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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시대정신을 찾다

  • 기사입력 2025.02.06 08:25
  • 기자명 문해남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문해남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은 전주 출신으로 단국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스웨덴 세계해사대학교(WMU)에서 항만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문 이사장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과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 인사수석실에서 인사관리비서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직을 수행하며 김앤장 법률사무소 해양수산 분야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해남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은 전주 출신으로 단국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스웨덴 세계해사대학교(WMU)에서 항만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문 이사장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과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 인사수석실에서 인사관리비서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직을 수행하며 김앤장 법률사무소 해양수산 분야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해양] 대전환 시대의 바다

우리는 산업화 이후 세계화, 정보화 등의 시대적 전환을 거치며, 사회는 물론 개인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끼친 다양한 변혁을 자양분으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무릇 세계 경제나 정치를 주도한 세력들은 이러한 대전환을 선도하느냐, 그 도도한 흐름에 편승 또는 역행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양상을 반복해 왔으며, 미래 또한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더욱 진보한 미래를 설계하고, 새로운 변혁과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E.H 카는 “보다 밝은 미래에 대한 시적(詩的)인 전망은 과거의 황금시대로의 복귀에 대한 전망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혁신적인 진보와 변혁은 바다에서, 그리고 바다를 통해 이루어졌기에 나는 그 시적인 전망을 바다에서 찾고자 한다.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바다는 지구 전체 산소의 70%를 생산하며, 기후와 기상을 조절한다. 또한 지구 생명체의 80%가 서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기근과 식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각종 자원의 보고이다.

인류의 역사는 바다를 지배한 여러 제국들이 수놓았으며, 우리 또한 선사시대부터 바다를 개척해 온 해양민족으로서 해상왕 장보고와 같은 위대한 인물을 배출해 냈다. 그간 우리는 해양화가 곧 산업화이자, 해양력이 곧 경제력이 되는 등식을 완성해 내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바다에 의지하는 우리에게 해안을 가득 메운 무수한 화물선들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미래가 바다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아직도 바다의 80%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그 안에는 어떤 보물 상자가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그야말로 ‘블루오션’ 그 자체가 바다인 것이다. 반면, 우리는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지난 70여 년 간의 전 세계 해저 2,000m 지점의 수온 관측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해수 온도가 약 4.5배 상승했다. 이러한 변화는 바다 생태계는 물론, 전 지구적인 재앙을 몰고 올 것이기에 적극적인 대응과 대책이 시급하다. 이는 한 국가나 특정 세대가 아닌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화두가 되었다.


해양국가의 정체성 확립과 해양교육

이제 우리나라는 도전과 기회의 장이자 인류 공동의 터전인 바다에서 시대적 대전환을 선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는 눈앞의 경제적 이득이나 헤게모니 선점이 아닌 인류 전체와 후손들을 위한 사명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해양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국가적인 정체성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사회적 자본을 확산시킬 때 정립된다. 따라서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바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고, 인간과 바다가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이해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인 해양적 소양(Ocean Literacy) 함양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키워야 한다.

해양적 소양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은 미국으로 국가 차원의 해양시민 육성을 목표로 7가지 기본원리를 제시한 것이었다. 우리 해양수산부는 이를 보다 구체화한 5대 영역 25개 개념을 확정하고 ‘한국형 해양적 소양’을 정립하였으며, 이를 이론적 기초로 해양교육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본격 시행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3년 한국해양재단이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교육센터’로 지정되면서 비로소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해양교육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해양교육센터는 생애주기별 해양교육 교재 개발·보급과 교사 대상 연수 등을 통한 직접 교육은 물론, 해양교육 전문기관 지정 및 해양교육 프로그램 인증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교육 체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현재는 영유아 놀이 교육을 시작으로 초등학생을 위한 늘봄학교,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와 진로교육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시행하고 있으며,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학점제를 통해 해양교육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고려대학교에 2024학년도 2학기 교양과목으로 ‘인간과 해양: 융합적 지식과 의식의 전환’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교육은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주는 애정 어린 선물이라고 한다. 해양교육은 해양한국의 사회적 자본을 키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세계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와 사상까지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선물이 될 것이며,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인 문제의 해결 가능성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양문화 생태계 조성과 해양행동 실천

한국해양재단은 해양국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해양문화 조성과 해양행동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오늘날의 문화 생태계가 다양화된 만큼 전통 해양문화의 발굴·전승은 물론, 예술과 문화 콘텐츠 창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각 장르의 융합과 산업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해양문화가 단순 소비를 넘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해양국가의 완성은 경제력이나 해양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저변으로부터 해양문화가 싹틀 때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해양재단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해양행동 실천이 해양교육의 첨병이 되고 해양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 해양행동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자생적, 자발적으로 해양국가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NGO 등 시민 활동가들의 헌신을 기리고 지원하기 위한 ‘바다지기 후원사업’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해운선사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총 18개 단체를 선정·지원했으며, 6,000여 명이 참여한 294회의 봉사활동에서 해양쓰레기 311톤과 생활쓰레기 3만 2,000리터를 수거하는 등 시민 중심의 해양행동 실천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수협은행의 기부로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해양체험과 해양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바다꾸러기 키움사업’ 등은 국가기간산업인 해양수산업을 이끌어갈 미래 인재를 키우고 건전한 해양시민을 양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한국해양재단의 다양한 사업들이 사회 깊이 뿌리내리면 우리 해양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우리가 만든 해양교육 교재와 교구로 세계의 어린이들이 함께 바다를 배우고 즐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해양 국가이자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선진국의 모습이며,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시대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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