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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 82. 서해갯벌(수라와 유부도)을 찾아온 도요·물떼새

  • 기사입력 2024.06.21 09:19
  • 기자명 淸峰 송영한
도요·물떼새들의 우아한 군무, 유부도에서 촬영
도요·물떼새들의 우아한 군무, 유부도에서 촬영

[현대해양] 농부들이 논밭을 손질하기 위해 가래질을 시작한다는 청명(淸明)을 지나 곡식과 과일나무의 새 움을 틔우는 봄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가 가까이 다가오는 4월 초 봄날 아침이 이슬비 속에 밝았다. 눈앞에 아련했던 봄, 도요·물떼새를 만나러 새만금 수라갯벌과 군산항 앞 바다의 유부도(有父島)로 향하여 남쪽으로 출발한다.

도요새와 물떼새는 봄·가을로 지구의 남북 양극 지역으로 월동과 번식을 위하여 1만 3,000여 km의 먼 거리를 작은 날개 짓으로 비행한다. 이들은 이동 비행 중 영양 보충과 날개 근육의 휴식을 위하여 한반도 서해안 해변의 수라, 유부도 등의 갯벌 지역을 중간 기착지로 찾아 내려앉는다.

우리들은 봄도요·물떼새들이 서해 해변의 봄 갯벌에서 펼치는 신비하고 우아한 군무의 장관을 눈앞에 그리면서 이슬비 내리는 당진 삽교천을 지나고 있었다.

유부도에 들어가기 전에 수라갯벌에 먼저 들렸다. 수라갯벌은 이미 최근에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새만금 간척지 중에 마지막 남은 갯벌 지역이다. 영화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갯벌의 생명을 보았기에 기억하고 기록하고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감동적인 환경·생태운동 다큐멘터리이다.

수라갯벌은 새만금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갯벌로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갯벌은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로 그 아름다움과 다양성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라갯벌의 물결은 푸른 보석처럼 반짝이며, 그 위를 날아다니는 여러 새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었다. 이 갯벌은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며 우리 문화와 역사가 깃든 곳이다. 수라갯벌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중요한 장소이다.

황새 & 혹부리오리, 수라에서 촬영
황새 & 혹부리오리, 수라에서 촬영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수라갯벌에서는 뜻밖에 귀한 새들을 만났다. 한반도에서는 보기 힘든 뒷부리장다리물떼새(Pied Avocet, L-43cm)와 시베리아에서 날아왔을 야생 황새(Oriental White Stock, L-105cm) 한 쌍을 만나는 기쁨도 있었다. 한반도에서 겨울 철새인 넓적부리(Northern Shoveler, L-50cm), 봄·가을철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새인 여러 종류의 도요새와 물떼새들도 우리를 반겨주었다.

수라갯벌 탐조를 마칠 때쯤 내리던 이슬비도 멈춰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작은 섬 유부도로 향할 수 있었다. 유부도는 군산항구에서 보트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주 가까운 섬이다. 그런데도 바다 수위가 높아졌을 때라 느낌으로는 아주 먼 섬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예상보다 바닷물이 빨리 차올라서 도요·물떼새 조망 해안으로 가는 길이 침수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접근하는 길은 험했으나 이미 5만여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5만여 마리의 도요새와 물떼새들이 우리 앞에 멋진 군무를 펼쳐주고 있었다. 탐조 대원들은 도요·물떼새들이 해안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해 주면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좀 더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유부도 갯벌에 꽉 차 있는 가장 유부도다운 도요·물떼새의 모습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탐조를 마치고 유부도 해안의 해양쓰레기 줍기 주민운동에 동참하였다. 청소 중에 우연히 흰물떼새(Kentish Plover, L-17cm, 여름철새)의 알 하나를 발견했다. 어미 새의 거동을 보니 곧 두 번째 알을 낳을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당분간 물때가 좋지 않아 사람들의 왕래가 잦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흰물떼새가 알을 잘 지켜내고 새끼도 잘 키워 내기를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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