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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83. 뱃길은 기본권이고, 마을버스 복지다

목포 달리도1

  • 기사입력 2025.01.20 22:41
  • 기자명 김준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가장 먼저 달리도로 향하는 슬로아일랜드호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가장 먼저 달리도로 향하는 슬로아일랜드호

[현대해양] 얼마 만인가. 10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여객선을 기다리면서 가슴이 설렜다. 그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이웃에 있는 외달도는 최근에 몇 번 다녀왔지만, 목포에서 가장 큰 섬인 달리도는 소원했다. 하긴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20, 30분이면 닿는 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목포에 허사도, 달리도, 외달도, 율도, 고하도, 장자도 등 사람 사는 섬이 있었다. 모두 무안군 이로면에 속했던 섬이지만 1963년 목포시로 편입되면서 충무동으로 개칭되었다. 그리고 유달동과 충무동이 통합되면서 유달동에 편입되었다. 이중 고하도는 목포 북항과 다리로 이어지고, 허사도는 고하도와 이어져 신외항이 마련되면서 뭍이 되었다. 장좌도는 무인도가 되었다. 한때 목포에서 출발해 열거한 섬은 물론 해남 금호도와 목포구등대 옆 마을인 구림리까지 뱃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달리도는 율도와 함께 목포항 밖에 방파제처럼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섬이다. 조선시대 목포에 수군진이 설치된 것도,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이 노량해전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섬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하면 지나칠까. 목포에서 서쪽으로 5킬로미터 남짓 되는 거리에 달리도가 목포구 등대와 마주하고 있다. 목포가 영산강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포구라면, 달리도는 목포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섬이다. 달리도는 원달리, 도촌리, 노두, 어망촌, 옹구마을 등 자연마을 있다. 벼농사와 소금농사를 많이 지은 섬이지만 지금은 무화과와 고추와 마늘과 양파 등 밭농사를 짓는다. 염전도 태양광이나 새우양식장으로 바뀌었고 일부만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달리도에서 마을과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마을버스와 운전기사 숙자 씨.
달리도에서 마을과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마을버스와 운전기사 숙자 씨.

부지런한 마을버스 운전사 ‘숙자 씨’

달리도항에 여객선이 닿자 하얀 마을버스와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운전기사는 숙자 씨다. 섬마을에 마을버스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시내에서 20여 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는 섬이지만, 그동안 버스가 없어서 배에서 내리면 30여 분을 걸어야 했다. 어쩌다 얻어 탈 수 있는 자동차라도 만나면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목포 항동시장에서 대목장이라도 보는 날이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마을버스가 효자여. 요것 없으면 나갈 수가 없어”, 원달리에서 나이가 많은 어머니 한 분이 양파 세 자루를 가지고 마을버스에 올랐다. 하나로마트로 가지고 가서 팔 것이라고 했다. 자루에는 이름도 적혀 있었다. 마을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물론 하나로마트에 농산물을 팔 수 있게 되었다. 도촌마을에서도 두 분이 올라탔다. 명절을 앞두고 시장을 보러 가는 분과 관절이 아파서 병원 가는 분이다. 마을버스가 없을 때는 선창까지 반 시간 이상은 걸어가야 했다. 시장이나 병원을 오갈 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돼서 좋단다. 마을버스로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20여 분이면 충분하지만, 마을버스는 단순하게 주민들을 싣고 오가는 버스가 아니다. 마을버스가 다니면서 숙자 씨는 마을 노인들 안부도 챙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배가 들어오기 전에 목포 나갈 주민들을 실어 나르고, 다음에는 목포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태우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운전은 끝난다. 그렇다고 아주 끝난 것이 아니다. 하루에 4차례씩 배가 닿을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 밥을 챙기던 숙자 씨가 화들짝 놀라 선창으로 달렸다. 깜박하고 배 시간을 놓칠 뻔했다. 그녀는 섬에 버스가 들어온다는 말에 대형 버스 면허를 따놓고 기다렸다.

숙자 씨가 섬에서 하는 일은 버스 기사, 함바식당, 텃밭 농부, 갯밭 어부, 슈퍼 댁, 민박집 등 직업이 한둘이 아니다. 어머니 농사를 도우려고 오가다가 덜컥 무화과 농사에 발목이 잡혀 눌러앉았다. 남편도 같은 섬 출신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스무 시간쯤 되면 좋겠다는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숙자 씨와 달리 남편은 기회만 있으면 목포로 나가는 것을 즐기는 낭만파다. 그래서 시장을 보거나 시내에서 일을 보는 일은 남편 몫이다.

목포시 달리도와 해남군 화원면 사이로 바다는 신안과 진도와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과 쾌속선과 그리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무역선이 들어오는 길목이다. 그곳에 목포구 등대가 있다.
목포시 달리도와 해남군 화원면 사이로 바다는 신안과 진도와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과 쾌속선과 그리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무역선이 들어오는 길목이다. 그곳에 목포구 등대가 있다.

달리도가 변하고 있다

이번에 달리도에 타고 온 배는 10여 년 전에 탔던 배가 아니다. 당시에는 88톤의 소형 여객선이 다녔다. 접안시설이 개선되면서 운항하던 배도 223톤 슬로아일랜드호(진수일 2001.1.22.)로 바뀌었다. 목포가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여객선 이름도 바뀌었다. 작은 여객선이 다닐 때는 차량은 5, 6대밖에 실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30여 대가 가능하다. 무화과나 농산물 수확 철이면 아침 위판 시간에 맞춰 배를 타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했던 소란도 이제 사라졌다. 선착장도 새로 보강해서 썰물에도 안전하게 접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해양수산부가 2017년부터 소규모 항·포구의 낙후된 여객선 접안시설 보수·보강 공사를 추진하면서, 목포 달리도와 외달도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으로 달리항은 여객선은 물론 어선들도 접안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아쉬운 점은 배가 몇 곳에서 운항하던 배라 선령이 20여 년이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중에는 선령이 30년에 이르는 배들도 있다. 여객선은 단순하게 섬 주민들의 안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섬 여행객이 늘면서 이제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다. 안전하게 섬과 육지를 오갈 수 있는 권리는 섬 주민은 물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달리도에 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77번 국도 미개통 구간인 ‘신안 압해-목포 달리-해남 화원’을 잇는 마지막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달리도를 기점으로 신안 압해 구간은 다리로, 해남 화원 구간은 해저터널로 공사를 하고 있다. 달리도 금성산에서 화원 목포구 등대 사이 바다는 수많은 여객선과 쾌속선, 화물선과 무역선이 드나드는 길목이다. 이곳을 해저터널로 공사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달리도 서쪽에 있는 작은 섬 외달도는 보행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달리도 뱃길은 멈출 것이다.

이 뱃길은 1990년대 초반까지 목포 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배는 달리도를 거쳐 해남군 화원면 구림리와 산이면 금호도까지 운항했다. 한 시간 가까지 걸렸던 뱃길은 금호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멈췄다. 당시 금호도에는 해수욕장이 있었고, 간단한 민박집과 보트장도 운영되고 있었다. 목포에도 유달해수욕장과 대반해수욕장이 여름철에 개장했다. 유달해수욕장은 유료로, 대반해수욕장은 무료로 운영했다.

원달리 마을
원달리 마을

섬 주민과 여행객을 위한 슬로시티 해답을 섬에서 찾기를

최근 달리도항 수변에 ‘쉬어가’ 마을 펜션이 마련되었다. 이곳은 과거에 김 가공공장이 있었던 곳이다. 이 펜션은 ‘어촌뉴딜300’으로 마련한 펜션으로 ‘달섬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펜션은 한옥스타일, 양옥스타일로 구분되어 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비수기여서인지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만드는 것보다 운영하는 일에 더 힘써야 한다. 운영 가능성을 가늠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10여 년 전 달리도 서쪽 목포구 등대가 보이는 곳에 오토캠핑장을 만든다고 할 때도 우려가 컸다. 캠핑장은 조성이 됐지만,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캠핑장 주변에 주차장도 없는데 이름은 오토캠핑장이다. 달리도를 방문했을 때 차량 한 대가 캠핑을 하고 있었다. 목포구 등대와 해남, 진도, 신안을 아우르는 시아바다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이라 위치는 최고지만 시설은 아쉽다. 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좋은 자연 자원을 이렇게 헐값에 소모해야 하는지 아쉽다. 이제 달리도 뱃길과 섬 내 교통 갈증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목포는 섬이 많지 않다. 섬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뱃길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목포가 가지고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발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목포가 그 답을 달리도나 외달도나 율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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