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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 84. 큰유리새의 삶

  • 기사입력 2024.08.23 13:01
  • 기자명 淸峰 송영한

[현대해양] 소서(小暑)는 지났고 초복이 가까워지는 칠월 어느 날, 야생의 새들은 어떻게 복더위 날씨에 그들의 삶을 유지하는지 관찰하기 위하여 검단산(657m)과 예봉산(679m)이 만든 팔당(八堂) 협곡에 세워진 팔당댐으로 나왔다.

예부터 새들의 낙원이라는 조안(鳥安)마을을 품어 안은 팔당호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 지점인 두물머리에 다 달아서는 짙은 녹음의 갈대숲과 연분홍 연꽃들이 어울려 수려한 호반의 풍경을 만들었다. 연밭에 숨어 ‘깨록~깨록’ 개개비(19cm)는 빨간 입술을 크게 벌려 ‘깨로록~깨록’ 노래하고, 이른 봄부터 호반을 무대로 짝을 이루어 춤추던 뿔논병아리(57cm)는 이제는 새끼 새를 등에 업어 키우고 있다.

검단산 쪽 상류 계곡에서 자기(磁器) 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맑고 아름다운 새의 목소리가 들린다. 큰유리새(16.5cm) 울음소리이다. 고요한 호숫가 상류에 도토리·참나무 등 짙은 활엽수 숲속에서 큰유리새가 새끼 새 4마리를 키우고 있는 둥지를 발견하였다.

큰유리새는 참새목 솔딱새과에 속하는 조류이다. 깊은 산 계곡 활엽수 숲속에 서식하며 산골짜기 바위틈이나 흙 절벽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튼다. 수컷은 등이 코발트색 짙은 푸른색이고 머리 꼭대기는 연푸른 고동색이다. 암컷은 수컷과 달리 갈색 보호색으로 자신과 새끼 새를 본능적으로 보호한다. 큰유리새는 이른 봄부터 계곡으로 뻗은 참나무 나뭇가지에 앉아서 짝을 찾아 옥(玉)구슬 흐르듯 예쁜 목소리로 짝을 부른다.

큰유리새는 여름철에 아무르, 우수리, 중국 북동부, 한반도, 일본 등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는 인도차이나, 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 필리핀, 타이완 등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지역으로 이동하여 월동하는 조류로 한반도에서 여름 철새다. 한반도에 자리 잡은 큰유리새는 복더위가 나날이 더해지는 이맘때가 가장 바쁘고 힘든 철이다. 칠월에 알을 낳고, 10일간 알을 품어 까고 12일 동안 새끼 새를 먹여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큰유리새 새끼
큰유리새 새끼
이소 직전에 아비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먹이는 장면
이소 직전에 아비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먹이는 장면

아침 일찍부터 둥지를 관찰하는 중에 어미 큰유리새가 나타나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비 새 수컷은 혼자서 바쁘게 곤충과 땅강아지 등 새끼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나르고 배설물을 치워내느라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어미 새는 오후 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비 새는 바쁘게 먹이를 나르고 어미 새 없는 새끼 새를 안전하게 키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뒷산 계곡에서 엉큼한 까마귀가 새끼 새를 탐하여 ‘카악 카악’ 목소리를 높인다. 아비 새는 새끼 새에게 ‘까마귀다, 찌르러’ 둥지 속으로 숨으라고 경고음을 보낸다. 새끼 새는 둥지 깊숙이 숨어들어 숨을 죽이고 위험의 찰나를 넘긴다. 어미 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개, 고양이, 매, 황조롱이 등 천적의 공격을 받았을 수도 있고 달리는 차에 부딪혀서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 짝을 잃은 아비 새는 새끼 새에게 먹이 조달, 안전 확보 및 위생관리 등 아비 새의 역할을 다하였다. 오늘이 어미 새가 낳은 4개의 알은 4마리의 새끼 새로 성장하여 둥지 밖으로 첫 비행을 하는 날이다.

새끼 새들이 새로운 세상으로 첫 비행을 시도하는 것을 조류학의 용어로는 이소(離騷)라고 한다. 이소 날, 아비 새는 새끼 새가 둥지 밖의 세상에 호기심, 탐험심, 욕심과 경쟁심을 북돋기 위하여 먹이를 둥지 밖에 두기도 한다. 첫 비행을 시도하는 새끼 새 곁에서 ‘영차영차’ 소리를 질러서 힘을 북돋고 위기 극복과 삶의 지혜를 짧은 순간에 전하는 모습을 관찰하였다. 필자도 이소하는 새끼 새가 새 세상에서 잘 적응하여 대를 이어 잘 살아갈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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