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2018년 6월 통영 욕지도에서 양식 참다랑어(참치) 출하 기념식이 열렸다. 당시 해양수산부, 지자체,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행사를 주도해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비롯한 해수부 고위 공직자들과 국립수산과학원, 대형선망업계, 양식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해수부 주무 부서인 양식산업과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신문기자, 방송기자들을 대거 초빙했다.
많은 이들이 양식 참다랑어 출하식이라 해서 기대를 안고 멀리 서울 등에서 통영 삼덕항을 거쳐 배를 타고 욕지도까지 갔는데 막상 접한 것은 양식산 참치가 아니었다.
양식은 수산종자를 만든 다음, 만들어진 종자를 중간 육성시켜 식용이나 기타 목적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날 시범 출하되는 것은 정치망 등에서 잡힌 참다랑어 치어나 성어를 구입해 가두리에서 중간 육성한 것이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양식이 아니었던 것. 중간 육성이나 축양이라고 부를 수준이었던 것이다.
세계 두 번째 완전양식 진입?
앞서 3년 전 2015년 8월 24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참다랑어 양식산 어미로부터 국내 최초로 수정란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어린고기를 바다에서 잡아 어미까지 키운 참다랑어로부터 산란시키는데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2번째로, 국내 양식산 참다랑어로부터 우량 수정란이 생산됨으로써 앞으로 대량 종자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국내 수정란을 대량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민간에 보급한다면 2018년 이후부터는 30kg 이상의 양식 참다랑어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완전양식에 진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에는 2015년 10대 우수성과 중 첫 번째 성과로 ‘참다랑어 세계 두 번째 완전양식 진입’을 꼽고 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수정란을 대량 확보해 안정적으로 민간에 보급한다면 2018년 이후부터는 30kg 이상의 양식 참다랑어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2018년으로부터 6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산란 재현성 확보하지 못했다” 뒤늦게 실토
물론 30kg 이상의 양식 참다랑어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지 모 연구관은 “종자생산 기술은 확보했지만 산란 재현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종자 생산은 가능하나 산란 재현성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수산종자 생산자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았는데 다시 잡으려니까 안 되더라’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수정란 채집과 산란이 어려운 이유는 무얼까? 지 연구관은 환경요인을 첫 번째로 꼽았다. 참다랑어 산란은 까다로워 일정한 온도, 염분 등이 확보돼야 하는데 자연에서는 변화가 심해 성성숙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과원은 제주수산연구소 육상수조 실험과 욕지도 외해 가두리 등 2가지 버전으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았는데…”
사실 참다랑어 수정란 채집은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물론 완전양식도 아니다. 지금도 상황이 이런데 국립수산과학원(당시 원장 강준석)은 한 해 동안 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현장에 접목 가능한 우수성과를 선정해 ‘2015년 수산과학원 10대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수산과학원은 “ ‘참다랑어 완전양식 기술’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기술로, 2009년 타임지는 ‘참치 양식기술’을 세계 50대 발명품 중 2번째로 선정할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 추진에 성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수과원 측은 현재 약 10조 원의 시장 규모를 갖는 미래 블루오션의 대표 기술이다. 수산과학원은 2009년 참다랑어 연구에 착수해 그간 여러 번 어려운 위기도 맞았으나 관련 전문가들의 집중과 벽을 허문 협업을 통해 일본이 32년 만에 개발한 기술을 불과 6년 만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성과가 인정돼 지난 11월 11일 행정자치부가 주최한 책임운영기관 정부 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참다랑어 완전양식 기술개발’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수과원 한 관계자는 “성과를 내서 입신(立身)을 해야 하는 연구자, 연구기획과장, 연구기획부장, 원장, 본부 고위관계자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완전양식이란 최초 어미(F0)로부터 인공1세대(F1)를 얻어 이를 어미로 키워 다시 인공2세대(F2)를 만들어 성어가 되는 단계까지의 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F0에서 F1을 거쳐 F2까지 3세대의 유전자 정보가 일치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5년 참다랑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에 성공해 당장에라도 완전양식이 가능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지만 양식용 종자로 공급될 만큼 산업화 기반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양식산 참다랑어가 시중에 나온다거나 양식기술이 민간에 전수됐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2022년 '거꾸로 보는 수산연구' 행사가 수과원 주최로 펼쳐졌다. 이날 모 연구관은 연구를 2025년까지만 하고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왜냐면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들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며 소란이 일었다. 마치 비밀을 폭로하거나 양심고백을 한 것처럼 말이다.
연구 책임자는 2025년까지만 하고 그만둬야한다고 하는 반면 주변에서는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연구는 2015년에 완전양식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참다랑어 양식 연구였다. 이에 대해 지 연구관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초기술개발 단계인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투 트랙으로 가겠다. 완전양식 용어를 쓰면 안 되는데 쓰고 있다. (현 단계에는) 부적절한 단어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연구한 기술은 완전양식 기술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자생산기술은 완전양식 바탕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객이 전도된 연구로 시작
그럼 처음에 어떻게 참다랑어 양식에 도전하게 되었을까? 농림부 시절로 돌아간다. 퇴직 공무원 C씨는 “당시 강 모 양식산업과장(뒤에 해수부 차관, 공공기관장까지 이름)이 외해양식을 띄워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나온 것이 참다랑어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는 후일에 수과원장을 맡게 됐고, 취임 3개월 만에 참다랑어 완전양식 진입 발표가 있었다.
2006년 <참다랑어 양식기술개발 로드맵 수립>을 계기로 참다랑어 양식 연구가 시작됐다. 이 로드맵이 만들어진 것은 공무원의 고백처럼 외해양식 종을 찾다가 연구하게 됐다는 것. 가능성, 필요성 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해수부는 참다랑어를 <10대 수산물 수출 전략품목>으로 지정해 육성 정책을 수립했다.
수정란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소비했다. 적도 부근 몰타, 크로아티아까지 가서 공수해오기도 했다. 여러 방법을 써 봤지만 2015년 이후 산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산란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일정하지 않고 개수도 적었다는 것. 이 말은 폐사률이 높다는 것. 어미 수가 많아야 함에도 어미는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다. 수산과학원 측에 따르면 어미는 9월 30일 현재 통영 욕지 외해 가두리에 20마리, 제주 육상 수조에 26마리가 있다.
연구를 위한 자연산 치어 확보도 어렵다. 이와 관련, 치어를 육성하고 있는 ㅎ실업 대표는 “제주도와 동해안에서는 자연산 치어가 어획되지만 양식용 종자로 공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참다랑어 양식연구는 외해양식을 기본 모델로 추진하고 있다. 참다랑어 양식연구를 위해 외해 양식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외해 양식종을 찾다가 참다랑어를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 즉 주객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연구일까?
누구를 위한 연구일까? 참다랑어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며 며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 이들이 해수부와 수과원 관계자들이다. 가장 먼저,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 최고의 연구성과를 거둬 수산과학원을 빛낸 ‘2015년 올해의 인물’로 연구책임자인 지 모 연구관을 선정했다.
제주수산연구소에서 참다랑어 연구를 하고 있는 지 연구관은 미래 식량 수요 증가에 대비해 세계 2번째로 참다랑어 완전양식 진입에 성공해 대국민 단백질 공급 및 고부가가치 양식산업 육성에 기여했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 연구관이 지난 2009년 국내 연안에서 자연산 어린 참다랑어를 직접 잡아 먼바다 수중가두리에서 키우기 시작했고, 2011년도에는 몰타에서 수입한 수정란으로부터 인공 종자 생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어린 참다랑어를 월동에 성공하고, 2015년 국내에서 사육한 참다랑어 어미로부터 수정란 생산 및 부화에 성공해 완전양식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로 인한 참다랑어의 인공종자 50만 마리 생산 및 공급은 약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지며, 참다랑어 완전양식 기술 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양식기술을 선도하게 됐다는 설명과 함께다.
실적 '뻥튀기'로 포상에 승진까지
‘산학연 연구 클러스터 구성 및 협력을 통한 참다랑어 양식기술개발 및 산업화’ 연구는 지난 2015년 11월 11일 행정자치부가 주최한 책임운영기관 정부 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60여 개 과제 중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수과원이 참다랑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하니 심사위원들이 다들 놀랐다. 그래서 최우수상을 받고 부상으로 상금 700만 원에, 감사 면제 등 부수 혜택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한 지 연구관은 세계인명사전(마르퀴즈 후즈후)에 2011~2016년까지 6회 등재, 영국의 세계인명사전(IBC)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과학자에 2014년, 2015년 2년 연속 선정됐다.
당시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수산업의 미래산업화를 위해 수산과학기술 개발과 어업인의 소득창출형 연구에 최선을 다하는 연구자를 적극 발굴하고 포상하는 등 연구원의 사기 진작과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화려한 상과 혜택을 받은, 성공했다는 연구가 여전히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이에 대해 지 연구관은 “참다랑어의 사육 적수온은 14~25℃로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겨울철 저수온 및 적조 발생 영향으로 참다량어 양식 적지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3kg 이하에서는 수온 10℃ 이상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식 적지는 제주도 전해역을 포함한 남해안 일부 지역(통영, 거문도) 으로 제한적이다. 더욱이 강력한 태풍의 영향으로 강풍과 높은 파도 흙탕물 유입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기에 적지 선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식 성공 아니다”
참다랑어 양식은 이처럼 2006년도에 남서해연구소에서 참다랑어 양식 로드맵을 처음 만든 후, 2009년도에 통영 욕지도에 연구교습어장을 확보해서 민간 기업인 인성수산과 연구협력을 맺어 참다랑어 사육시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종자 생산 전문가 A씨는 이와 관련, 종자 생산자 A씨는 “회유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케이지Cage) 안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미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알을 채집하는 기술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참다랑어 종자 생산에 성공했다지만 양식에 성공한 건 아니다. 여전히 시험단계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말은 허위 과대 포장으로 샴페인만 일찍 터트려 후임자들이 힘들어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수과원은 수산과학연구 100주년이었던 지난 2021년 참다랑어 양식기술 개발을 연구 100선 중 59번째에 올렸다.
그럼에도 완전양식 성공 발표 이후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어업인들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 반면에 당시 연구책임자 외에도 완전양식 성공 발표 당시 원장은 해수부 차관까지 올랐다.
성과없는 연구결과를 성공했다고 해도 이를 캐묻거나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한 종자 생산 전문가는 “발표자가 그렇다고 하면 발표한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다. 수과원에 있는 치어가 어미가 되려면 60~70kg까지 키워야 하는 데 어미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에 죄 짓는 것
이 연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수과원 연구자는 현재 참다랑어 연구에 대해 “기초기술 개발 단계이며 5년 단위로 연구과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수정란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연구에는 연간 3억 원 가량 예산이 책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와 관련해 종자 연구자 B씨는 “성과 발표에만 혈안이 돼 과대 허위 발표하는 것은 연구윤리에도 맞지 않고 세금을 내는 국민들께도 죄를 짓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한 지자체 수산계 퇴직 공무원은 “수과원은 해양수산 인사나 보수로부터 자유롭고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창발가를 원장으로 모시고, 진정한 연구자들을 예우해 주는 문화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web-resources/image/7.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