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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21. 선박금융 제공 금융기관이 항만시설사용료 지급 의무가 있을까?

  • 기사입력 2025.02.18 22:16
  • 기자명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현대해양] 들어가며

해운회사는 선박을 운항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항만시설을 사용하게 된다. 이때 항만시설의 관리청, 항만시설운영자 또는 임대계약자는 항만법 또는 항만공사법에 근거하여 항만시설사용료를 징수한다. 항만시설사용료는 항만법 제42조나 항만공사법 제30조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에 대하여 부과된다.

그런데 만약 해운회사가 도산하는 등의 사유로 선박을 더 이상 운항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선박이 항만시설을 사용하였다면 과연 항만시설사용료를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하는지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에 소개할 부산고등법원 판결(부산고등법원 2021. 6. 17. 선고 2020나58147 판결. 참고로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과거 한진해운이 운항하던 선박이 반선된 이후에 발생한 정박료 등에 대하여 선박금융을 제공한 은행이 항만시설사용료를 지급할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다루어져 주목할 만하다.

사실관계

선박 A의 등록소유자 B는 외국회사(특수목적법인, SPC)이고, 한진해운은 B와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BBCHP, 이하 ‘이 사건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선박 A를 운항하고 있었다. 한편, 은행 C는 선박 A에 선박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으로 선박 A의 등록소유자인 B에 대한 대출금 채권자이자 선박 A에 대한 저당권자이었다.

한진해운은 2016. 9. 1.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 같은 해 11. 18. 법원의 허가로 이 사건 용선계약이 해지되었다. 선박 A는 한진해운의 반선 통지 당시 D항에 입항하여 정박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다음 제3자에게 매각되어 출항하게 되었다. 항만공사는 선박 A가 D항에 정박한 기간 동안 발생한 항만시설사용료를 은행 C에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부산고등법원은 은행 C는 항만공사가 청구한 항만시설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부산고등법원은 은행 C가 등록소유자 B로부터 이 사건 용선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수하였으나, 이는 은행 C가 채권양도계약서상 담보권을 양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넘어 선박금융 계약관계상 선박 A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거나 저당권자로서의 권리 이외의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부산고등법원은 한진해운이 선박 A에 대한 이 사건 용선계약을 해지한 이후에도 은행 C는 대출계약상 저당권자의 지위에 머물게 되고 그 담보권이 소유권으로 전환된다고 보는 것은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본질에서도 벗어난다고 보았다.

특히 부산고등법원은,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은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에 불과한 특수목적법인(SPC)에 그 실체를 인정하는 셈이 되어 법인격부인론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판례 법리에도 반하므로 피고를 선박 A의 실질적인 소유자 내지 지배관리자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①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계약 방식에 의한 선박금융이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공공연히 받아들여지고 있고, 관련 법령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지도 아니한 점, ② 이 사건 용선계약이 체결되던 당시에는 한진해운과 은행 C 중 어느 누구도 B 법인의 배후에서 위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더욱이 위 시점에서는 한진해운의 신청에 따라 회생절차가 개시될 것이라든가 그 절차 중에 이 사건 나용선계약에 관하여 미이행 쌍무계약의 해지권이 행사될 것이라고는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④ 이 사건의 발단이 된 한진해운의 항만시설사용료 체납은 위와 같은 한진해운 측의 일방적인 미이행 쌍무계약의 해지권 행사로 초래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은행 C가 B 법인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거나, 은행 C에게 그 남용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법인격부인론 주장도 배척하였다.

검토

항만시설사용료는 상법 제777조 제1호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에 해당하지만, 항만공사는 이 사건에서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만공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이나 특수목적법인에 불과한 B로부터 항만시설사용료를 회수하기 어렵게 되자 은행 C에 대하여 항만시설사용료를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항만공사의 은행 C에 대하여 항만시설사용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은행 C가 선박 A를 통하여 항만시설을 사용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본 사안에서는 은행 C는 B에게 대출을 실행한 대출금 채권자이자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선박 A에 저당권을 설정한 자에 불과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한진해운이나 은행 C 모두 등록소유자인 B에 대한 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았고 항만시설사용료가 발생한 것은 은행 C가 B의 법인격을 남용하여서가 아니라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사건 용선계약을 해지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아 은행 C가 실질적인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항만공사의 법인격부인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에서 항만시설사용료를 부담하여야 하는 주체는 등록소유자 B라고 본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 판결은 선박을 용선한 해운회사가 더 이상 선박을 운항하지 않게 되었을 때 항만시설사용료의 부담 주체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서 향후에도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와 관련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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