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인 시월 상달 징검다리 휴일을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삼대(三代) 가족 홋카이도 여행’을 위해 홋카이도 치토세공항으로 향했다. 북한에서 새벽에 띄워 보낸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우리가 탄 비행기는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지체되어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 그러나 홋카이도 치토세공항까지의 비행은 원활하고 순조로웠다.
인천공항을 떠날 땐 맑은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하였으나 치토세공항에 도착할 땐 굵은 빗방울이 비행기 유리창을 적시고 있었다.
‘삼대 가족 홋카이도 여행’을 위해 독일에 사는 아들 가족(손자·손녀 포함 네 사람)은 독일의 가을 축제 기간을 활용하여 서울로 14시간을 날아왔고, 서울에 사는 딸 가족 넷을 합하여 우리 둘은 모두 열 사람의 ‘삼대 가족 홋카이도 여행단’을 꾸렸다.
홋카이도(면적-83여㎢, 인구-520만 명)는 일본 열도에서 북쪽(북위 42도~45도)의 섬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역사, 문화, 생태, 관광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짧은 여행 기간과 어린이를 포함하는 가족 여행임을 고려하여 이번 여행 중의 탐방 장소는 1972년 동계올림픽의 개최지인 삿포로시, 한반도의 동해와 접한 삿포로 인근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인 오타루항구 그리고 유황 가스가 분출하는 지옥 계곡, 살아있는 분화구와 호수, 야생 곰의 서식지, 노천온천 등으로 잘 알려진 노보리베츠 지역으로 했다.

이른 아침 먼동에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나는 아들과 함께 산책과 명상을 위하여 삿포로 豊平川(삿포로 강)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독일에서 사는 아들과 함께 걸으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부자(父子) 간의 시간이었다. 삿포로 강둑길 숲에서 딱따구리의 먹이활동을 위하여 잣나무를 부리로 찍어대는 굵직한 ‘딱, 딱, 따 따 딱’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오색딱따구리(Great Spotted Woodpecker, L24cm)였다. 올봄 팔당호수 주변 야산에서 촬영했던 한반도의 오색딱따구리(Great Spotted Woodpecker, L24cm)의 깃털 무늬와 색상이 매우 닮았다.
한반도와 홋카이도는 동해를 사이에 두고 약 1,000km나 떨어져 있으며, 두 지역은 그들의 서식 환경이 확연히 다른 곳에서 대대로 텃새로 살아온 오색딱따구리들이 서로 닮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색딱따구리는 유럽에서 오호츠크해 연안, 중국, 사할린, 한반도, 일본, 인도차이나 북부에 이르는 광범한 지역에서 서식한다. 지리적으로 24 아종으로 나눈다. 분포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이가 있어 중간 형태를 띠는 개체군이 많다.
새들은 먹이 변화에 대응하여 소화기관을 적응시키거나 서식지의 변화에 대응하여 깃털의 색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먹이의 풍부도에 따라서 번식 시기를 조정하거나 서식지의 변화에 따라 이동 경로를 변경하기도 한다. 변화된 환경에 따라 적응, 진화, 변이하는 것은 새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도록 하는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는 태평양과 접하고 있는 아담한 노보리베츠의 한 어촌 마을에서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생선 초밥으로 여행자의 허기를 면하고, 해변의 작은 무인도에 앉은 한 무리의 가마우지(Temminck’s Cormorant, L80~92cm)를 목격하였다. 가마우지는 러시아의 극동, 사할린, 한반도 지역에 국지적으로 서식한다. 민물가마우지와 달리 내륙 호수 또는 강에서 서식하지 않고 바닷가 암벽이나 무인도의 바위 절벽에서 무리를 이루어 번식한다.
노보리베츠는 ‘지옥 계곡’이라고 불리는 ‘지열 지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열 지대는 온천과 함께 다양한 자연의 ‘지열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겨울에는 눈 덮인 지열 지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삼대 가족의 홋카이도 여행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 제안되었다. 지구의 반대쪽에서 살아가는 양쪽의 가족들은 지리, 사회, 교육, 생각, 관심, 문화와 예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행 중 한 저녁 시간에 손자와 손녀들이 온 가족을 모이게 하고 그들의 ‘춤과 음악’을 곁들인 조그마한 즉석 공연을 펼쳤다. 마치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과 같이 정다운 모습이다. 작은 즉석 공연은 그들이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차이를 극복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희망의 씨앗으로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