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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 89. 지구 기후변화와 철새들의 삶

  • 기사입력 2025.01.22 09:22
  • 기자명 淸峰 송영한
맑은 강물이 흐르고 새들이 찾는 살아 있는 생태계, 중랑천
맑은 강물이 흐르고 새들이 찾는 살아 있는 생태계, 중랑천

[현대해양] 입동(立冬)이 지났다. 겨울 철새들을 만나고 싶은 앞선 마음에서 한강 지류 하천이며 이때쯤에 겨울 철새들이 찾아오는 중랑천 살곶이 다리에 벌써 여러 차례 들렀다. 절기(節氣)로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지났지만, 날씨는 낮 기온이 20도에 이르는 이상 난동 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살곶이 다리에는 겨울 철새는 보이지 않고 텃새인 흰뺨검둥오리와 물닭 들이 얼굴을 내민다.

서울 성동구에서 한강과 합류되는 중랑천 살곶이 다리 부근은 겨울철에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중랑천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맑은 물속에서 잉어 한 마리가 갑자기 솟구쳐 하늘로 뛰어오른다. 붕어는 떼를 지어 맑은 물을 거슬러 헤엄치고 자라는 햇볕을 쬐면서 졸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잉어가 하늘로 뛰어올라 새들을 유혹하는 살아있는 중랑천 생태계를 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중랑천은 1980년대까지는 한강 수계 중 오염이 심한 대표적인 지류 하천이었다. 서울의 중심지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온갖 도심지 쓰레기와 폐수·오수가 흘러들어 검푸른 썩은 강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하여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싫어했던 혐오 지역이었다. 서울시는 한강의 수질 개선을 위하여 하수종말처리장과 분류하수관로 사업을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하여 88서울올림픽 전에 완공했다. 토목 기술자인 필자도 1980년대 초에 홍제천·불광천 분류 하수관로사업에 참여하여 한강 수질 개선 사업에 작은 이바지를 했다. 서울 시민들은 한강 수질 개선 의욕과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강한 신념으로 뭉쳐진 시민정신·노력으로 ‘한강 수질 개선 혁명’을 이루어 냈다.

지금의 중랑천은 봄이면 울긋불긋 다양한 꽃이 피고 여름이면 새가 찾는 짙은 숲이 우거진 도심공원으로 조성됐고, 맑은 강물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수달까지 찾아오는 멋진 살아있는 도심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철원 한탄강에도 입동이 지났으나 적은 개체의 재두루미(White-naped Crane, L-119cm)만 돌아왔고, 두루미(Red-crowned Crane, L-140cm)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에 기후변화가 철새들의 이주본능마저 해치고 있다고 여겨졌다.

절기는 소설(小雪)은 지났고 대설(大雪)이 가까이 다가오는 11월 말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늦은 첫눈에 어른·아이, 강아지도 즐거워하는 사이에 첫눈은 대폭설로 변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4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기상 관측 사상 11월의 최대 강설량의 기록이다. 기상학계는 예년보다 2~3도 높은 서해 수온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차가운 대기와 따뜻한 바다의 큰 온도 차가 한반도를 거대한 눈 공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폭설은 기후변화 시대가 몰고 올 새로운 위험의 규모와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러시아, 몽골 등 지역이 얼기 시작하자 한반도 한탄강으로 이주한 큰고니들
러시아, 몽골 등 지역이 얼기 시작하자 한반도 한탄강으로 이주한 큰고니들

폭설이 내린 후에 중랑천 살곶이 다리에는 훨씬 많은 겨울 철새가 찾아왔다. 지구 북반부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의 기온이 낮아지자, 중랑천 살곶이 다리에는 청둥오리(Mallard, L-60cm), 넓적부리(Northern Shoveler, L-50cm), 원앙(Mandarin Duck, 45cm), 알락오리(Cadwall, L-50cm), 홍머리오리(Eurasian Wigeon, L-49cm), 흰뺨검둥오리(Spot-billed Duck, L-61cm), 고방오리(Northern Pintail, L-53cm), 쇠오리(Common Teal, L-38cm, 흰죽지(Common Pochard, L-45cm), 댕기흰죽지(Tufted Duck, L-40cm), 왜가리(Grey Heron, L-93cm), 대백로(Great Egret, L-95cm), 민물가마우지(Great Cormorant, L-80cm), 물닭(Common Coot, 41cm) 들이 모여들었다. 여러 겨울 철새가 “쾍엑, 콰악 콱악” 왁자지껄 모여 노래한다.

기후변화는 겨울 철새들의 이동 형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동 시기와 경로가 변화하고 먹이 공급과 서식지 조건이 변화하여 새들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먹이 공급이 감소하거나 서식지가 파괴되어 새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도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간의 삶의 편리를 위한 도시화와 산업활동에 기인한다. 인간이 과도하게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하여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기후 패턴이 변하고 있다. 그 결과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극지 빙하의 녹음, 극한 기후변화 등이 일어나고 있다.

시베리아, 아무르강 지역에서 한반도 한탄강으로 이주한 재두루미와 두루미
시베리아, 아무르강 지역에서 한반도 한탄강으로 이주한 재두루미와 두루미

대설(大雪)은 지났고 동짓(冬至)날이 가까운 날에 철원 한탄강으로 겨울 철새들의 동정을 살피고 돌아왔다. 제법 쌀쌀한 기온을 느끼게 되었다. 시베리아 아무르강이 얼기 시작하자 청둥오리, 큰고니 등 겨울 철새들이 남쪽 한반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 산림파괴, 산업활동 등 다양한 세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이다. 수질오염과는 다른 원인과 영향을 가지고 있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과 감시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 재생에너지 사용, 지속 가능한 개발 및 환경보호 활동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모색되어야 한다.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는 더욱 확신에 찬 환경보호 노력으로 지구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인 노력이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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