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수산업의 큰 축인 근해어업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어 빠른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서 내년도 감척 수요를 조사한 결과 소속 어선 136척 중 74척(54%)이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형트롤은 38척 중 무려 34척이 감척을 희망했다. 4척만 어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반면 다수가 감척을 요구한 것. 과반을 넘어 절대 다수가 어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조업환경이 나빠지고 인건비, 유류비 등 고정비용 상승으로 경영 악화가 심화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철망을 하거나 배를 묶어두는 날이 많다 보니 차라리 어업을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대형기저수협에는 대형외끌이, 대형쌍끌이, 대형트롤어업 선주(어업인) 1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대형기저수협에서 생산하는 어획물로 외끌이는 참조기, 눈볼대, 가자미, 아귀 등이 주이며, 쌍끌이는 오징어, 삼치, 갈치, 병어 등이, 트롤은 오징어, 갈치, 민어, 병어 등이 주어종이다. 작년 생산액은 2,940억 8,215만 원이었다.
대형선망업계는?
대형선망업계는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형선망수협은 적기시정수협에 지정됐다. 업계에서 ‘대기업’이라 불리던, 대형선망선을 최소 6척(1통) 이상 가진 사업자들로 구성된 대형선망수협이 적기시정수협에 지정됐다는 소식에 수산업계가 놀라고 있다.
국내산 고등어의 80%를 공급을 담당하는 대형선망수협은 금어기와 금지체장 적용을 완화해 달라며 “TAC규제를 지키며 수산자원을 관리해도 수입 수산물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는 이윤 창출이 힘들다”고 호소해왔었다. 대형선망수협은 올해 고수온 여파로 해파리가 혼획되고 기상악화로 조업일수가 급감하는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대형기저수협, 대형선망수협과 함께 부산공동어시장에 본소를 두고 있는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도 마찬가지다. 대형기저수협은 서해~남해 해역에서 중형 저인망어선을 이용해 어업활동을 하는 외끌이, 쌍끌이 어업인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수협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경상북도와 울산광역시의 경계와 해안선의 교점에서 방위각 107도의 연장선 이남과 이서의 해역에서 중형저인망어업을 하는 어업인들의 수산업협동조합이 바로 이 수협이다.

서남구기저업계는?
서남구기저수협 조합원 구성은 2023년 현재 외끌이 42명(42척), 쌍끌이 9명(9통(1통은 2척으로 이뤄진다))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주로 부산, 울산, 사천(삼천포), 여수 등에서 조업을 하며 눈볼대, 줄가자미, 민어, 가자미류, 아귀 등을 잡는다.
서남구기저수협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일본 EEZ 입어 가능여부이다.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2016년의 입어조건에 대해 협의하는 한일간 어업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2016년 7월 1일 이후 양국어선은 각각 상대국 수역에서 전면 철수해 7년째 조업을 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신어업협정의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을 벗어나는 일일뿐만 아니라 신어업협정의 근간을 훼손하는 막대하고 중대한 일이라는 것이 서남구기저수협의 입장이다. 여기에 유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선원 구인난 등과 맞물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폐업하고 싶어하는 조합원도 폐업하면 빚더미에 앉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돌려막기식으로 버티는 이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2016년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되면서 어장이 축소돼 조업환경이 악화된 게 한두 해가 아니다. 한일 양국은 1999년 1월 22일 (신)한일어업협정 이후 매년 협상을 통해 조업척수, 어획할당량, 조업수역, 조업기간 등 다음 연도 상대국 EEZ 입어조건에 대해 협의를 마친 뒤 상대국에 교차 입어했었다. 그런데 2016년 6월 이후 어업협상 중단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 일본 측에서 매년 해야 할 어업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측이 적극 나서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기선권현망·근해채낚기업계도
기선권현망업계와 근해채낚기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와 올해 1~8월까지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기선권현망은 23.6%, 근해채낚기는 19.4% 각각 감소했다. 생산액은 △기선권현망 23.6% △근해채낚기는 21.2% 감소했다. 여기에 △대형선망 17.3% △대형쌍끌이 35.4% △대형트롤 16.1% △중형서남구쌍끌이가 32.8% 감소했다. 근해어업의 총체적 난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연출됐을까? 기후변화에 따른 고수온화와 어장환경 변화, 어류 어획 변동, 자원량 감소, 각종 규제로 인한 어획량 축소, 인건비 등 고정비 상승 등이 주원인으로 꼽한다. 이처럼 근해어업 어선들의 연쇄 폐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업 생산성 악화, 고정비용 압박 등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어업에서 희망을 잃고 ‘감척을 통한 어업 탈출’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여기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얼마 전 감척 대상에 선정된 트롤 선주 A씨는 “감척 대상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감척을 위해 조업일수를 늘리고, 어획량을 늘리는 등 감척 대상에 선정되기 위해 타산이 맞지 않는 조업을 감행해야 하는 모순되는 행위를 했다는 것. 업계에서는 감척에 선정되는 선장이 유능한 선장으로 불리는 실태다. A씨는 “감척 안 하면 거래처 결제도 못해줄 판이라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감척 대상자로 선정된 어업인에게 감정평가로 산정된 평년수익액 3년분의 100%에 해당되는 폐업지원금, 어선원 생활안정자금(선원 통상임금 고시액의 최대 6개월분) 등의 감척지원금을 지급한다.

동경 128도 이동조업 해법 나와야
근해업계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형기저수협은 새 어장 개척을 통한 조업구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형기저업계는 조업구역 축소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경 128도 이동조업 금지조항에 걸려 황금어장인 동해퇴(옛 대화퇴)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업계의 주장이다. 대형트롤은 해양수산부령인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에서, 대형기선저인망어선은 대통령령인 ‘수산업법 시행령’에서 각각 동경 128도 이동조업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임정훈 대형기저수협 조합장은 “중국, 일본을 견제하고 어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형트롤과 대형쌍끌이 어선이 한일공동수역 중 동경 133도 이동 동해퇴(북대화퇴)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은 동경 128도 이동조업 금지조항에 묶여 동해에서 조업하지 못하고, 중형기선저인망은 어선 규모, 냉동시설 미구비 등의 이유로 동해퇴까지 진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기저수협에서는 중·일 어선이 조업하는 연 3~4개월만이라도 대화퇴 어장 입어를 허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불합리한 대형기선저인망 금지구역선과 대형트롤 금지구역선 설정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고 있다. 즉 축소된 어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 3~4년 전 대형트롤어선 ‘133도 이동 동해퇴’ 진출 건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논의 시도가 강하게 제시됐었다. 약 2개월간의 논쟁과 동해안 어업인, 지역구 국회의원, 해당 지자체 단체장까지 나서 반발하는 통에 논의가 중단됐다. 동해안 연안 어업인, 동해구 트롤업계 등의 반발로 논의 자체가 죄악시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해수부 어업정책과 관계자는 “동해안 어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건드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공조조업 등으로 신뢰를 잃은 트롤업계 등의 신뢰회복과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경 128도 이동조업 중재안
중재안도 있다. 한수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대화퇴 조업으로 이익을 얻는 어민들이 이익의 일정율을 동해안 수산 발전 기금으로 내놓는 이른바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기저수협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지난달 국감에서도 다뤄졌다. 서천호 의원(국민의힘, 경남 사천·남해·하동)은 대형기선저인망어업이 동경 128도를 기준으로 동쪽에서 조업할 수 없게 돼 있는 규정을 개정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서 의원은 “대형기선저인망어업은 국내 연안어업 생산량의 7%, 근해어업 생산량의 20%를 담당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조업구역 어종이 북상하고 있지만 기존 규정에 묶여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현행 조업선박의 54%인 74척이 감척을 희망하고 있어 이대로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기구 농해수위원장(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시)은 “이는 8년째 중단된 한·일어업협정과도 연관된 문제”라며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올해 해법을 찾고 한·일어업협정 협상을 끝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자원량이 줄고 어장 또한 한정적인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신어장 개척과 어장 확장이다. 어장 확장을 위해서는 한일어업협상이 원만히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규제 완화와 감척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딱딱한 규제를 완화하고 감척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수부, “감척에 집중한다”
해수부는 연근해어업의 경쟁력 제고와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지난 2019년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19~2023)’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매년 ‘근해어선 감척 시행계획’에 따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83척을 감척했다.
올해는 ‘제3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24~2028)에 따라 근해채낚기 31척, 근해자망 20척 등 10개 업종 79척을 감척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28년까지 근해 어선 524척, 연안 어선 1,500척을 감척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이 계획에 따라 근해업종 순수익률 증대(19.9%→34%)와 수산물 자급률 개선(71%→79%)을 기대하고 있다. 어획 강도가 큰 근해어업 중심으로 감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감척 수요를 다 감당하지는 못한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엽회장을 지낸 김성호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특별감척 예산으로 1조 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훈 국립부경대 수산경영학과 교수는 “국가적으로 20~30년 감척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5~10년 단기간에 끝내는 감척을 해야 한다. 퇴장이 용이하도록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주장했다.

“감척, 만능키 아냐”
반면에 감척이 만능키가 아니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정 수준의 어선세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산물 자급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감척에 몰두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감척을 감행한 어업인 B씨는 “나는 더 버티지 못해 감척을 신청했지만 감척이 계속되면 되면 전후방산업 다 망한다. 선원 일자리는 물론, 기자재, 냉동창고, 항운노조, 유통 탑차 운전자, 어시장 진열 부녀반 등 관련 전후방 산업에 큰 충격이 간다”며 “실제로 요즘 원양어선은 국내 수리조선소가 없어 중국 가서 수리하는 걸로 안다. 감척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척 목표를 수산자원량 회복에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는 목소리가 있다.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관은 “자원량 평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감척 목표를 수산자원량 회복에 두면 꼬이기 시작한다. 경제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입법조사관은 “감척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무조건 배를 줄이면 회복하기 어렵다. 수산물 자급률이 감소해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석근 제주대 수산생명과학과 교수는 “어선수를 줄이는 감척사업으로 장기적으로 연근해 어획고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다”라고 꼬집었다.
유 입법조사관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조조정은 단순감축이 아니라 잔존 어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으로, 어선수 조정, 어장 개발과 재배치, 어구어법 개발, 선박 규모화, 어업허가 조정 등을 포함한다.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근해어업의 몰락을 막기 위해 신어장 개발과 확장 등 어업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