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철마다 남·북으로 오가면서 한반도를 중간 기착지로 찾아오는 철새를 학수고대(鶴首苦待)했던 필자는 지난 12월 말에 발생한 항공기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새 떼가 지목되었다는 소식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무안 항공기 사고로 사랑하는 분들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힘든 시간을 겪고 계실 유족 여러분의 깊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약 2억 5천만 년 전에서부터 6천 5백만 년 전까지 번성했던 공룡의 진화 과정에서 새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새는 약 1억 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 시대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은 6천 5백만 년 전에 발생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절멸하였지만, 새들은 지구에 발생한 급격한 환경변화를 극복하고 활발한 진화 과정을 겪으면서 현재까지 1만여 종의 다양한 모습으로 개체 생존과 자손 번식을 유지하고 있다.

초기 숲에 살던 공룡들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변이와 진화를 통해 점차 새의 특징을 가진 시조새로 발전했다. 시조새 화석(化石)은 공룡에서 새로 이어지는 진화 과정, 날개를 통해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이후 다양한 모습의 새로 분화하였음을 설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새의 탄생은 자연의 복잡하고 경이로운 진화 과정을 나타내는 놀라운 사건 중의 하나이다.
현존하는 기러기 종 중 줄무늬기러기(Bar-headed Goose, L-85 cm)는 매년 두 차례씩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산맥(약 9천 미터)을 넘나들며 여름에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인도 남쪽에서 월동하는 하늘 높이 날기와 땅 멀리 날기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새이다.
새들의 환경변화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과 진화 과정의 다양성은 인간(Homo sapiens, 약 3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에게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야망과 꿈을 꾸게 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자연의 이치와 원리를 바탕으로 1903년에 인류 최초의 비행기를 제작하여 하늘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새들은 우리에게 귀중한 영감을 준다. 그들의 날개 구조, 공기 저항, 예민한 감각기관 등은 안전한 비행기의 개발과 운항 시스템의 확립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항공사고 발생 건수는 항공 교통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항공사들의 안전 관리 강화와 항공기 제작·운항 기술의 발전이 이뤄낸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나 기술적 결함, 인적 오류는 여전히 항공 안전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새들은 인류(Homo sapiens)에게 안전한 비행에 대한 자연 원칙과 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귀중한 존재이다.
뭇 생명의 움터인 한반도 갯벌을 새들의 삶터로 배려하고, 새들과의 공생 관계 속에 그들의 안전 비행의 지혜를 배우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