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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기적 양식 꿈꾸는 아기 대문어

수과원 동해수산연구소, 국내 최초 대문어 200일 이상 사육 성공

  • 기사입력 2024.10.16 15:44
  • 기자명 진현경 기자
부화 후 93일 경과한 대문어 유생
부화 후 93일 경과한 대문어 유생

[현대해양] 대문어 대량양식의 꿈은 이뤄질까?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소장 황선재)가 대문어 양식 기술 개발에 도전하며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수과원 동해수산연구소는 대문어를 부화시킨 후 200일 사육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대문어 양식 기술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대문어는 기존의 연구에서도 사육 난이도가 높은 두족류로 평가돼 왔으며, 이로 인해 연구기관들과 어업인들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문어 양식의 도전과 성과

대문어 양식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1마리씩 성체로 성장시킨 사례가 있을 뿐, 대량 양식 기술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대문어의 양식 난이도는 특히 최적의 사육 조건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에서 기인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8년부터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과 관련된 기초 연구를 수행하며 사육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의 대문어 200일 이상 사육 성공은 이들이 꾸준히 쌓아온 연구 결과와 노하우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수과원은 초기 먹이와 수온, 염분 등 다양한 사육 조건을 실험하며, 점진적으로 사육 기간을 늘려왔다. 2020년 99일, 2021년 104일, 2022년 164일, 2023년 123일, 그리고 올해에는 지난달 23일 기준 235일로, 200일을 넘기며 큰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향후 대문어 전주기적 양식 성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의체를 통한 연구 협력

지난 5월 국립수산과학원은 두족류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해 유관 기관 및 어업인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강원특별자치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한국수산자원공단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구성됐으며, 각 기관이 연구 현황과 계획을 공유하며 양식 기술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특히,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 기술과 양식 환경 개선에 대한 정보 공유와 연구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정된 문어 유생 샘플
고정된 문어 유생 샘플

폐사율 감소와 초기 먹이 구명 어려워

대문어 양식에서 가장 큰 난제는 유생 단계의 높은 폐사율이다. 유생은 부화 후 일정 기간 동안 매우 민감한 상태로, 최적의 사육 환경을 찾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동해수산연구소는 다양한 먹이 공급 실험을 통해 조갯살, 새우살 등의 다진 먹이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생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대문어는 자연 상태에서 개인 영역을 갖고 생활하는 특성이 있어 집단 사육이 어려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양식 환경을 조성하는 데 또 다른 난제로 작용한다. 일본과 스페인에서는 참문어를 대상으로 성공적인 양식 사례가 보고됐는데, 유해균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이들 역시 개인 영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사육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육 환경을 더욱 개선하고, 적합한 먹이 공급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유해균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문어는 어미의 몸 크기에 따라 9,000개에서 최대 14만 8,000개까지 알을 낳을 수 있지만, 알이 많은 만큼 생존율은 매우 낮다”며, 유생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기적 양식, 미래 어업의 가능성

황선재 동해수산연구소 소장은 “대문어 양식이 성공한다면, 어업인들의 소득 증대와 대문어 자원 증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전주기적 양식 기술이 완성되면, 대문어뿐만 아니라 참문어, 낙지, 오징어 등 다양한 두족류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전주기적 양식이란, 자연산 어미로부터 알을 받아 부화시켜 어미로 기른 후 다시 이 어미로부터 알을 받아 부화시키는 2세대 양식 기술을 의미한다.

황선재 동해수산연구소 소장은 “대문어뿐만 아니라 함께 진행중인 참문어 양식이 성공하면, 그 기술 노하우를 결합해 양식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어민들에 대한 양식 기술 전수 계획을 밝혔다.

현재 연구소는 제한된 예산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대문어 양식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더욱 안정적인 양식 기술을 확립할 계획이다.

문어 먹이생물을 살펴보는 황선재 소장(사진 오른쪽)과 유해균 연구사
문어 먹이생물을 살펴보는 황선재 소장(사진 오른쪽)과 유해균 연구사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대문어와 함께 걷다

권오남 박사(어업회사법인 가비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 착저 단계까지 간 건 우리나라 양식 업계에 매우 큰 성과”라며, “생산량이 많아져서 방류까지 진행된다면 어업인 소득 증대에 아주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양식이 어렵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예가 뱀장어와 참조기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부화 후 초기 단계에서 먹이를 잘 먹어도 죽고, 먹이를 안 먹어도 잘 죽는다”는 것. 결론은 소화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먹이를 먹고 소화해서 흡수를 해야 성장까지 이어지므로 부유 유생 단계에서의 섭식과 소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한다”며, “협의체 내부에도 소화·영양 대사와 관련된 전문 인력을 구성해야하고, 소화 기능이 완벽하지 않은 부유 유생에게도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초기 먹이를 잘 구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선재 동해수산연구소장은 “대문어 양식 성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인력, 예산 측면에서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며,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있지만, 대문어 양식 성공에 한 발짝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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