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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선박, 원전과 조선의 새로운 도전

원전과 조선기술 융합으로 대한민국 나아갈 길 만들다

  • 기사입력 2024.08.16 09:23
  • 기자명 지승현 기자

[현대해양]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올해 두 가지 희소식을 전했다. 첫 번째는 지난달 17일 체코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을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원자력발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두 번째는 지난 4월 우리 조선 산업이 올해 1분기 선박 수주액 136억 달러로 전 세계 선박 수주액의 44.7%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다.

SMR 선박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우리 원전과 조선 산업의 합작품일 될 전망이다.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소형모듈원자로)로 ‘소형’과 ‘모듈화’의 복합어다. 대형 원전의 주요기기를 소형화하고 모듈화해 공장에서 제작이 가능한 전기출력 300MW 이하 원자로를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SMR 선박을 통해 대한민국이 ‘원자력+조선’ 융합 기술로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출처: ‘2023 KR 컨퍼런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발표 자료
출처: ‘2023 KR 컨퍼런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발표 자료

정부의 SMR 선박 추진 계획

지난 4월 국가 연구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2028년까지 SMR 추진 선박 핵심기술 개발을 목표로 신규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KRISO는 SMR을 동력원으로 하는 선박의 개념설계 및 선박-원자력 통합 안전해석 프레임워크 개발, SMR 추진선의 추진기 설계 및 추진시스템 개념 설계 등 SMR 추진 선박의 핵심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백부근 KRISO 지능형선박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SMR의 선박 적용 시 해상사고에 대한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검증돼야 하며 선박 내 구획별 차폐 최적화와 방사선량 모니터링 등 방사능 관련 대응체계가 포함된 개념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다 안전하고 수용성이 높은 SMR 추진 선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RISO는 2022년 4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해양플랜트 적용을 위한 SMR개발 및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개발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차세대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SMR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양 기관은 △소형모듈형 원자로의 선박·해양플랜트 분야 적용을 위한 혁신기술 개발 및 실증 △선박·해양플랜트용 SMR 인증 및 인허가를 위한 규제 기반 마련 △공통 관심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KRISO와 SMR의 한 종류로 경제성과 안전성이 뛰어나 선박에 적용이 용이한 용융염원자로(MSR, Molten Salt Reactor) 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1년 6월 삼성중공업과 ‘탄소 제로 원자력 추진선 개발’ 협약을 체결해 MSR 적용 선박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었다.

 


SMR선박 안전성

SMR은 현 대형 원전보다 더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지난해 2월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한국선급,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주최로 「KR Conference 2023」가 열려 선박용 SMR에 관한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 행사의 첫 주제발표를 한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은 “원전에서 중대 사고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과 같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것인데, SMR은 주요기기를 원자로 용기 안에 모두 설치해 배관 파단 사고가 없고, 중력과 같은 자연적인 힘을 활용해 외부의 도움 없이 원자로를 안전하게 냉각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피동형 안전 계통을 도입하고 있어 중대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 “방사선 누출로 대피가 필요하더라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축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MR 선박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러시아가 자국 영해에서 운영하는 원자력 추진 쇄빙선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김종원 삼성중공업 박사는 러시아 정부가 오래된 쇄빙선을 대체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쇄빙선 건조 사업을 소개했다. 2020년에 아르티카(Arkitika) 호, 2022년 시비르(Sibir) 및 우랄(Ural) 호가 인도됐고 앞으로 야쿠티아(Yakuria) 호와 추코트카(Chukotka) 호가 인도되면 러시아는 총 5척의 원자력 추진 쇄빙선을 운영하게 된다.

김 박사는 “기술적으로는 원자력 추진 상선의 건조는 어려움이 없다”며 1960년부터 미국, 독일, 러시아, 일본에서 운영했던 경수로 기반 원자력 추진 상선들을 소개했다. 다만 “민간이 원자력 추진선박을 운용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핵연료 재장전과 사용된 핵연료의 처리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핵연료 주기를 길게 하고 위험도를 감소하는 방안으로 소형모듈형원자로인 MSR이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MSR은 냉각재로 불소 혹은 염소 화합물의 용융염을 사용해 핵연료 물질을 이들 용융염에 용해시켜 용융염을 핵연료와 냉각재로 동시에 활용하는 원자로다. MSR 원자로 내부에 이상이 생기면 액체핵연료인 용융염이 굳도록 설계돼 있어 MSR은 우수한 안전성뿐만 아니라 소형화된 원자로로 선박에 적용이 용이하다. 또한, MSR 핵연료 사용주기가 20년 이상으로 선박 수명 주기와 같이 한번 탑재 후 교체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MSR 탑재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노르웨이 원자력회사인 Norsk Kjernekraft사와 세계적인 MSR 개발사인 덴마크 Seaborg사와 의향서(LOI)를 체결했고 공동으로 MSR도입 연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MSR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중대 사고와 고준위 폐기물에서 자유로운 원자로 기술’ 개발을 목표로 선박용 MSR은 2030년 12월 경 원자력 선박과 MSR 원자로 인증을 받고 해양용 MSR 기술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MSR이 탑재된 선박의 건조 및 인도는 2030년 이후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사용 후 핵연료와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MSR은 초격차 전략기술이 될 것”이라며 “선박·해양용 MSR 개발이 차세대 원전시장 선점을 향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SMR선박의 경제성

원전의 단점은 큰 비용발생이다. 하지만 현 선박의 대체연료와 비교했을 때 원자력이 타 연료 대비 경제성이 높다.

‘원자력선 개발 현황과 필요성에 대한 연구(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제25권 제5호, 2024)’에 따르면 1만 6,000TEU 컨테이너선을 아시아-유럽항로(거리 2만 5,700해리)를 기준으로 연간 320일, 25년 간 운항을 가정해 디젤, LNG, 원자력을 비교해 보면, 원자력 추진 체계 대비 타 추진 체계의 운용비용이 높아지는 역전 시점은 약 12년부터이며, 선박을 25년 간 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디젤은 총 7,038억 원, LNG는 6,084억 원의 더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SMR선박의 친환경성

2023년 7월 영국에서 열린 IMO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2023 온실가스 감축전략’이 채택됐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총 배출량보다 50% 감축에서 상향해 2030년까지 최소 20%(30%까지 노력), 2040년까지 최소 70%(80%까지 노력)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순 배출량 ‘0’(Net-Zero, 넷제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 국제해운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선박 대체 연료로써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여러 대안이 논의되며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LNG는 미세먼지, SOx, NOx 배출저감 효과는 있으나, CO₂배출 감축은 제한적이며, 메탄올은 생산 공정에서 CO₂포집 비용이 발생한다. 암모니아는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며, 특히 N₂O는 CO₂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200배나 된다.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전기는 바이오메탄과 일부 전기를 제외하고 현재의 생산방식으로 연료를 생산한다면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므로 연료의 전 과정 배출량(Well-to-Wake, WtW)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IMO 규제 강화로 온실가스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무탄소 등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자력(SMR)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원자력 에너지는 WtW 관점에서 기존의 화석에너지 대비 1/68~1/41 수준의 탄소를 배출해 환경규제 대응 측면에서 탁월하다는 분석이다. 태양광이나 수력 에너지 대비 1/2 수준이고 풍력에너지와 유사한 최저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다. 환경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 관련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MR선박 개발 위한 다음 단계

▶ 개발 당사자 간 협력

조선업계와 원자력 업계의 기술 개발 협력이 필요하다. 원자력 업계가 SMR 개발을 주도하면서 해양환경을 고려하고, 조선업계는 SMR 선박을 설계·건조하면서 원자력 안전을 고려하면서 선급 등 기술 인증기관을 활용한 기술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이 박사는 “△해양환경에의 원자로 거동 평가 △생애주기 관리 및 안전 기술 △방사선 차폐 기술 △원자로 생산 기술 등은 원자력 업계가, △2차 계통 및 인터페이스 기술 △원자로 탑재 기술 등은 조선업계가 개발 주체가 되어 서로 협력하며 △국가 인허가 체계 정비 △IMO 규정 정비 △선급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예컨대 SMR 선박 안전성에 대해 SMR 개발자와 SMR 탑재 선박 건조자 그리고 이 SMR선박을 운항할 선주(선원) 등이 각 입장에서 다른 안전성을 이야기 할 것이다”며 “업계 간 모여 다른 입장을 공론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SMR 사업은 규제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는 만큼 사전에 규제/규정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핵폐기물

핵연료 폐기 문제는 원전 반대의 주요 이유이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작은 크기의 노심으로 인해 중성자 손실이 SMR의 연소도를 저하시키고 사용 후 핵연료 배출량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이 소장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으로써 △현재 5% 이하 수준인 경수로의 핵연료 농축도를 올려 연소도를 증가시키는 방법 △중성자 손실을 저감하는 방법 △사고저항성 피복재 도입으로 핵연료의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 등을 소개한 바 있다.

또 그는 “소듐냉각고속로 형태의 SMR은 경수로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순환해 연료로 사용해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국제 사회의 합의

이 박사는 원자력 추진 상선의 경우 국제 사회의 합의가 선결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세부적인 기술은 차이가 있겠지만 군용 특수 목적 선박에서 이미 원자력 추진선의 검증은 이뤄졌다”며 “상선의 경우 다양한 국가를 경유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규제·인허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3년 12월 UAE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원자력을 청정 기저전력원(Clean Dispatchable Baseload Power)으로 언급하고, 원자력발전(원전)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하는 ‘Triple Nuclear Capacity by 2050’ 선언문이 채택됐다. 우리나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22개국이 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이날 선언식에서 “원자력이 다른 모든 에너지원에 대한 포괄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지만, 과학은 핵 없이는 2050년 넷제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COP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려 매년 온난화의 현황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인 만큼 국제해사기구(IMO)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백부근 연구원은 “올해 말 무렵이면 IMO에서도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해사정책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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