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항만재개발사업을 쉽게 정의한다면, 항만을 ‘항만+도시’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노후하거나 유휴 상태인 항만과 그 주변지역을 개발하여 항만시설과 함께 주거·교육·휴양·관광·문화·상업·체육 등을 위해 사용되는 공간으로 변경하는 사업인 것이다. 때문에 종전의 항만으로서의 기능은 수정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고, 사업부지의 상당수가 일반적인 시가지로 환원되는 형태를 띠게 된다.
항만이 도시화된다는 것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역을 관할하는 행정관청의 변경이다. 항만은 해양수산부장관이나 시∙도지사와 같은 관리청의 관할이다. 물론, 항만은 국토계획법이 정하는 기반시설에 해당하고(국토계획법 2조 6호), 항만구역 내 공유수면 또한 도시지역에 속하므로(같은 법 42조 1항), 도시계획에 관한 일반법인 국토계획법의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항만이 갖는 특수성과 관리청의 권한을 고려하면, 항만의 성격을 유지하는 한 도시계획을 관장하는 지자체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기는 어렵다.
반면, 항만재개발을 통해 도시로 환원되는 부분은 더 이상 항만이 아니게 되고, 이는 공간적 규율을 둘러싼 권한의 중심축이 항만 관리청에서 지자체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화된 부분만큼은 일반적인 시가지처럼 국토계획법이 관장하는 영역에 해당하게 된다. 토지이용에 대한 규율 또한 지자체의 권한으로 넘어가고, 항만 관리청의 권한은 인정되기가 어렵다. 달리 말하면, 준공된 항만재개발구역 중 항만 부분을 제외한 토지이용관계는 지자체가 항만 관리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구단위계획의 수립이나 변경과 같이 국토계획법이 정한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수정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지자체에 의한 자유로운 수정과 변경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논쟁의 소지가 많다. 물론, 지자체에 의한 계획의 유연한 변경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의 특성상 항만재개발사업 구상 당시의 계획은 변화가 요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만재개발사업에 후속하는 상부 시설의 개발에 이르러서는 변경된 시장의 현황과 수요를 다시금 반영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당초의 사업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변경을 전적으로 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인지의 문제는 쉽게 답할 문제는 아니다.
이렇듯 항만재개발법은 공간의 성격뿐만 아니라 그 이용에 관한 규제의 주체와 방법까지도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법률이지만, 법적 논의들이 활발하지는 않았고, 규명되어야 할 것들도 산적해 있다. 특히 항만재개발법과 국토계획법, 관리청과 지자체의 역할과 경계를 어디서 그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쟁점들이 많다. 이제 굵직한 항만재개발사업들의 준공이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항만재개발사업의 결과물들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고민되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