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가 세계 1위라고 한다. 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간하는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2023년 통계는 나오지 않음)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순식용 공급량은 63.5kg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밝힌 전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 20.7kg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은 세계 평균 3배 이상의 수산물을 섭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수산물 소비 세계 1위’라는 내용의 기사가 언론에 자주 보도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해양수산부가 제공하는 각종 기고, 칼럼, 보도자료에도 엉터리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 언론 등에서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FAO의 Food Balance Sheet(2021)에서는 수산물에 대한 1인당 연간 식용 공급량은 아이슬란드 87.71kg, 몰디브 80.43kg, 키리바시 74.33kg, 마카오 69.21kg, 홍콩 65.84kg, 포르투갈 59.41kg, 한국 55.64kg 순으로 집계하고 있다. 일본은 45.12kg, 중국은 39.89kg이다.
해수부와 언론이 인용하는 수치는 왜 사실과 다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수급표’에서 제공하는 ‘순식용 공급량’에 사료로 이용되는 비식용 물량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식품류의 소비량은 정확히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생산량, 수입량 전년 재고량을 합쳐 ‘총공급량’을 정의하고, 여기서 수출량, 유통과정에서의 감모량을 차감해 식용 공급량을 발표하고 있다. 이 ‘식용 공급량’에서 내장 등 비가식(non-edible) 부위를 제외한 것이 ‘순식용 공급량’이다. 순식용 공급량을 소비량으로 간주해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와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 8월 발표한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량 진단’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어류 양식에 이용되는 사료 이용량은 46만 톤, 전복 양식에 투입되는 먹이용 해조류 이용량이 66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 논문은 사료용 수요를 반영해 1인 1년당 수산물 순식용 공급량을 재산정하면 45.8kg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63.3kg이 아니라 45.8kg이라는 말로 이어진다. 사료용 수요를 뺀 수산물 식용 자급률 또한 65.6%로 집계돼 사료용이 포함된 전체 자급률 72.4%와 비교하면 6.8%p 차이가 난다.
「수산업어촌발전기본법」에서는 관련 기본 계획 수립 시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및 자급 목표를 포함하고, 이를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2025년 수산물 자급률 목표는 79.0%이다.
수산 통계의 정확성과 정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해수부는 시급히 실태 조사를 하고 사료용 수산물 이용 실태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수산물 전체 자급률과 더불어 식용 자급률 산정 기반을 갖춰야 한다. 독자적으로 수산물에 대한 종합적인 수급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또한 갖춰야 한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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