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양] 인도, 중국 동남부, 대 순다 열도(Greater Sunda Islands), 필리핀, 타이완 등의 열대 습지를 서식지로 대(代)를 이어 살아왔던 물꿩(Pheasant-tailed Jacana, L39~58cm)이 1993년 7월, 한반도의 남쪽 주남저수지에서 처음 관찰되었다.
긴 꼬리 깃털을 하고 물 위를 걸어 다니는 매혹적인 새, 물꿩은 2003년부터 적은 수의 개체지만 거의 매년 관찰되고, 2004년 7월에는 제주도에서 번식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2007년 주남저수지, 우포늪, 2013년부터는 충남 천수만에서도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뉴밀레니엄 시대에 어쩌다 길을 잃고 한반도까지 올라와 미조(迷鳥)로 여겨졌던 물꿩은 최근매년 그 개체 수가 증가하여 한반도에서 번식하는 여름 철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한 도래 지역도 점차 북상 중이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뭇 생물들의 몸부림 중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필자는 올(갑진년) 3월 환경·기후 변화에 민감한 물꿩을 보러 물꿩의 주 서식지인 동남아시아 동북쪽, 한반도로부터 가장 근거리에 있는 타이완을 찾았다. 이 여행은 환경·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서식지 이동 등을 시도하는 물꿩이 타이완 생태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물꿩은 호수, 늪, 저수지, 볏논 등의 열대 습지에 서식하여 비교적 근접 관찰을 할 수 있다. 수생식물의 줄기나 이파리 위를 쉬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진화한 긴 발가락과 긴 발톱이 특이하다. 둥지는 수초가 무성한 수면 위에 부초를 모아 만들어 위장한다.
암수가 유사하게 검고 흰 몸통 깃털에 노란 목덜미로 동양적인 수수한 색으로 장식한 우뚝 선 장끼와 닮은 모습이고,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고 더 화려하게 보인다. 여름철 번식 깃털의 꽁지깃은 검은 밤색으로 유난히 길고 유혹적이다. 날개깃 안쪽은 흰색이며 밖은 검은색이다. 머리, 멱, 옆 목은 흰색이며 뒷목은 노란 황금색으로 꾸며 치장했다. 일처다부 형식의 다른 종과는 유별난 생존 전략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다.
암컷이 알을 낳자, 수컷이 쫓아와서 알을 품기 시작한다. 4개의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것은 수컷이 담당한다. 입춘이 가까운 계절이었지만 이모작하는 타이완 가오슝 볏논에서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물꿩들의 모습에 “와~ 와~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타이완 야생동식물의 생태환경도 사람들의 이기적 과욕을 바탕으로 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었다.
물꿩은 타이난시 인근 물밤이 자라는 연못이나 늪 등의 습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데, 1989년에는 타이난시 인근에는 50마리 미만으로 감소하여 농업위원회(COA)에서 지역 2급 보호종으로 지정·보호하기 시작했다.
타이완 고속철도(THSR-Taiwan High Speed Railway)의 일부는 타이난시 물꿩 서식지를 통과하도록 계획되었는데, 이는 물꿩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환경영향평가결과, THSR사는 물꿩이 서식할 수 있는 추가 15헥타르(4만 5,000평)의 땅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철도 건설을 시작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타이완 정부는 THSR사와 NGO(타이난 야조회(野鳥會))와 협력하여 물꿩 복원 지역(공원)을 확정하였다. 2000년 1월부터 이 지역은 물꿩이 서식하고 번식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생식물별 인공 연못들을 만들었다. 2007년까지 물꿩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300여 마리가 되었다.
한편, 공원의 직원들은 생태교육에 대한 타이난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물꿩 복원 공원을 ‘물꿩 생태교육공원’으로 전환하였고, 생태교육 프로그램은 본 공원의 중요한 업무의 한 부분이 되었다.
“물꿩 생태교육공원은 복원, 보호, 교육을 위한 장소이다. 이 장소를 물꿩의 집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다. 안내와 교육활동을 위하여 시민들에게 생태보호개념, 가치와 신념을 심어주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희망한다”라는 분명한 목표와 바람을 설정하고 비록 보잘 것 없었던 ‘물꿩 생태교육공원’은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변화의 시작’을 일으켰다.

2000년 1월, 서식지 조성이 시작되었고 같은 해 5월 말에 8마리의 물꿩이 목격되었다. 24년이 지난 2024년에는 초라하게 출발했던 메말랐던 땅에 물이 차오르고 새로운 물꿩과 생물들의 서식지로 변모하였다. 아무것도 없던 곳이 무언가 생물들이 꿈틀거리고 물꿩들의 번성하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물꿩의 개체 수는 50마리 미만에서 300마리 이상으로 증가하며 물꿩의 생존 보존의 성공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의 꿈길에 타이완 사람들이 이룩한 타이난 ‘물꿩 생태교육공원’의 성공 이야기가 우리의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생명들의 집, 수라갯벌’에서는 ‘빨리빨리 정신’을 사라지게 하고 ‘수라갯벌을 잔인한 훼손’에서 살려내는 기적을 일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