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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19. 외국 선박을 이용한 해저 난파물 수거의 허용 여부

  • 기사입력 2024.12.17 08:47
  • 기자명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현대해양] 1. 들어가며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영해를 침범하여 불법 조업을 한다는 뉴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아가 최근 친환경 에너지가 각광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의 상당수의 연안에서 해상풍력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 선박이 국내 영해에서 작업한 것이 문제된 경우가 보도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영해 내에서의 해상 공사, 해저 지반 조사 등의 작업을 외국 선박을 이용하여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도 실무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바다가 보유한 각종 자원이 주목을 받고 해상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영해 침범과 같은 쟁점이 더욱 많이 문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소개할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 5. 7. 선고 2017도9982 판결, 이하 ‘대상 판결’)은 외국 선박을 이용하여 영해에서 난파물을 수거·매각한 행위가 「영해 및 접속수역법」(이하 ‘영해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다루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2. 사실관계

피고인 1은 피고인 2 회사를 운영하면서 ① 2015. 2. 초순경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② 2015년 8월 말경 부산 태종대 해역에서 각 침몰된 선박을 찾아 인양한 후 고철 등을 판매하여 이익을 취득하였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피고인 1이 2015. 1. 29.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된 선박의 위치를 찾기 위해 외국 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하여 해저를 조사하였다는 영해법 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하였다.

3. 쟁점

영해법 제5조 제1항 전문은 “외국선박은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한민국의 영해를 무해통항(無害通航)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외국선박이 통항할 때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것으로 본다. 다만, 제2호부터 제5호까지, 제11호 및 제13호의 행위로서 관계 당국의 허가·승인 또는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11호에서 ‘조사 또는 측량’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1은 입출항 신고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외국선박의 통항’에 해당하지 않고, 해저에 방치되어 있는 침몰선의 위치를 조사하여 이를 인양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것이 아니므로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1호의 ‘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는바, 피고인 1의 행위가 ‘외국 선박이 통항’하면서 ‘조사’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영해법 제5조 제2항의 ‘외국선박이 통항할 때’라고 함은 외국선박이 ① 영해를 횡단할 목적, ② 내수를 향하여 또는 내수로부터 항진할 목적, ③ 정박지나 항구시설에 기항할 목적을 위하여 영해를 지나서 항행하는 일체의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및 1982년 12월 10일자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제 11부 이행에 관한 협정」(이하 ‘UN 해양법협약’이라고 한다) 제18조 제1항 참조], 외국선박이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선박입출항법’)에 따라 출입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영해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i) 영해법 제5조의 무해통항의 원칙은 외국선박이 연안국의 내수를 향하여 항진하거나 연안국의 항구시설에 기항할 목적으로 항행하는 경우에도 적용되고, (ii) 선박입출항법은 영해를 항행할 때 요구되는 무해통항의 원칙과는 그 취지와 목적이 서로 다르며, (iii) 외국선박이 선박입출항법에 따른 출입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영해를 항행할 때에는 무해통항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1호의 ‘조사’는 ‘해양의 자연환경과 상태를 파악하고 밝히기 위하여 해저면, 하층토, 상부수역 및 인접대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체의 조사활동’을 의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피고인 1이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된 선박의 위치를 찾기 위해 외국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하여 해저를 조사한 것은 영해법 제5조 제2항 제11호의 ‘외국선박이 통항하면서 조사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5. 검토

공해는 연안국이거나 내륙국이거나 관계없이 모든 국가에 개방되고, 선박은 공해에서 국적과 관계없이 항행의 자유를 갖는다. 반면, 영해에서는 공해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고 외국적 선박은 무해하게 영해를 행해할 수 있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된다. 우리나라도 영해법을 제정하여 UN 해양법협약을 국내법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해법 제5조에서는 무해통항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에서 열거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되지 않음을 밝히면서 관계 당국의 허가·승인 또는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피고인 1은 본 사안에서 선박입출항법에 따른 입항 및 출항에 대한 신고를 하였으므로, 관계 당국의 허가 승인 또는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무해통항권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선박입출항법은 영해법과 그 입법 목적과 취지를 달리 할 뿐 아니라 출입신고는 무역항의 수상구역 등에 출입하는 경우에 필요한 절차에 불과하여 선박입출항법에 따른 출입신고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외국적 선박에 의한 조사 또는 측량 행위가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대법원이 지적한 것처럼 외국선박이 영해에서의 조사활동을 통하여 해양의 자연환경과 상태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이러한 정보는 향후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하는 데 활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외국 선박이 우리나라 영해에서 해저 조사를 실시하고자 한다면, 영해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관계 당국의 허가·승인 또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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