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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 폭락, 마른김 고가… 원인은?

양식장 확대,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 기사입력 2025.02.06 19:33
  • 기자명 나준수 기자
물김 위판. 출처_완도군
물김 위판. 출처_완도군

[현대해양] “산지에서는 헐값에 버려지는 물김, 소비자가 손에 드는 마른김은 금값”. 산지의 물김 가격은 전년 대비 45% 이상 하락하며 생산 과잉으로 폐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반면, 마른김의 소매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수출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양식장을 대규모로 확대했던 정책의 여파로 분석된다.

게다가 올해는 해황이 좋아 품질이 좋은 물김이 대량 생산됐다. 이렇게 생산된 물김은 가공 과정을 거쳐야 마른김으로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마른김을 생산하는 가공 공장의 증설은 이뤄지지 않아 처리 역량 부족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물김 폐기가 증가하는 한편, 마른김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은 최근 2년 연속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세계인의 식탁을 장악하며 명실상부한 ‘K-푸드’로 자리 잡았지만, 어업인들은 생산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반면, 마른김 소매 가격은 10장당 평균 1,500원을 넘어서는 고가를 유지하고 있어 어업인과 소비자 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물김 생산 과잉과 가격 폭락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물김 위판량은 약 7만 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1kg당 위판 금액은 874원으로 45% 하락했으며, 중순에는 635원까지 급락해 어업인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줬다. 진도군수협에서는 지난달 17일까지 물김 폐기량이 1,010톤에 이르렀으며, 이는 전체 위판량의 약 8%에 해당한다. 고흥군에서는 49톤, 해남군에서는 167톤의 물김이 폐기되며 과잉 생산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김생산어민연합회 관계자는 “김은 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가공해야 하지만, 저장시설 부족으로 지금은 폐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초기 투자비용과 인건비를 고려할 때 현재의 물김 가격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조업 가능 일수에 규제를 뒀지만, 이러한 자구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생산 과잉은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김 양식장과 위판장에서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어업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폐기 처리 비용과 수익 감소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의 부작용과 작황 호조

이번 생산 과잉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신규 양식장 허가와 작황 호조가 꼽힌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지는 김의 원료인 물김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700헥타르 규모의 신규 양식장 면허를 허가했으며, 이는 축구장 3,8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하지만 김생산어민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면허를 대규모로 허가했지만, 정작 가공과 유통 체계는 강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안정적인 수온과 적합한 해황 조건이 겹쳐 단위 시설당 생산량도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이러한 요인들은 생산량 증가를 가속화하며 물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마른김 가격 상승과 유통 구조의 문제

물김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른김 소매가는 여전히 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올랐다.

마른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급증하는 수출 수요가 꼽힌다. 세계적으로 김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 금액은 전년 대비 25.9% 증가한 9억 9,603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출 급증은 내수용 김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내 유통 구조의 문제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생산어민연합회 군산지회 관계자는 "가공 공장 측은 과거 고가에 구매한 물김 재고를 이유로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물김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마른김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봉학 김산업연합회 회장은 이에 대해 “국내 가공 공장의 생산 능력은 충분하다”고 반박하며 “가공 시설 부족이 아닌 불법 양식장이 늘어나 물김이 과잉 생산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김 가격이 높아지자 생산 어업인들이 면허 여부를 떠나 무분별하게 양식을 확대했다”며 “일부 지역에서 불법 양식장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폭증했고, 이로 인해 물김 가격이 급락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불법 양식장은 단순히 가격 하락 문제뿐만 아니라, 정식 면허를 가진 어업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며, 환경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어업인과 산업을 위한 정책적 대책 필요

이완농 김생산어민연합회 군산지회 회장은 최저 위판 가격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최저 위판 가격제는 일정 수준 이하로 거래되지 않도록 보장해 어업인들의 기본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4월 김 수급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계약재배제로 김 수급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했지만, 도입까지는 쉽지않은 절차가 남아있다. 계약재배제는 사전에 생산량과 구매량을 조율해 공급 과잉을 방지하는 방안이다.

마른김 생산자인 최봉학 김산업연합회 회장은 불법 양식장 단속 및 일정 부분 양성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불법 양식장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일정 부분 양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양식장 확대가 아닌, 불법 시설 정리 및 시장 안정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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