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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박 사고, 정부 침묵 언제까지 가려나

  • 기사입력 2025.03.11 15:37
  • 기자명 지승현 기자
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현대해양] 최근 국내 해역에서 외국선박에 의한 해양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2019~2023년까지 지난 5년간 외국선박에 의해 발생한 해양사고는 연평균 125 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제3자인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관리할 법·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선박사고는 인적 피해와 물적 피해로 구분된다. 선박에 의해 선원, 여객, 항만 근로자 등 제3자의 상병은 물론, 부두 시설, 양식장 등 재산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 호의 화물유 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사고나 지난해 4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달리 호가 교각과 충돌한 사고는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줬다. 이러한 사고로부터 피해자가 안정적인 보상을 받으려면 국가적 보험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부 국제해사협약과 국내법은 외국선박에 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있지만, 문제는 외국선박이 가입한 보험이 실제 피해 보상에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외국 보험사에 대한 실질적 검토 없이 입항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국내법이 외국선박의 보험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검증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인도와 일본 등은 외국선박이 가입한 보험을 검증하고 있으며, 보험사의 자본금, 지급준비금, 국제신용등급 등의 요소를 평가해 인정보험자를 선정하고 있다. 미국을 기항하려면 미국 보증보험사의 보증보험 가입을 요건으로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러한 절차 없이 외국선박의 보험 가입 여부만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국가의 인·물적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국가적 위험 관리를 외면한 채 외국선박의 국내 입출항을 허용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외국선박의 보험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가입 여부 확인이 아니라, 해당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 지급 능력, 국제 신용평가 등을 평가해야 한다. 둘째, 인정보험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일부 법률에서만 특정 보험사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외국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국제적 기준에 맞춘 외국 보험사 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인도와 일본처럼 외국선박이 가입한 보험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평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 보상 절차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피해자가 외국선박이 가입한 외국 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외국선박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해양 안전국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국가보험관리 정책 및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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