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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

  • 기사입력 2025.02.12 10:39
  • 기자명 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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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해 샤인머스캣 포도 가격이 폭락했다. 반면에 사과값은 급등했다. 샤인머스캣 가격 폭락의 원인으로는 재배면적 급증에 따른 것. 반면에 사과값이 급등한 것은 사과 재배농이 샤인머스캣으로 전향하는 사이에 사과 생산량이 30% 줄었는데, 가격은 90%나 치솟았다고 한다.

최근 김 원료인 물김 가격이 폭락했다. 이 때문에 전남 진도, 완도, 해남 등 산지에서는 제값에 낙찰받지 못한 물김을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지난해 수출이 잘돼 해양수산부에서 2,700ha 규모의 양식장을 늘려 과잉 생산된 결과라고 질타하고 있다. 물론 양식장 확대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작황이 좋았던 이유도 크다. 문제는 물김 가격이 떨어지면 마른김 가격도 떨어져 조미김, 김밥김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물김 가격은 대폭 내렸지만 마른김 가격은 큰 변동이 없으니 가공수출업자, 소비자 등은 여전히 비싼 김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기현상이 만들어졌다. 김 가격 연동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원물 공급이 많은 만큼 이를 마른김으로 가공할 시설이 따라주지 못한 데다 지난해 비싼 가격에 물김을 구매했던 마른김업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물 가격이 높아 어업인들은 큰 이익을 본 반면에 손해 보고 김을 가공하거나 수출한 업체도 있었다는 것. 질 좋은 원물이 대량 생산될 때 김 산업인들이 힘을 합쳐 내수용 김값 하향 안정에 일조하고 수출 물량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어렵게 키운 물김을 폐기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김산업인들 간의 견제와 경쟁, 가격 연동은 적극적인 정부 정책으로 일부 해소 가능하다. 그리고 원물 생산량 증대 이후의 대책이 없었던 것도 정책의 실패라 할 것이다. 노후한 마른김 가공시설을 교체해 생산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비축 사업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또 최근 김 수출 호조로 정부에서는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한 전복 양식장을 김 양식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할 예정이다. 샤인머스캣 가격이 좋다고 사과를 샤인머스캣 재배로 전환한 농촌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어선 감척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수산자원이 줄고 조업이 힘들다고 해서 앞뒤 계산 없이 어선만 줄인다면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감척에 열을 올린다면 선원 일자리는 물론, 어업 기자재, 냉동창고, 항운노조, 유통 탑차 운전자, 어시장 진열 부녀반 등 관련 전후방 산업 또한 붕괴된다.

전후 따지지 않고 어선 수만 줄인다면 자원량이 늘거나 어장이 재편됐을 때 회복도 어려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산물 자급률 감소로 식량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어장 개발과 재배치, 어구어법 개발, 금어기 조정, 선박 규모화, 어업허가 조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산정책, 눈앞의 현상만 보는 근시안적 대응이 아니라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즉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큰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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