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지난해 7월 말 여수갯벌이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여수갯벌(약 38.81㎢)이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갯벌이라고 보호지역 지정 이유를 밝혔다. 이 갯벌은 순천만갯벌 동쪽 끝 와온마을에서 여수 조발도 인근에 이르는 갯벌이다. 행정구역은 율촌면, 소라면, 화양면에 해당한다.
여수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고흥갯벌, 순천만갯벌, 보성벌교갯벌 등 여자만 모든 연안이 습지보호지역이 되었다. 이중 순천만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은 람사르습지이며,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과 함께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당시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을 유산구역 확대를 권고했다. 지난 2023년 고흥갯벌이, 2024년 여수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한국의 갯벌’ 유산구역 확대를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세계유산 16개 중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화산동굴’과 ‘한국의 갯벌’ 2개에 불과하다.
꼬막이 없으면 여자만갯벌은 가치가 없나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은 희귀생물의 서식지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인정했다. 우리 갯벌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이며,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철새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어민에게는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해산물을 제공해 왔다. 그리고 어촌과 포구와 갯벌과 바다로 이어지는 경관은 좋은 지역관광 자원이다. 일찍 이러한 가치에 눈을 뜬 순천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도 갯벌을 지키려는 순천시민의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여자만은 남파랑길 59코스와 60코스에 해당한다. 여수 감도에서 시작해 순천 와온까지 이어지는 길은 노을이 아름다운 길이다. 갯벌을 보고 가끔 논틀밭틀 길을 걷는 길이다. 여수, 순천, 벌교, 고흥을 돌아보는 여자만 길은 자전거를 타도 좋고, 자동차 드라이브도 좋다. 마음에 드는 곳을 힐링장소로 정하고 가끔 머물러도 좋다. 게다가 곳곳에 주민들이 찾는 숨겨진 맛집도 있다.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벌교에서 고흥 동강과 과역을 지나 점암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명한 영광 백수 해안길 못지 않다. 그곳에서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등 징검다리 섬에 놓인 다리를 건너 여수로 갈 수 있다. 여자만을 완전하게 돌아서 처음 지점으로 올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여자만 갯벌은 우리나라 최대의 참꼬막 생산지이며 새꼬막 산지이다. 벌교는 꼬막으로 지역 브랜드를 삼기도 했으며, 여수 갯벌은 새꼬막 산지이며, 새조개로도 유명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흥갯벌은 여자만갯벌 중 가장 너른 면적을 가지고 있다. 벌교시장에서 참꼬막 출처 물어보면 고흥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제 여자만도 옛날 같지 않다. 벌교시장에서 참꼬막을 구경하기 어렵다. 있어도 너무 비싸다. 꼬막 철이면 시장에 쌓아두고 인심을 퍼 줬던 것도 옛날 말이다. 어민들에게 곳간은 바다와 갯벌이었다. 여자만이 그 역할을 했었다. 어민들은 이제 갯벌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유네스코는 그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탁원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세계유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이제 여자만 전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전문가들은 순천만갯벌이나 보성벌교갯벌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고흥갯벌과 여수갯벌에서 찾았다. 그 결과가 갯벌습지보호지역이다. 고흥갯벌과 여수갯벌을 람사르습지로 등재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지자체를 포함한 국가유산청과 해양수산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어민과 어민들에게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행정에서는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갯벌의 가치를 가감없이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어민과 지역주민과 시민이 함께 갯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시민들과 연대도 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시민을 대신해 유네스코와 우리 갯벌 가치를 잘 지켜 오롯이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다고 ‘한국의 갯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하지 않는다. 세계유산 추진과정에서부터 지역주민이나 어민과 공감해야 할 부분이다. 오히려 지나친 기대가 세계유산 추진은 물론 활용과 보전관리에 독이 될 수 있다. 지난 1단계 추진 과정에서 보면 주민들보다 걸림돌은 행정이었다. 중앙부처 간의 협치, 어민과 어촌계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자만은 여러 지자체와 어촌계, 다양한 유형의 어업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해당사자가 다양하면 협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생태계서비스와 활동이 가능하다.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은 그것을 마련하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이해당사자의 노력에 따라 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자만 통합행정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여자만을 관광, 문화, 예술, 수산 등 어느 것으로 이용하든 한 지자체가 나서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자만을 갯벌과 바다의 시선으로 의사결정하고 활용할 통합행정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행정편의로 만들어지는 MOU나 형식적인 통합조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비슷한 사례로 우리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에 많은 도움을 준 와덴해의 통합관리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나 국가유산청은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행정의 경계를 넘어서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6년 한국의 갯벌 2단계 심사를 앞두고 이러한 선제 대응은 보전관리를 중시하는 유네스코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수시, 순천시, 고흥군, 보성군이 함께 중앙부처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
세계유산 관리는 이해당사자의 다른 요구를 조율하고, 유산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과제다. 최근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여 세계유산의 지위를 잃은 곳도 발생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여자만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확대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유산구역 확대는 다른 의미로는 이해당사자의 확대와 관리계획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2026년 실사단은 이 부분을 살펴볼 것이다. 한 지자체에 해당하는 유산구역이도 보전과 활용을 둘러싼 조율이 쉽지 않다. 하물며 복수의 지자체라면 등재과정부터 조율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여자만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추진할 때 행정만 해도 여수시, 순천시, 고흥군, 보성군 등 지자체와 전라남도와 국가유산청과 해양수산부 등 행정만 해도 기초 4곳, 광역 1곳, 중앙 2곳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갯벌’의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추진한 과정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5, 6년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사이에 대부분 지자체 해당 공무원은 매년 바뀌었다. 세계유산 등재는 지자체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나라 등재 시스템이 그렇다. 전문가라도 자문 외에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 그러나 공무원이 세계유산을 이해할 만하면 바뀐다. 그 과정과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심지어 단체장이 바뀌면 전혀 다른 방향을 요구하기도 한다.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그 다음이다. 하물며 복수의 지자체와 연결된 해역은 더 복잡하다. 그 사례가 함해만이다. 1단계 추진과정에서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무안군과 원하지 않는 함평군 사이에서 함해만은 후보지로 심사를 받지도 못했다. 우리나라 제 1호 갯벌습지보호지역임에도 말이다. 결국 무안군은 탄도만으로 지역을 바꿔 2단계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여자만만 아니라 이웃한 득량만이나 충청남도 가로림만 그리고 강화갯벌 등 경기만 일대에도 2단계 ‘한국의 갯벌’ 유산구역 확대에 참여해야 한다.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은 ‘습지보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은 모색할 수 있다.
갯벌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해양수산부는 해역과 만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미 지정된 한국의 갯벌 유산구역 안에 마을어업과 양식어업 지역이 빼곡하다. 그만큼 어민들의 참여와 지속 가능한 어업이 전제되지 않으면 보전과 관리계획은 어렵다. 국가유산청도 우리 어촌이 처한 현실과 갯벌생태계를 고려한 정책지원이 이루져야 한다. 다른 세계유산과 같은 방법으로 관리와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면 주민참여는 어렵다. 그동안 어민이나 지역주민이나 행정마저도 갯벌이나 바다를 화수분처럼 생각해 왔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갯벌관리와 이용 방법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는 이를 실현한 절호의 기회다.
순천만 국가정원, 보성 벌교 태백산맥, 고흥 팔영산과 우주센터, 여수 여수세계섬박람회 등 여자만을 둘러싼 매력적인 자원과 이벤트가 있다. 여자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여자만 갯벌을 통합해 운영하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야 한다. 세계유산 추진 과정이 그 준비과정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