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전망은 과거 역사 이해에서 출발
지난 1월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해양수산전망대회’에 참석했다. 올해로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필자는 꽤 오래전부터 (아마도 10년 이상) 연초가 되면 해양수산전망대회 일정을 확인하고 있으며, 거의 매년 참석하고 있다. 같은 날 올해 28회째 맞이한 ‘농업전망 2025’가 농업분야를 중심으로 개최됐으나, 해양수산전망대회는 1차 산업인 수산분야를 넘어 해운·물류와 항만, 어촌지역 문제까지도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매년 열리는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는 최근 흐름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1년 동안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필요한 대응 방안 등이 발표된다. 1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서 과거 수년에 걸친 추이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우리나라 수산업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걸어 온 식량 조달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 역사에서 동물성 단백질 공급 방식의 변화과정
이 문제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인류는 언제부터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미소니언 협회(The Smithonian Institution)에서 설립·운영하고 있는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고인류의 식생을 연구하고 있는 포비너 박사가 2013년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인류는 적어도 260만 년 전부터 대형 동물의 고기와 골수(Meat and Marrow)를 식량으로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많은 인류학자들은 약 170~200만 년 사이에 인류의 신장이 커지고 두개골 용량이 늘어난 원인이 육류를 보다 효율적으로 얻는 방법, 즉 사냥이라는 행위가 보편적인 식량획득 수단이 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인류는 사냥을 통해 다양한 동물을 포획, 동물성 단백질을 얻어 왔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에는 현재의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식단이 적용되었을 것이나,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면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 몇 가지 가축으로 제한되고, 곡물 소비 증가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은 감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냥에 의한 식량 획득이 야생동물과 그들의 서식지인 자연생태계 보호 및 생물종다양성 확보를 위한 위기종의 멸종 방지 등의 이유로 점점 제한되면서,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과 오리 등 몇 종류의 가축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에 사냥을 통해 얻었던 멧돼지, 사슴, 토끼 등 야생동물은 이제 식량자원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자연생태계의 한 부분이 되었다. 알래스카와 남태평양 제도국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들의 전통 문화를 계승한다는 취지하에 야생동물의 사냥과 채집을 통한 식량조달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비율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처럼 인간이 자연에서 동물성단백질을 조달하는 생물종의 가지 수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적어지고 있다.
다음 그림은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동물성단백질을 공급원별로 구분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 평균에 비해 더 많은 비율의 수산물과 돼지고기, 소고기를 더 많이 소비하는 반면, 가금류, 양과 염소, 알, 유제품 소비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어획 대상인 수산자원은 야생동물인가? 식량자원인가?
인간이 사냥을 통한 식량조달 행위를 제한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더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충분한 고기를 얻을 수 있게 한 축산업의 발전 때문이라 생각된다. 즉, 축산업의 역할이 과거에 식량자원으로 인식되었던 여러 가지 동물종을 보호해야 할 생태계의 일부분인 야생동물로 바꿔 생각하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등어, 다랑어, 멸치와 같은 어획어업의 대상인 수산 동물은 언제까지 식량자원으로 인식될 것인가? 축산업의 사례와 같이, 양식을 통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충분한 수산물이 공급될 만큼 양식 산업이 발전한다면 바닷속의 물고기는 더 이상 이용대상인 식량자원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이자 생물종다양성을 구성하는 자연생태계로 인식될 것이다.
현재 우리 인류의 과학기술과 지식수준으로는 위와 같은 생각이 터무니없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기 쉽겠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할 것이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가능해질 수 있다.
양식업이 어획 어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어업 육성법」이 제정된 것은 2002년 1월이며, 2003년 7월 15일자로 시행되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기르는 어업’을 육성한다는 정책방향을 정한 것은 1960년대부터 인 듯하다. 한일어업협정 체결로 조성된 어업협력자금을 사용해 거제도에 어업전진기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보도한 신문기사(“내일의 거제도”, 경향신문, 1965년 7월 21일)에서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는데, 기사 내용에 따르면, “천해(淺海) 간사지를 개발해 굴, 홍합, 바지락, 천초(우뭇가사리), 미역 등을 투석식, 수하식, 살포식으로 양식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후 1966년 3월 3일 수산청 발족이후 수산청이 ‘기르는 어업’의 육성에 역점을 두었음은 초대 수산청장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신임 수산청장은 “청구권자금으로 수산자금을 확보, 기르는 어업으로 수산정책 전환 방향”을 밝혔다.
한편, 전국의 어촌계 조직이 사실상 ‘기르는 어업의 육성을 위한 기간(基幹) 조직’임을 과거 언론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1972년 제시된 새 수협 건설을 위한 9대 역점사업에 ‘어촌계 육성’이 포함되었으며, 이어서 발표된 어촌계육성 5개년 계획에는 향후 5년간 84억 원의 자금을 투입, 전국 어촌계에 양식어업 기반 조성을 지원해 계획이 종료되는 1976년 어민소득을 호당 60만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1972년 어민소득은 30만 7,000원이었다).
이후 양식어업 육성에 관한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으로 제시되었으며, 21세기 들어서는 외해양식 육성, 기업형 양식산업 육성(양식산업의 규모화), 첨단 양식산업 육성 등 양식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우리 정부의 약 60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양식산업은 여전히 산업화의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부진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AI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수산업의 60년 숙원 과제인 양식산업화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며, 앞서 언급한 어업자원을 이용대상인 식량자원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인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전환할 만큼의 대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다.
2016년 3월,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당시 세계 최상급 프로 바둑기사였던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대결에서 4승 1패로 승리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으며, 한 수 한 수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해석하고 유리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매우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하므로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을 이길 수 있는 바둑 프로그램은 개발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그로부터 약 9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는 AI 기술을 적용해 인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오히려 AI의 지배를 받게 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를 만큼 AI와 관련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AI 시대는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며, 수산업에 있어서도 과거와 전혀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 우리나라의 수산당국은 이런 환경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이 가져올 양식산업의 대혁신 가능성
AI가 어떻게 발전해서 어떤 방향으로 미래 사회를 만들어갈지는 예상하기 매우 어렵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것을 근거로 가능성 있는 혁신의 방향을 상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해양수산부에서도 최근 10여 년간 기술개발 지원과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양식시스템 분야에 AI기술이 고도화됨으로써 양식장 수질관리와 급이 등 작업이 무인화·자동화될 뿐만 아니라 최적의 양식여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식생산의 효율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현재의 스마트양식시스템에서도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AI 센서를 활용해 수온, pH, 용존산소(DO), 염도, 암모니아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되며, 자동급이기술에서도 AI가 적용된 카메라 및 수중 마이크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물고기의 먹이 반응을 분석하여 최적의 급이량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사료효율을 극대화하고 최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양식생물의 건강관리에 있어서 AI 기술이 적용되면, 질병이 발생한 후 치료하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어떤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감지해 질병 발생을 예측하고 예방하게 되어 질병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해도 조기에 치료할 수 있게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영상, 음향, 초음파, 레이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과정 전체가 AI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에 의한 질병 및 건강관리 기술이 고도화되면 AI가 스스로 양식동물에 필요한 백신을 개발하고 치료법을 찾아내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어 폐사 없는 양식장 운영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양식적지 개발 분야에 있어서는 전 세계 모든 해양과 내수면을 대상으로 각 품종별 양식에 최적의 환경을 찾아내고 기후 변화, 해류의 흐름, 먹이생물 변화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양식장 위치를 선정할 수 있으며, 지구환경이 제공하는 이른바 ‘최대 지속 가능한 양식장 면적(Maximum Sustainable Aquaculture Area, MSA)이라는 지표를 설정해 지구 전체의 양식생산능력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양식생산과정에서 AI 기술을 적용해 양식장관리를 자동화하고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양식장 관리 로봇이 양식생산을 담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자연생태계를 최대한 이용하고 필요하다면 양식생산에 필요한 인공적인 양식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게 되어 전 지구인이 필요한 수산물을 양식장에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다룰 수 있는 주제로 AI가 만들어가는 수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봤다. 허무맹랑하기 이를 데 없고 체계와 논리가 배제된 내용이지만 AI 기술에 주목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국가의 수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없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질 없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독자들께서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주시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