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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 86. 옥산(玉山)에서 만난 흰 수염 웃는 새

  • 기사입력 2024.10.22 16:53
  • 기자명 淸峰 송영한
신비한 옥산(玉山)의 아침 경관
신비한 옥산(玉山)의 아침 경관

[현대해양] 올 춘분(春分)이 가까운 어느 날, 타이완 아리산(阿里山)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이 코로나 팬데믹 전이었던 2019년 1월에 이어 아리산 국립공원으로 두 번째 여행길이다.

타이완 아리산 국립공원은 타이완의 남쪽 지역에 있는 타이완 최고봉인 옥산(玉山-3,952m)을 포함하여 해발 3,000m 이상의 50여 개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였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져 많은 등산객과 자연 애호가들이 방문하기를 갈망하는 산행 장소이다.

아리산 국립공원은 오래된 삼나무, 편백나무, 소나무 등이 짙은 숲을 이루고 있다. 솔 향기와 편백나무, 삼나무 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이 그윽하여 방문자들에게 상쾌한 산책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리산 국립공원에는 일본통치 시대였던 1912년에 삼림 열차 노선(11.6km, 6개 역)을 건설해 산꾼들이 벌목한 목재의 운반 목적으로 사용했다. 공원 측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방치되어 오던 삼림 열차 시설들을 보완하고 개량하여 삼림 보호와 관광목적으로 훌륭하게 사용하고 있다.

1912년에 완공된 아리산 삼림 철도(11.6km)
1912년에 완공된 아리산 삼림 철도(11.6km)

아리산 공원은 고도에 따라 다양한 동식물들이 생존하는 서식지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대만의 대표적인 동물인 포모사 ‘붉은 판다’와 타이완 ‘블랙 베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중국의 전승 신화에 의하면 옥산(玉山)에는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재림해 있고 그는 천상의 제국을 지배하고 지상의 모든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간들은 믿고 있었단다.

날씨가 맑은 날에 운이 좋은 사람과 함께 아리산 공원을 방문하면 ‘붉은 판다’와 ‘블랙 베어’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기대했지만, 그런 행운을 가진 일행은 없었다. 아리산 공원은 타이완의 해안 지대부터 고도 3,500여m의 고산에 이르는 다양한 자연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해양 갯벌에는 아열대성 나무들이 맹그로브 숲을 이루었고 여러 해양성 철새가 먹이 사냥을 위하여 분주하게 날고, 간간이 철새 떼는 검은 날개 아래 숨겨 두었던 은빛 속 날개를 펼쳐 맑은 하늘에 카드섹션을 그린다. 그림과 율동이 옥색 바다와 잘 어울려 아름답다.

갯벌의 신사, 키가 큰 장다리물떼새, 뒤부리물떼새, 예쁜 붉은부리제비갈매기, 한반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등의 해양성 철새들을 뒤로하고 아침 일찍 아리산 공원의 최고봉 옥산으로 향했다. 해수면에서부터 시작하여 해발 3,500여m의 옥산에 이르는 큰 고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신체 조건에 알맞은 적응 노력이 필요했다. 산악 도로의 험악한 상태, 고도에 따른 변화무쌍한 날씨 등으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휴식과 중간 탐조 시간을 갖게 되었다. 큰 바위산이 우르르 쏟아져 내릴 듯한 아찔한 절벽을 몇 개나 지나서 해발 2,500m, 가동 계곡에 도달했다. 근처 아리산 차밭이 계단식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차밭에서 높은 야자수 꼭대기에 앉은 귀한 새인 관(冠)수리(Crested Serpent Eagle)와 오색조(Taiwan Barbet, 22cm)를 만났다.

저녁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밤새 그쳤고 검은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빼쪽이 얼굴을 내민다.

아리산 차밭에서 만났던 관(冠)수리-Crested Serpent Eagle, L55cm
아리산 차밭에서 만났던 관(冠)수리-Crested Serpent Eagle, L55cm
흰 수염 웃는 새-White-whiskered Laughingthrush
흰 수염 웃는 새-White-whiskered Laughingthrush

아리산 일출을 만나기 위하여 일찍 일어났다. 안개와 흐린 날씨로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하산 길에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쏟아지는 아침 빛 내림을 만났다. 자연의 신비함에 감동과 함께 옥산에서 이어지는 자연과 생명의 영감을 받았다.

빛 내림이 멈춘 자리에 2019년 1월에 만났던 ‘흰 수염 웃는 새-White-whiskered Laughingthrush’가 큰 바위에 앉았다. 마치 나를 기다리는 듯이!

대부분의 야생 새는 사람과의 필요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람의 존재에 민감하다. 대만의 원시림에서만 발견되는 이 새는 독특한 얼굴의 흰 구레나룻 깃털 모습과 같이 사람과의 가까운 사이로 특별하다.

이 새는 옥산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과의 조화와 행복을 사람에게 상기시켜 준다. ‘흰 수염 웃는 새-White-whiskered Laughingthrush’는 자연과의 조화와 여유로움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옥황상제를 만난 것 같은 안정감과 기쁨을 느꼈다.

이 새의 얼굴에 그려진 흰 구레나룻은 마치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이 새의 흰 구레나룻 깃털은 누가, 어떻게 그렸을까? 옥산의 옥황상제가 그려주었을까, 아니면 옥황상제의 구레나룻 수염을 흉내 내어 스스로 진화하였을까? 소녀같이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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