싸 안고 엄동설한을 지켜낸 자목련 꽃봉오리은 물씬 자랐고, 양지쪽 언덕에 선 홍매화는 붉은 꽃망울을 피운다.
새들도 새봄을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제짝을 찾는다. 이미 짝을 맺은 오색딱따구리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둥지 마련에 분주하다. 오색딱따구리(영명: Great Spotted Woodpecker, 몸길이: 25cm), 텃새)는 이마는 흰색이고 머리상단은 검은색이다. 먹이는 곤충류와 애벌레, 거미류, 식물의 열매 등을 주식으로 한다.


밤색 몸통에 순백의 꼬리 깃털을 단 한 쌍의 흰꼬리수리(White-tailed Sea Eagle, L-94cm, 천연기념물 제243-4호, 멸종위기 야생조류 I급)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들은 지난 초겨울(11월경)에 한강 강변에 나타나자 곧 우리들의 겨울 친구가 되었다. 흰꼬리수리는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맹금(猛禽)류이다. 온갖 생물들이 새봄 맞이로 둥지 마련 등 분주한 때이지만, 흰꼬리수리는 겨울살이의 거친 삶을 감싸주었던 한강을 떠날 채비에 싱숭생숭 아쉬운 마음이다. 한강에서 겨울을 보낸 흰꼬리수리는 입춘이 지났고 우수가 가까워져오니 이제는 2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캄차카반도의 푸른 침엽수림이 울창한 캄차카강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한강의 맑은 물을 바라본다.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헤치고 북쪽 고향으로 날아가는 흰꼬리수리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한강에서 보낸 지난 월동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 캄차카의 거친 바다와 강, 활화산에서 뿜어 나오는 천연의 가스, 옛 둥지가 기다리는 캄차카로 돌아갈 때가 왔다. 그 길이 험난할지라도 우리의 겨울 친구 흰꼬리수리는 본능이 이끄는 하늘길을 따라 느릿느릿한 날갯짓으로 고향 땅으로 떠나갈 것이다.

흰꼬리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4호,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조류 I급으로,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대형의 맹금(猛禽)류이다. 한반도 등 지역에서 월동하고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사할린, 몽골 등 지역에서 하절기에 번식한다. 먹이는 물고기류를 선호하며, 작은 포유류, 조류 등이다. 소수의 개체가 매년 일정한 지역에 도래하여 월동하고 있으나 그 개체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