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식인 쌀보다 해산물을 더 먹는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거나 매우 놀란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량은 68.4 kg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인 67.0 kg을 넘어섰다(2021년 기준).
수산물 소비량 증가는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2010년 세계 수산물 부족량이 940만 톤이었지만 2030년엔 9,200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수산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자급률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 수산물 소비량은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2021년 수산물 자급률은 71%였고,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해양수산부).
수산물 소비량의 증가 외에도 생산 방법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다. 수산물 생산량은 크게 어획 생산량과 양식 생산량으로 나누어지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어획에 의한 생산량이 더 많았으나 지금은 양식에 의한 생산량이 많다. 이것은 수산물 공급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양식업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육상의 농업처럼 바다에서도 인간이 먹을 물고기를 사냥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적어도 잡는 규모는 앞으로 매우 제한될 것이다. 필요한 물고기는 어떤 형태든 ‘농장’을 만들어 기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윌리엄 하랄(William Halal) 및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와 같은 학자들이 예견한 것처럼 미래 수산물 생산의 중심이 양식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 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우리의 어촌과 바다가 있다.
그러나 어촌에서 양식을 통해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은 앞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문제는 어촌에서부터 현실화되고 있으며, 청년들은 수산업을 기피하고 있어 어촌에서 일할 젊은 청년들이 없다. 2013년 약 14만 7,000명이던 우리나라 어가인구는 2022년 9만 8,000명으로 줄었다.
더 암울한 것은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하기를 꺼려 어촌의 고령화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우리 바다에서 생산되는 광어와 같은 맛있는 횟거리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부족하면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수산물을 더 먹기 시작한 마당이니 그것도 쉽지 않다. 수입할 수 있는 수산물은 제한되고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미래 양식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하고 양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양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MZ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특성에 맞춰 양식업의 생태계를 그들이 정착해 생활할 만한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양식 생산은 외롭고 힘든 일이었다.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외진 바닷가에서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물고기 중심으로 살아야 했다. 작업 공간은 비린내가 나고 육체적 노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MZ세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근무 환경이다.
양식업이 MZ세대의 선택을 받으려면 지금까지의 생산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빅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을 적용해 양식의 생산 방식을 고도화하고 자율화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다양한 융합 기술을 양식업에 접목해 일부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경험에 의존하던 양식장도 빅데이터 기반 자율 운영으로 바꿔 물고기 옆이 아닌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컴퓨터로 양식장을 관리하고 물고기를 사육하는 스마트 양식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해양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식되는 수산물의 대부분은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필연적으로 수산물의 안전성에 관심이 많고 식탁에 올라오는 수산물이 좋은 환경에서 사육되었기를 희망한다. 즉 내가 먹는 물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자란 환경은 물고기에게 행복(물고기 복지)한 환경이었는지 하는 문제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양식 생산 활동이 자연 환경에 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물고기 사육에 사용한 물을 재사용하는 순환여과식 양식기술(Recirculation Aquaculture System, RAS)을 발전시켰다.
또 미생물을 이용하여 사육수를 한 번도 교환하지 않고 새우나 어류를 양식하는 바이오플락 양식기술(Biofloc Technology, BFT)을 개발하여 상용화시켰다. 친환경 양식의 일환인 생태양식(Integrated Multi-Trophic Aquaculture, IMTA)의 개념이 확립되어 실증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이 접목된 양식시스템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양식시스템적인 측면과 함께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한 수산물과 동물 복지가 강조되고 있다.
양식산업이 미래에도 존속되어 국민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이것들을 모두 한 번에 해결할 순 없다. 그러나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는 것처럼 여기에도 순서가 있다.
미래 양식 산업을 위해 가장 먼저 혁신하고 변해야 할 분야가 교육이다. 양식업의 기술적 발전과 변화된 환경에 맞춰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물고기는 관리자의 발 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수십 년된 양식 교훈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육 관리하는 사람이 물고기를 가장 잘 기르는 관리자다’라고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순히 물고기를 키우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부족하다. 이미 모든 사회가 융합인재를 원하는 것처럼 양식분야도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양식 관련 학문뿐만 아니라 데이터 처리나 코딩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하는 융합 교육으로 미래 생산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생산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산업체와 함께하는 리빙랩이나 프로젝트랩, 현장 실습 등과 같은 실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양식산업에 종사할 청년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양식 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고 미래에도 우리 사회 핵심 산업으로 남으려면 지금부터 양식산업과 양식산업을 책임질 청년들을 위한 교육체계와 내용을 바꿔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