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울릉도의 장날은 언제일까. 장이 서기나 하는 것일까. 1960년대 초반 한 신문은 ‘「배」가 닿아야 장도 서는 곳(동아, 1961. 3. 3)’이 울릉도라고 했다. 울릉도 섬살이는 도동항이나 저동항으로 뭍에 배가 들어와야 돌아간다. 특히 울릉도처럼 먼바다에 있어 결항이 잦은 섬은 더욱 그렇다. 몇 개월 만에 배가 들어오자, 섬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섬 식량, 인정, 소식, 문명 등 모든 갈증이 배가 들어와야 해갈된다고 했다. 지금 눈으로는 작은 배지만 당시에는 큰 배라 도동항에 접안하지 못하고 작은 배로 마중을 나가야 했다. 오징어잡이 배만 5백여 척을 모두 육지에 올려놓아야 했던 시절이다. 축항 시설이 없어서다.

울릉도 개발은 ‘저동항’에서 시작되었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가재건회의 의장 자격으로 울릉도를 순시하러 저동항으로 들어오던 박정희가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접안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타고 온 배를 정박하고 작은 배로 옮겨타고 저동리로 들어오다 생긴 일이다. 당황한 사람은 본인도 주민들도 아닌 수행원들이었다. 그리고 온전한 방파제 하나 없던 저동리에 불과 2년 만에 방파제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저동항이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가 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자기(박 의장)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울릉도 방파제는 2년 이내로 완공을 해라. 그래서 인제 만들은 기라. 비(碑)는 저(관해정) 있지요.”(출처, 향토문화전자대전)
박정희 대통령과 울릉도는 각별한 관계가 있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에서 군청을 지나 올라가다 보면, ‘박정희 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2015년에 개관한 이 전시관은 1962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자료와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곧바로 ‘증산, 농어촌개발은 우리 힘으로, 재건’이라는 간판이 걸린 울릉군청을 방문한 큰 걸개 사진을 만난다.
박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한 것은 1962년 10월 10일이다. 관해정에는 이를 기념하는 비가 이듬해 7월에 세워졌다. 비 앞면에는 ‘大統領權限代行 國家再建最高會議〻長 陸軍大將朴正熙將軍巡察記念碑’라고, 뒷면에는 아래와 같은 「朴議長閣下記功碑趣旨文」이 새겨져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한민국의 영토이지만 위정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고, 2만 울릉도민을 국민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울릉도 숙원인 항만시설, 수력발전, 정기 교통선 취항, 수산물 가공시설 등을 묵살했다. 박정희 의장이 다녀간 뒤 울릉도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교통선 취역, 일주도로와 수력발전 등 개발계획 추진 등 은혜에 보답하여 기념비를 세운다.’고 했다.
해방 후 1960년대 초반까지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정기선은 없었다. 그 계기를 마련한 것이 1962년 10월 11일 국가재건최고희의 박정희 의장의 울릉도 시찰이다. 이듬해 교통, 도로, 전기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울릉도종합개발 계획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 1965년 4월 목포에서 울릉도, 흑산도, 완도, 거제도 등을 어업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저동항은 1977년 3월 종합개발공사를 시작하여 1980년 완공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 인구 감소로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은 ‘명태’였다. 그리고 고등어와 함께 국민 생선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동해에서 더 이상 명태를 만날 수 없다. 그 원인을 두고 노가리 남획과 수온 변화 등 논란이 있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기우는 인상이다. 울릉도에 기후 위기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큰 폭으로 감소한 오징어 어획량 때문이다. 울릉도 오징어는 원양어선으로 잡은 냉동 오징어가 아니라 당일바리 생물 오징어로 ‘살오징어’ 종이다.
울릉도 오징어잡이 시작은 일제강점기 섬에 거주하는 일본인 어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후 화전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것보다 오징어가 소득이 높음을 알고 조선인들이 조업에 나섰다. 해방 후 울릉도 어민들은 꽁치잡이와 오징어잡이가 중심이었다. 저동항을 중심으로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가 마련되면서 울릉도 경제는 농업은 자급용, 어업은 상업용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징어잡이 어구도 많은 낚시를 매달은 ‘로라’가 도입되고, 어선도 무동력선 ‘강고배’에서 동력을 갖춘 대형선으로 전환되었다. 1960년대 울릉도는 오징어 호황으로 섬이 들썩였다. 당시 한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오징어, 명태처럼 될까 걱정이다
울릉도 어민들이 오징어잡이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저동항 개발과 물양장 설치가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오징어 채낚기용 조상기 도입과 자동화로 선원은 감소하고 선박은 대형화되었다. 하지만 오징어 어획량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1981년 한 신문(경향. 1981.9.5.)에는 ‘오징어 떼 서해안에 몰려. 어청도 근해에서 하루 4백여 척 출어. 서해안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됐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같은 신문에서 그 이유를 ‘대마도 남방에 자리 잡은 오징어가 7월 산란기를 맞아 북상 중 동해안에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적정 수온을 따라 서해안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울릉도 인구감소를 불법조업, 남획, 냉수대 등으로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오징어 어획량은 울릉도를 웃고 울게 했다.
울릉수협에 따르면, 2022년 오징어잡이 출어 어선은 2,530척(출어누계), 어획량 16만 4,000여 급(1급 20마리), 위판금액 1,005억 7,000만 원이었다. 지난 2023년은 출어 어선 389척, 어획량 1만 1,000여 급, 위판금액은 6억 4,000여 만 원이었다. 울릉수협 소속 오징어 채낚기 어선은 150여 척이다. 2023년 척당 1년 동안 평균 조업 일은 2.6일이며, 1척당 어획량은 500여 마리에 수익금은 420여 만 원이다(경북도민일보, 24.1.22).
지난 2024년 6월 1일 저녁, 울릉도 연안에 오징어를 잡기 위해 불을 밝힌 배는 10여 척이다. 당시 동행했던 김윤배 박사(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대장)은 “아열대화로 오징어 어군을 형성하는 먹이망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어민들은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는 시기에 고래 떼가 출몰하는 것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한다. 또 북한 수역 조업권을 얻은 중국 어선이 오징어 회유 길목에서 싹쓸이 조업을 하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오징어잡이를 40여 년 동안 해 온 김해수 선장(저동 거주, 울릉도 어업인 연합회 회장)은 기름값도 얻기 어려운 오징어잡이 대신에 명이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산으로 오른다고 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여행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섬으로 꼽는다. 하지만 다시 찾는 비율은 매우 낮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지만 숙박, 식당, 교통(섬 내) 등의 불편이 크다. 여기에 비싼 물가도 재방문율이 낮은 이유다. 섬 자체가 매력이라는 강점에 관광객 의존도가 높지만 관광 여건은 좋지 않다. 숙박시설과 식당 등 관광 기반 시설이 대부분 도동과 저동에 집중되어 있다. 여행 성수기에는 두 곳은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울릉도 전체 선박의 대부분을 수용하는 가장 큰 항구이다. 오징어잡이 배, 울릉도 생필품 수송 화물선, 골재 선박, 죽도 유람선, 울릉도 유람선, 오징어 등 위판장, 오징어 할복장 등 저동항이 하는 역할은 셀 수 없이 많다. 단순하게 어선만 정박하는 항이 아니다. 여기에 울릉도를 방문하는 수많은 여행객이 머무는 관광 어항이기도 하다.
저동항에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향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특히 찬바람이 불어야 맛볼 수 있는 오징어 누런창찌개, 어느 철에나 먹을 수 있는 오징어내장탕이 있다. 오징어 산지에 위판장까지 있는 저동항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지만 최근 오징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안타깝다.

명태에 이어 오징어도 떠나는 울릉도의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근 해안일주도로 완공, 비행장 공사, 대형 크루즈 운항 등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욕심을 내서 관광에서 ‘오징어 경제’의 영광을 찾으려는 것 같다. 이것도 녹록지 않다. 물리적 거리는 기술과 과학으로 개선될지 모르지만 심리적 거리는 관계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행객들이 제주도를 외면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울릉도는 방문객 연령대, 재방문 한계, 계절의 제약 등을 볼 때 이 점이 더 중요하다. 식당, 숙소, 여행사 등 여행객과 직접 관계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 울릉도 연안이 풍성하고 성인봉이 건강하지 않으면 섬주민들은 여유를 찾기 어렵다.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는 역시 섬과 바다가 내준다. 섬 정책을 추진함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