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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80. 한 번도 오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

오천항 2

  • 기사입력 2024.10.22 16:52
  • 기자명 김준
충청수영 영보정에서 바라본 오천항
충청수영 영보정에서 바라본 오천항

[현대해양] 기타를 든 한 여성이 언덕을 오르면서, 같이 온 친구에게 “여기가 시원하게 앉아 놀기 좋은 최고 명당이야. 천국이 따로 없어”라고 자랑한다. 오천항으로 들어서기 직전 충청수영에 있는 영보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영보정에서 본 오천항은 정박 중인 어선, 낚싯배와 푸른 하늘, 섬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항구다. 하지만 낚시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인근 대천항이라면 잘 알지만, 오천항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도 그 여성처럼 한 번도 와보지 않는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오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미항이다. 그래서 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가을로 가는 길에 만난 짜증나는 폭염이지만 신발을 벗고 영보정에 앉으면 곧 땀이 식는다.

충남 지역 수산업과 양식어업 출발지

보령은 조차가 인천보다 작지만, 목포나 군산보다 크다. 북쪽은 팔봉산에서 천수만으로, 동쪽은 홍성과 보령에서 천수만으로 하천이 흘렀다. 천수만과 서해가 만나는 길목에 월도, 육도, 허육도, 추도, 소도 그리고 원산도, 장고도, 고대도 등이 있다. 모두 좋은 갯벌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리고 천수만은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조류 소통이 좋고, 파도도 높지 않다. 서해로 회유하는 어류와 토착성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천연어장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천수만의 모항이었던 오천항은 일찍이 충청 지역 수산업을 이끌었다. 그 출발은 1931년 오천 지역에 충남수산보습학교가 설립되면서다. 또 당시 최고의 양식어업이었던 해태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도 이루어졌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초 수산교육기관은 1915년에 설립된 군산공립간이수산학교이며, 1917년에는 여수공립간이수산학교가 설립되었다. 해태기술자란 오늘날 김 양식 어업인을 말한다. 당시 해태양식은 갯벌에 기둥을 세우고 김발을 묶는 지주식이나 싸리나무나 나뭇가지를 갯벌에 꽂아 양식하는 섶 양식이었다. 섬진강 하구에서 시범 운영된 해태양식은 이후 낙동강, 천수만 등 강 하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아쉽게 천수만과 이어지는 크고 작은 하천이 서산 A, B지구 방조제, 홍성방조제, 송도방조제, 보령방조제, 대천방조제 등으로 막혔다. 또 보령화력발전소 등이 만들어지면서 해양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보령시 천북면과 오천면을 잇는 보령방조제
보령시 천북면과 오천면을 잇는 보령방조제
오천항으로 들어오는 잠수기어선
오천항으로 들어오는 잠수기어선

그럼에도 오천항은 일반인보다는 낚시인에게 널리 알려진 어항이다. 원산도와 삽시도와 효자도 일대에서 가을 주꾸미 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오천항으로 몰려와 주차할 곳이 없다. 주꾸미는 서해와 남해의 수심이 낮은 연안에 서식하는 1년생 해양생물이다. 보통 5월 전후 태어나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성장해 다음 해 봄 무렵에 성체가 되어 산란한다. 주꾸미 한 마리가 최대 4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그래서 5월부터 9월까지는 금어기로 지정해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8천 톤 정도 어획되던 것이 최근에는 4,000여 톤으로 감소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꾸미 전체 어획량의 40% 정도는 비어업인이 잡는다고 한다. 주꾸미잡이 어항으로 서해에서는 인천 연안부두, 안면도, 홍원항 그리고 오천항을 꼽는다.

천수만 섬들을 품은 포구

오천면은 오천항이 있는 소성리 외에 교성리와 영보리와 오포리 등 본토(육지)와 16개 유인도와 67개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충남 지역 유인도 34개 중 외연도, 녹도, 호도, 삽시도, 원산도, 장고도, 고대도, 효자도, 월도, 육도 등 대부분 섬 주민들이 오천항을 통해 뭍으로 오갔다. 육지였던 안면도는 조운선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천수만과 서해 사이 운하를 만들면서 섬이 되었다. 그리고 1970년 안면연륙교가 개통되었고, 1997년 77번 국도로 이어지는 안면대교로 대체되었다. 안면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 오천항의 역할은 더욱 컸다. 그리고 보령방조제가 막히기 전에는 많은 배들은 내륙 깊이 광천시장 앞 옹암항까지 올라갔다. 독배마을이라 불렸던 옹암리는 토굴새우젓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오천항에서 옹암항까지는 직선거리 10km 남짓, 물길로는 12km 정도다. 독배마을은 1970년대까지 100여 척의 어선이 오갔고, 외지에서 들어온 배도 50여 척에 이르렀다. 당시 정월 보름 무렵이면 독배마을에서는 어항제가 개최되었다. 한해 풍어를 기원하는 마을의례였다. 당시 천수만과 안면도 인근은 조기와 젓새우 어장이 형성되었다.

청수영과 영보정이 있는 소성리마을 표지석
청수영과 영보정이 있는 소성리마을 표지석

오천항은 서쪽에 안면도가, 동쪽에 보령과 홍성이 있다. 그리고 북쪽으로 서산 A, B지구 간척지가 있다. 남쪽으로는 서해와 이어지는 물길이 열려 있고 그 사이로 원산도가 가로로 놓여 있다. 서해를 따라 올라온 물길은 천수만을 거쳐 오천항을 따라 광천읍까지 올라갔었다. 보령방조제가 막히기 전에 일이다. 그 당시 오천항은 천수만의 모항이었고, 충남 지역 섬주민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다. 지금은 대천항의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해 원산도, 효자도,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외연도, 녹도, 호도 등을 오간다. 다만 월도, 육도, 허육도, 추도, 소도, 안면도 영목항, 원산도 선촌항만 오천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이용한다. 최근에는 대천에서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육로가 개발되면서 해로 중심의 지역은 크게 쇠퇴하고 있다.

잠수기 어선에서 키조개를 운반하는 모습
잠수기 어선에서 키조개를 운반하는 모습
키조개를 손질하는 주민
키조개를 손질하는 주민

맛있고 싱싱한 키조개를 먹고 싶다면

오천항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오천면 소성리과 천북면 하만리 사이로 흐르는 광천천을 막은 방조제다. 이 방조제는 길이 천 미터에 이르는 보령방조제로 농지과 농업용수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방조제 밖은 천북 마리나가 자리를 잡았다.

오천항을 대표하는 수산물은 잠수부가 직접 바다 속에서 캐온 자연산 키조개다. 잠수기어업은 1911년 조선총독부 고시로 시작된 어업이다. 이 이업은 잠수부가 잠수복, 투구, 납, 신발, 공기압축기, 공기 공급용 호수, 사다리, 통신기 등 장비의 도움을 받아 갈퀴, 칼, 작살 등을 이용해 패류, 정착성 수산동식물을 잡거나 채취하는 것이다. 이때 원칙적으로는 분사기를 사용할 수 없다. 보통 배를 운전하는 선장, 물속에서 잠수복을 입고 작업을 하는 잠수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 위에서 공기 호스나 채취한 해산물을 정리하는 일을 돕는 사람이 타기도 한다. 잠수기 어업의 주요 대상 해산물은 개조개, 키조개, 해삼, 멍게, 바지락, 우렁쉥이, 해삼, 성게, 전북, 문어, 미역, 홍합, 굴, 소라 등이며 양식하지 않는 것이라야 한다. 이중 개조개나 키조개는 총허용어획량을 지정받는다.

껍질을 벗긴 키조개와 손질한 관자
껍질을 벗긴 키조개와 손질한 관자
키조개 두루치기
키조개 두루치기

잠수기어업 조업 구역은 강원도에서 부산과 경상도까지를 관할하는 1, 2구 잠수기수협과 여수에서 전라, 충청, 경기를 아우르는 3, 4 구 잠수기수협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 오천항 서해지소는 3, 4구 잠수기수협에 속하며 본점은 여수에 있다. 서해지소 조합원 37명 중 15명이 오천항에 선적을 두고 있다. 한때 잠수기어업은 어선어업 중 호황을 누리던 직종으로 경영도 좋았고 배당자금도 높았다. 하지만 양식어업이 발달하고 조업장소도 제한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래 잠수기어업은 강원(1구), 경북(2구), 부울경(3구), 전남(4구), 전북과 충남과 경기 연해(5구)로 구분했다. 잠수기수협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역을 조정하면서 5구역은 3, 4구역으로 합병되었다.

한때 충청 수산업과 뱃길의 중심이었던 오천항은 그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그나마 방문객들이 멈추지 않는 것은 낚시객, 충청수영, 갈매못 등이 있기 때문이다. 오천항을 즐긴 후 찾는 먹거리는 키조개가 단연 으뜸이다. 뱃머리 바닥을 노랗게 칠한 잠수기 어선이 포구에 닿자마자 수협 직원이 나와서 채취한 키조개 양을 기록한다. 배 한 척당 채취해야 할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차에 실려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작업장에서는 키조개 조가비를 열고 관자를 꺼내서 냉동 보관한다. 오천항 키조개가 싱싱하고 맛이 좋은 이유다.

오천항은 대천항처럼 많은 여행객이 찾거나 홍원항처럼 수산물이 모이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충청수영과 갈매못을 찾는 마니아가 있다. 이들이 즐기는 것이 자연산 키조개 음식이다. 물론 여느 포구처럼 장어, 우럭, 농어, 도미, 간재미 외에 대하, 전어, 꽃게, 주꾸미, 소라, 갑오징어 등도 철에 맞춰 구색을 갖추고 있다. 그래도 오천항에서 으뜸은 키조개다. 아예 회, 데침, 무침, 두루치기 등 모두 먹고 싶은 결정장애 방문객을 위해 코스요리를 준비해두고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칼국수에서도 키조개를 찾을 수 있다.

오천항 입구
오천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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