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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18. 선박 침몰은 적하보험의 고지의무 대상이다

  • 기사입력 2024.11.21 08:40
  • 최종수정 2024.12.12 09:54
  • 기자명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현대해양] 1. 당사자

서울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6나8789, 2016나8796 판결
원고(반소피고) H사(보험회사)
피고(반소원고) A사(수입업자)

2. 사실관계

피고는 E회사로부터 원목 140개(‘이 사건 화물’)를 수입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기선 B(‘이 사건 선박’)는 솔로몬제도에서 이 사건 화물을 싣고 부산항으로 출항했다. 이 사건 선박이 인천항을 거쳐 부산항으로 운항하던 중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 중이던 바지선 ‘C’와 충돌해 이 사건 선박의 좌측면 일부가 파손되었다(‘이 사건 사고’). 이 사건 선박은 흑산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D은행은 피고를 대행하여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해 적하보험계약(‘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보험증권에는 “멸실 여부를 불문하고 위험이 부보된다”(to be assured, lost or not lost),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법과 관습이 적용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이 사건 약관’)라고 규정되어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한 보험금 2억 7,000만 원을 청구하였다.

3. 쟁점

[1] 준거법이 영국법인지
[2]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

4. 판결

[1] 이 사건 보험증권에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법과 관습이 적용된다”는 이 사건 약관이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약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 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책임의 문제에 관하여는 영국법이 적용된다.

[2]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영국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 관련 규정은 “이 조항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피보험자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하며, 통상적인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만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피보험자가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이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1항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살피고,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살핀다.

이 사건 사고의 정도 및 선박 충돌 사고의 빈도나 선박 충돌 사고 시 이 사건 화물의 회수 가능성을 종합하면, 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사정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가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의 업무대행자인 F가 “선박 충돌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 선박의 입항이 늦어질 것이다”고 전해 들은 점, F가 이를 피고의 직원에게 전달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사고 발생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한편 영국해상보험법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취소권의 행사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영국 판례에 의하면 보험자는 위반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또한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이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영국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 그 상당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우리 「상법」 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에 상응하는 1개월 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5. 결론

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취소권행사기간 내에 적법하게 취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채무부존재를 구하는 원고의 본소청구를 받아들였다.

중요한 쟁점은 보험계약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이 사건 침몰사고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1906년 제정된 영국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은 제18조 2항에서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모두 중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법원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판단을 요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선박에 파공이 발생하였고, 선원이 모두 탈출한 사실, 이 사건 화물이 모두 물에 뜨지 않는 무거운 목재들인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선박의 침몰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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