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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 88. 중국 타이항산에서 만난 부채꼬리딱새

  • 기사입력 2024.12.23 21:46
  • 기자명 淸峰 송영한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타이항산 봉우리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타이항산 봉우리

[현대해양] 세월은 빠르게 흘러서 절기로는 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은 이미 지나갔고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기후 변화(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가을 풍경은 예년과는 달라졌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 아직 물들지 않은 가을 풍경을 잠시 뒤로하고, 동양의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타이항산의 가을 풍광을 그리며 산둥성 제남공항으로 향했다.

타이항산은 중국 산시성과 허난성 경계에 걸쳐 있는 긴 산맥으로 2억 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부터 시작된 다양한 지질학적인 변화와 지각 활동을 거쳐 형성되었단다. 타이항산은 다양한 암석과 지질층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지구 역사상의 다양한 사건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어왔다. 타이항산은 오랜 세월 동안 융기와 함몰, 풍화, 침식과 퇴적 작용으로 형성된 다양한 바위산, 동굴, 협곡과 폭포들을 만들었다. 가을 숲은 울긋불긋 화려한 색상으로 물들어 거대한 돌기둥들과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

먼 거리에서 타이항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 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타이항산 트레킹에 참여하기로 했다. 가파른 높은 타이항산을 오르는 것은 일흔의 나이가 지난 노인으로는 신체적 한계가 심히 우려되었으나, 신비한 기암괴석이 친구가 되자고 유혹하는 산행에 우공이산(愚公移山)에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정신을 더한 마음으로 도전했다.

한구촌에서 출발한 우리의 첫날 트레킹은 외돌개, 암봉석림, 목긴여인상, 코끼리봉, 만인석, 천주쌍봉을 거쳐 왕망령에 도달하는 약 6시간 동안의 가파른 산악 코스였다. 트레킹 중에 잠깐씩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던 중 다리가 흔들리는 낙상의 위험도 경험했다. 우리는 동료 벗들의 도움과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왕망령에 도달했다. 그 와중에도 새 찾기 명수인 집사람은 계곡에서 순간적으로 날아오르는 까치를 닮은 새를 발견했다. 낯선 새이었지만 우리의 타이항산 방문을 환영하려는 듯 반기는 행동과 표정을 지었다. 천주쌍봉에 도달하여 내려다보이는 광활하고 신비로운 가을 풍광을 담은 타이항산은 올라올 때의 고통을 잊게 하였고 운해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바위 봉우리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에 감탄했다.

다음날, 우리는 교정산 입구에서 시작하여 교정산 전망대를 거쳐 ‘우주의 아들로 큰 알에서 깨어나 하늘과 땅 사이(틈, 공간)에 세상을 창조한 거인 반고(盤古)의 신화’를 간직한 태화산까지 6시간 동안의 트레킹을 시작했다.

날은 맑아서 파란 가을 하늘이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였다. 교정산 정상을 향한 걸음걸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우리는 매료되었다.

교정산 전망대에서 만난 잣까마귀
교정산 전망대에서 만난 잣까마귀

교정산 전망대에서 마주한 귀한 한 쌍의 잣까마귀에 반가운 마음에 진행하던 태화산 트레킹 걸음을 멈추고 새 관찰을 했다.

잣까마귀(Spotted Nutcracker, L-34cm)는 한반도 설악산 대청봉 등 해발 1,000~1,300m까지의 고산지대의 침엽수림 지역에 서식하는 귀한 텃새이다.

거대한 몸과 힘을 가지고 태어난 반고(盤古)는 하늘과 땅을 1만 8,000년 동안 온몸으로 떠받쳐서 온갖 생명들이 살 수 있는 세상(새, 틈)을 만들었다는 신화의 주인공이다. 새들이 날 수 있는 세상(사이)을 만든 ‘반고(盤古)’와 우리 선조들이 하늘과 땅의 뜻을 이어주는 ‘새-鳥’를 신성시했던 건국 신화들을 함께 잠시 생각해 본다.

도화곡과 비룡협을 돌아서 타이항 대협곡의 아름다운 비경 속에서 도연명의 시상을 느껴보았다. 도화(桃花) 계곡은 중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사상가인 도연명(陶淵明, 365년~427년)이 도화원(桃花源)의 바위산, 맑은 물, 푸른 숲과 꽃들이 이룩한 조화에서 영감을 받아 ‘도화 원기’를 창제하여 후대에까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꿈꾸게 하고 시적인 영감을 남겼다. 비룡협의 높은 절벽, 신비로운 동굴과 바위 계곡을 지날 즘에 바위 틈새에서 샘솟는 맑은 계곡물을 좋아하는 부채꼬리바위딱새(Plumbeous Water Redstart, L-약 14~15cm)를 만났다.

부채꼬리바위딱새(Plumbeous Water Redstart)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히말라야에서 중국, 하이난, 인도차이나 북부, 대만에서 서식하는 텃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이후 겨울철에 간간이 관찰되는 길 잃은 새(미조)이다. 꼬리를 위아래로 까닥거리며 날개를 펼쳤다 접었다 하면서 다리를 들썩이고, 빠르게 날아올라 곤충을 잡아먹는 솔딱새과의 귀여운 새다.

하늘로 통하고 하늘로 경계를 이루는 협곡, 통천협의 절벽, 맑은 물과 산봉우리를 뒤로하고 트레킹 일정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첫날의 트레킹에서 환영 인사를 나누었던 긴꼬리까치가 방긋이 작별 인사를 한다. 예쁜 입술에 붉은 곤지를 바른 듯한 모습이 예의 바른 산골 처자처럼 예쁘다. 우리 곁에 다가올 땐 걸음마다 긴 꼬리가, 마치 비단 치마를 입은 소녀가 옷자락을 치켜들듯, 땅에 닿지 않도록 주의 깊게 행동한다.

타이항산의 신화 속 거인 반고(盤古)의 정신-이타심과 포용심-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긴꼬리까치가 따스히 작별 인사하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며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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