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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16. 두 선박이 해상에서 맞닥뜨린 경우, 누가 피해야 할까

  • 기사입력 2024.09.25 01:05
  • 최종수정 2024.09.25 14:31
  • 기자명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전 대한변협 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현대해양] 1. 당사자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21. 선고 2012가합32190

판결

원고 A사(선박소유자), B사(보험회사) 등

피고 C사(운송업)

2. 사실관계

원고 A사는 탱커선 해급퍼시픽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운송보관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 B사는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며, 피고 C사는 쩡항호의 선주로서 해양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이 사건 선박은 울산항에서 화순항을 향하여 출항하여 10노트의 전속으로 항해하고 있었는데, 선장은 2010. 4. 20. 22:06경 선수좌현 약 10도 방향으로 5.5마일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는 상대 선박 쩡항호의 우현 녹등을 육안으로 처음 발견하였다. 당시 레이더 1대가 작동되고 있었으나, 시정이 좋았으므로 선장은 레이더를 제쳐놓은 채 육안으로만 쩡항호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무사히 통과할 것으로 생각하여 더 이상 쩡항호의 동정을 관찰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쩡항호의 삼등항해사는 대지속력 약 11.6노트로 항해하다가 2010. 4. 20. 22:07경 정선수 약간 우현 쪽으로 약 5마일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는 이 사건 선박의 좌현 홍등을 쌍안경을 이용하여 처음 발견하였다. 그러나 작동 중인 레이더와 자동충돌예방지원장치를 이용하여 상대선박과 충돌할 위험성이 있는지 관찰해보지 아니한 채, 오히려 선수우현 측 멀리에 있는 어선 몇 척을 의식하여 약 15도 가량 좌현변침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좌현 변침을 하는 과정에서 좌현 변침함을 나타내는 음향신호를 울리지 아니하였다.

서로가 충돌위험을 알아차린 시점에는 상호간 전속력으로 회피를 하더라도 충돌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2010. 4. 20. 22:20경 좌회두하면서 선수가 진방위 약 340도를 지나던 쩡항호와 이 사건 선박은 충돌하였다.

3. 이 사건의 쟁점

2척의 동력선이 상대의 진로를 횡단하는 경우로서 충돌의 위험이 있을 때에는 다른 선박을 우현 쪽에 두고 있는 선박이 그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하여야 하는바, 중간에 우현과 좌현이 변경되었고, 각각 주의의무를 해태한 과실이 있는 경우 충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

4. 법원의 판단

가. 항법 관계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과 쩡항호는 서로 진로를 횡단하는 상태에서 쩡항호가 이 사건 선박을 우현 측에 두고 있었으므로 구 해상교통안전법 제35조에 따라 쩡항호는 피항선, 이 사건 선박은 유지선이 된다. 따라서 쩡항호는 보다 이른 시기에 충분히 큰 동작으로 이 사건 선박의 진로를 피하여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이 사건 선박의 전방을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이 사건 선박은 일단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여야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두 선박이 매우 가까이 접근하여 피항선인 쩡항호의 동작만으로는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선박도 충돌을 피하기 위한 협력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그런데 쩡항호는 선수 우현 측에서 이 사건 선박의 좌현 홍등 및 조업 중인 어선군을 발견하였음에도 레이더와 자동충돌예방지원장치를 이용하여 상대 선박의 동정을 체계적으로 관찰하지 아니하고 육안에만 의존함으로써 충돌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였다. 또, 항해 중인 동력선이 서로 상대의 시계 안에 있는 경우 침로를 변경할 때에는 규정된 기적신호를 행하여야 함에도(구 해상교통안전법 제53조 제1항) 이를 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쩡항호는 부득이한 사유 없이 구 해상교통안전법 제35조에 위반하여 이 사건 선박의 진로 전방을 향하여 좌현 변침함으로써 충돌위험을 발생하게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책임 제한

한편, 이 사건 선박은 피항선인 쩡항호가 좌현 변침하여 자선의 진로전방으로 진입함으로써 쩡항호의 동작만으로는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레이더를 이용하여 쩡항호의 동정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아니한 채, 육안에만 의존하여 상황을 판단하여 쩡항호의 동정관찰을 소홀히 하였고, 또한 주위 어선의 존재로 인한 쩡항호의 좌현 변침 가능성을 염두해 두지 아니한 채 계속 같은 침로와 속력을 유지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를 피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 선원의 과실비율은 30%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기로 한다.

5. 결론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는 이 사건 선박과 쩡항호가 진로를 횡단하는 과정에서 피항선인 쩡항호의 삼등항해사 등 선원들이 법률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과, 쩡항호의 동태를 간과한 이 사건 선박 선장 등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근본적인 책임은 누가 지는지, 과실비율 등에 따른 책임의 제한은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 되었다.

법원은 구 해상교통안전법 제35조에 따라 상대 선박을 우현에 두고 있는 쩡항호가 피항선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하므로 근본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피항선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상대선의 과실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과실비율을 산정하고, 책임을 제한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기한 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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