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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새이야기81. 저어새 구출 작전

  • 기사입력 2024.05.21 09:13
  • 기자명 현대해양 기자
대만에서 구출된 저어새
대만에서 구출된 저어새

[현대해양] 지난 3월 초 대만 탐조 여행 4일차 이른 새벽에 우리는 짙은 안개 속의 뿌따이(布袋) 습지를 찾았다. 이슬비가 내리는 맹그로브 숲과 습지 갯벌은 여러 새들과 어우러져 신비한 풍경을 자아냈고 뭇 생물들이 아침맞이 준비에 바쁘다. 우리는 폐염전 지대인 뿌따이 습지에서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장다리물떼새(Black winged Stilt), 뒷부리장다리물떼새(Pied Avocet),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Gaspian Tern), 구렛나루제비갈매기(Whiskered Tern) 등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다양한 색상의 우산을 받쳐들고 이슬비 내리는 염전 둑길을 따라 걸었다.

안개 자옥한 폐염전 지대의 도랑 둑길을 걷는데 바로 눈앞에서 퍼덕대는 저어새(몸길이: 80cm) 1개체를 발견하였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저어새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던 우리 대원들이 기뻐하는 순간에 갑자기 들개 두 마리가 우리가 가까이 지켜보는데 저어새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어눌하여 잘 날지 못하는 저어새는 배수로 물속으로 급히 피신하였다. 거동을 살펴보니 어딘가 불편해 보였고 이미 들개의 공격을 받은 듯하였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야생 동물세계의 먹이사슬을 실감하는 것 같았다.

한반도 서해 비무장지대 주변의 어느 무인도에서 태어났을 저어새는 꽃피는 봄날이 오면 고향 땅으로 다시 날아갈 꿈을 꾸며 날개에 힘을 더 올리고 깃털을 부풀리고 있었다.

우리는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순환 법칙에 개입하여 들개들을 쫓아냈다. 들개들은 굶주림 속에 모처럼 맛있는 저어새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운 듯이 멀리 떠나지 않고 주변을 기웃거렸다.

우리 대원들은 가오슝 야조회에 저어새 상황을 보고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곧 도착한 야생동물 구조대는 익숙한 솜씨로 저어새를 들개들의 공격 위험에서 구출했다.

옛말에 ‘고향이 그리울 땐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는 말이 있듯이 집 떠나 해외여행 중인 우리에게는 한반도 비무장 지대 서해안 한 무인도에서 태어났을 저어새가 반가웠고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천연기념물 제205호)으로 국제적인 보호종인 저어새가 들개들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오슝 지역 야조회에서는 본 저어새의 구출에 협조해준 우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야조회의 배지와 대만 고유의 새 사진 등을 선물로 주었다. 우리 탐조대원들이 비록 미물의 생명이지만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등재된 저어새를 위험 속에서 구출한 일은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귀국 후에 가오슝 야조회에서 저어새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뿌따이 습지에서 구조한 저어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3년 된 암컷으로 확인되었다. 전문치료 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발에는 파란색 가락지(N95)를 끼웠고 등쪽 날갯죽지에는 위치추적기(GPS)를 채웠다. 3월 20일 구조된 지역(뿌따이 습지)에서 방생에 성공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가오슝 지역 야조회 회원들의 한반도 번식지로 향한 저어새의 안전한 비행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기원 메시지도 도착하였다.

“저어새야, 북쪽으로 안전하고 힘차게 날아서 먼 거리의 한반도 번식지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대만 가오슝 지역 야조회 일동.

우리 대원들은 대만 탐조 여행 중에 가오슝 야조회와 협업으로 시행한 ‘저어새 구출 작전’을 통하여 대만 가오슝 사람들의 ‘자연 사랑, 새 사랑, 저어새 사랑’에 큰 감동과 공감을 느꼈고,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한 국제 협업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파란색N95 가락지를 하고 위치추적기(GPS)를 단 저어새를 한반도 서해안 갯벌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대대로 번창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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