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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해기사 부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실에 맞는 법령 개정 필요

  • 기사입력 2024.05.16 09:28
  • 최종수정 2024.05.16 10:05
  • 기자명 이성재 한국원양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이성재 한국원양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이성재 한국원양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현대해양] 원양어업의 중요성과 존속

e-나라지표 식량자급률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민의 수산물 소비량은 연간 1인당 68.4kg을 소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12년 기준 53.8kg에서 14.6kg이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수산물 자급률은 2012년 76.5%에서 2021년 71%로 감소했다.

식량은 인류의 기본적인 필요 중 하나로, 식량 안보와 자급률은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후 위기, 천재지변, 식량보호주의 확산에 따라 우리의 식량 안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원양어업은 우리나라가 아닌 공해에서 국내에 없거나 부족한 참치, 명태, 이빨고기(메로), 오징어, 꽁치 등의 수산자원을 포획해 먹거리를 제공한다. 2023년 기준 양식업과 내수면 어업을 제외한 어업생산량 171만 3,000톤 중에 원양어업은 44%인 75만 7,000톤을 차지한다.

식량 안보 문제를 연근해 어업, 해면 양식어업, 내수면 어업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수산자원은 해수 온도에 민감한 영향을 받고 있고, 우리 바다가 어떠한 이유로든 오염된다면 수산자원을 얻을 수가 없다. 실제 수온 변화에 따라 어획 자원이 변동·급감했다는 소식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고령화에 직면한 해기 인력

과거에는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이 어장 상실에 따른 구조조정에 따라 감소해왔지만, 지금은 선박 노후화와 해기 인력의 고령화에 따른 수급 문제로 조업 포기에 따른 어선 감소가 문제다.

다행히 선박 노후화 문제는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선박 신조 사업, 선박 안전 펀드 조성 등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해기 인력 문제만큼은 약간 거리를 두고 노사 간 합의에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해기 인력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그 심각성은 연령별 분포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구절벽’이란 생산 가능 인구(15~64세)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만 64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양어선에 승선 중인 선원이 시간을 두고 일정 비율 만큼 감소하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고령층은 어느 시점이 되면 대거 이탈이 된다는 것을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해기인력 양성의 대안과 한계

해기사를 양성하는 기관은 9개 수산계 고등학교와 6개 대학교에 승선학과를 개설해 5개년 평균 매년 499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의 해양·수산계 학교 졸업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수료생 중 해기 면허를 취득하는 비율은 60% 수준이며, 최종적으로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졸업생은 25명(5%)에 불과하다.

또한 승선근무예비역제도로 병역 특례를 마친 인력은 3년 이내에 대부분 하선하고 있는 실정이며, 병역 특례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중도 하선하는 인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단기(6개월)로 해기사 면허(5급)를 취득하게 하는 과정을 개설해 해기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중 일부(12%)가 원양 어선에 승선해 다소 도움은 되지만, 근본적 해결 방안은 되지 못한다.

참치 선망어선은 다른 업종보다 임금이 높고, 선박 규모도 크고, 선령도 낮아 거주·작업환경이 양호하고, 월 1회 정도 입항하는 등 조건이 좋지만 인력 유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1인 가구 증가·저출산 등 인구 구조 변화와 청년 직업 가치관 변화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음에도, 해기 인력 수급난의 원인을 업계의 노력 부족으로만 여기는 것은 현실을 너무 외면한 처사 가아닐까? 더 가혹한 현실은 해기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더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데 있다.

승무 자격·기준의 현실적인 조정과 완화

해기인력 부족 여부의 판단은 법적으로 정하고 있는 승무 기준이 잣대가 된다. 선박직원법은 선박톤수(길이)와 기관 추진력(kW)에 따라 갑판부, 기관부에 최소한 승선시켜야 할 해기 인력의 면허 급수와 인원을 정하고 있다.

선박 및 운항 장비가 첨단화되고 있고, 심지어 무인 선박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도, 법정 승무 정원은 1984년 이후 변함이 없다. 이에 승무 정원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인력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저위도 통신, 스타링크 서비스 등 고급 사양의 통신장비를 선박에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통신장을 승선토록 하는 규정은 우선 검토 대상이 돼야 한다.

해양 산업에서 상선과 어선은 다른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있어 안전 기준, 근무 조건, 자격 기준 등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이에 맞춰 상선과 어선을 다르게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어선에 비해 상선에 적용되는 협약의 내용이 규제가 더 강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령에서는 상선과 어선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법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필요 이상으로 어선에 강화된 규정이 적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기관 출력이 750KW인 경우 기관 관련 자격요건이나 승무 정원에 대한 요구사항이 상선과 어선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이것이 필요 이상으로 강화된 규정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만,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상선과 어선의 자격 기준을 보다 단순화해 인력 충원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선 길이와 무관하게 주 기관 출력(KW)만을 기준으로 승무 정원과 자격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만, 덴마크, 호주 등에서는 어선 길이와도 연관 지어 기관사 승무 인원과 자격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이처럼 면허 급수를 보다 단순화하고 타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격을 조정한다면, 인력 충원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원양업계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들에게도 승진 기회가 확대돼 장기 승선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기준 양식업과 내수면 어업을 제외한 어업생산량 171만 3,000톤 중에 원양어업은 44%인 75만 7,000톤을 차지한다. 사진 제공_이윤길
2023년 기준 양식업과 내수면 어업을 제외한 어업생산량 171만 3,000톤 중에 원양어업은 44%인 75만 7,000톤을 차지한다. 사진 제공_이윤길

해외 해기 인력 도입의 장벽, STCW-F 협약

다른 나라에서 해기 인력을 도입하는 것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우리 원양어선에서 오랜 기간 승무한 해기 인력이 있을 때 도입돼야 조업에 필요한 기술이 전수되고, 그에 따라 조업을 영위해 갈 수 있다. 고령 인력이 대거 이탈된 뒤 뒤늦게 외국 해기 인력이 도입된다면 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다.

원양어선에 외국 해기 인력을 도입하려면 STCW-F(해양 직업 기능 교육 및 훈련에 관한 국제 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 협약 가입 국가 간에 해기 면허를 인정하는 협정을 체결한 후, 해당 국가의 해기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정해 원양어선에 승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STCW-F 협약 가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 교육 내용을 정비하고,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등 절차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현재 법을 일부 개정해 우리나라가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STCW-F 협약에 가입한(해기 품질이 검증된) 다른 나라의 해기 인력을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정을 받아 승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는 제20대, 제21대 국회에 의원 입법 발의를 통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제20대 국회에서도 회기 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폐기된 바 있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있다.


원양어업의 재도약을 기대하며

원양어업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식량 안보를 고려한다면 중요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지난 1957년 지남호가 원양 시험 조업을 한 이후로 1979년까지 벌어들인 외화는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독일로 간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가 벌어들인 외화의 20배에 달하며, 1971년 우리나라 총 수출의 5%를 차지했다. 이는 단 1달러가 귀하던 시기, 우리 원양어업 선원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1960년대~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큰 마중물이 됐다. 현재도 원양어업(원양산업)은 연근해어업과 함께 식량 안보 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해기인력 문제는 원양 선사가 단독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정부와 선사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에서 원양어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정책으로 보여준다면 원양어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더불어 선원에 대한 근로 여건도 함께 개선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해기인력 문제는 정부에서 원양어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정책으로 보여준다면 원양어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더불어 선원에 대한 근로 여건도 함께 개선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사진은 완도수산고 항해 실습 장면.
해기인력 문제는 정부에서 원양어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정책으로 보여준다면 원양어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더불어 선원에 대한 근로 여건도 함께 개선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사진은 완도수산고 항해 실습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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