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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17. 종합물류계약의 법적 성격과 손해배상책임

  • 기사입력 2024.10.20 11:23
  • 기자명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현대해양] 1. 들어가며

물류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가 바로 컨테이너이다. 표준적인 형태의 컨테이너가 도입된 이후로 화물을 하나의 운송수단에서 다른 운송수단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는 기존 Tackle-to-Tackle을 기초로 한 해상운송 기반의 운송시장을 Door-to-Door를 기초로 한 복합운송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물류회사들은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운송 외에도 그에 부수한 화물 보관, 통관, 검수 등 다양한 물류 업무를 인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화주와 종합물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소개할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9다213009 판결, 이하 ‘대상 판결’)은 물류회사가 운송 및 그 제반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종합물류계약을 불이행한 사안에서 종합물류계약의 법적 성격 및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2. 사실관계

먹는 샘물을 생산하는 지방 공기업인 원고는 판매권역을 A권역(강원권 및 수도권 일부), B권역(영남권), C권역(나머지 수도권 지역, 충청권 및 호남권)으로 나누어 각 판매권역별 물류운송에 관한 사업자를 모집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 중 일부(이하 ‘갑 컨소시엄’)와 A권역(인천항 또는 평택항을 통하여 강원권과 수도권 일부에 제품을 운송)에 관한 물류운영용역계약을, 나머지 피고들(이하 ‘을 컨소시엄’)과 C권역(완도항과 녹동항을 통하여 호남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제품을 운송)에 관한 물류운영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이들 물류운영용역계약은 복합운송뿐만 아니라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나아가 물류정보의 활용 등 일체의 물류 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그런데 갑 컨소시엄과 을 컨소시움 모두 원고와 체결한 물류운영용역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는 제3자를 통하여 제품을 운송하였고 피고들에 대해서는 대체 운송에 따라 발생한 추가 비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원고의 청구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단기 제척기간을 도과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는 본안 전 항변을 하였다. 원심은 대체 운송을 의뢰하여 발생한 비용은 상법 제816조 제2항의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불분명하거나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른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은 갑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해상운송구간이 육상운송구간을 현저하게 초과하므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1년의 제척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판시하였다. 한편, 을 컨소시움에 대해서는 대부분 육상운송 거리가 해상운송 거리를 초과하므로 육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을 적용하여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항변은 이유 없다고 보아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하였다.

3.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복합운송계약이란 운송물을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 중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운송수단을 결합하여 운송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면서, 당사자 사이에 복합운송뿐만 아니라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나아가 물류정보의 활용 등 일체의 물류 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내용의 종합물류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복합운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복합운송 과정에서 운송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운송인에게 어느 운송수단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문제되고, 이때 복합운송인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나(상법 제816조 제1항), 어느 운송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 또는 손해의 발생이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되, 운송거리가 같거나 가장 긴 구간을 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운임이 가장 비싼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므로(동조 제2항),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불분명하거나 그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할 수 없는 경우, 해상운송 구간이 가장 길다면 해상운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법리를 설시하였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해상운송구간이 긴 갑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의 1년의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소를 제기하였다고 본 반면, 육상운송구간이 긴 을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4. 검토

상법 제816조 제1항은 해상운송인이 인수한 운송구간에 해상 외에 다른 운송구간이 포함된 경우를 복합운송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물류운영용역계약은 운송 업무 외에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물류정보의 활용 등 물류 업무 일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소위 종합물류계약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계약 해석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지만, 당해 계약에서의 핵심적 업무가 화물의 복합운송인 이상 다른 업무들은 화물을 원활하게 목적지까지 운송하기 위한 부수적인 업무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위 물류운영용역계약은 대상 판결과 같이 복합운송계약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문제되는 종합물류계약의 성격을 복합운송계약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경우라면, 물류회사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상법 제816조가 적용될 것이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되, 어느 운송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나 손해의 발생이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 혹은 가장 긴 구간을 정할 수 없다면 운임이 가장 비싼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상법 제816조의 문언상 종합물류계약 하에서 운송이 아닌 화물의 포장, 보관 등 다른 물류 업무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물류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나 권리행사기간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법률을 적용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이는 현행법상 복합운송인의 책임 구조와도 맞물리는 문제로서 추가적인 연구와 더불어 입법적인 해결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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