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11. 서렌더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의 효력
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11. 서렌더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의 효력
  •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24.02.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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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현대해양] 1. 들어가며

선하증권(Bill of Lading)은 해상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였음을 증명함과 아울러 도착지에서 운송물을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유가증권으로 정의된다. 운송인은 선하증권과 상환하여서만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이른바 ‘상환증권성’이라 한다.

그런데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으로 인하여, 한-중-일과 같이 운송구간이 짧아 운송물이 선하증권보다 먼저 수입국에 도착하는 경우, 수하인이 운송물의 인수를 위하여 선하증권 원본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신속한 물품의 유통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적시에 물품을 전매할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선하증권의 위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른바 ‘서렌더 선하증권’의 상관행이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서렌더 선하증권은 (1)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선하증권에 부여되는 상환증권성을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2) 운송인이 상환증권성에 따른 권리행사를 포기(surrender)하겠다는 의사로 선하증권 앞면에 “surrendered” 등의 문구를 날인 또는 인쇄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이와 같이 서렌더 선하증권은 상환증권성이 제거된 운송서류이므로, 수하인은 운송인에 대하여 선하증권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도 운송물을 즉시 인도받을 수 있게 됨에는 의문이 별로 없다. 그러나 서렌더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이 송하인, 운송인, 수하인 등을 법적으로 구속할 수 있는지, 즉 이면약관의 내용이 해상운송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서렌더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의 효력을 다룬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13237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선박소유자 A는 2013. 1. 11. 선적항인 일본 쿠레항에서 B로부터 보일러 장치를 사가미코호(SAGAMIKO, 이하 ‘이 사건 선박’)에 선적하고 송하인을 B, 수하인을 C 그리고 통지처를 D로 하는 선하증권 원본(이면약관 포함)을 발행하였다. 운송인은 송하인의 요청에 따라 선하증권 원본 앞면에 “SURRENDERED” 스탬프를 날인하였다.

한편, 이 사건 선박은 2013. 1. 13. 평택항에 도착하였고, 양륙 작업을 하도급 받은 피고가 위 보일러 장치 중 일부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화물이 선창 바닥으로 추락하여 파손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적하보험자인 원고는 2014. 1. 14. 송하인 A로부터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한 후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이 운송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다는 전제 하에, 위 이면약관에 포함된 히말라야(Himalaya) 약관(독립계약자가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피고도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서렌더 선하증권은 유가증권으로서의 성질이 없고 단지 운송계약과 화물인수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으로 기능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키는 의사가 합치됨에 따른 것으로서,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표시가 없다면 상환증권성의 소멸 외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내용에 따른 운송에 관한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하증권 발행 당시 유효하였던 운송 책임에 관한 이면약관의 내용은 여전히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는 이면약관에 포함된 히말라야 약관에 따라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검토

서렌더 선하증권의 발행 방식은, (1)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선하증권 원본을 반납하면 운송인이 선하증권 앞면에 “surrendered” 문구를 기재하고 송하인에게 돌려주는 유형, (2) 운송인이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하지 않고 “surrendered” 표시가 된 선하증권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송하인에게 교부하는 유형, (3) 운송인이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하지 않고 “surrendered” 표시가 된 선하증권의 앞면만 발행하는 유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에서 문제된 유형은 위 (1)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위 (1), (2) 유형에서 운송인은 송하인에게 이면약관을 교부한다는 점에서 운송인은 이면약관의 내용을 운송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송하인 역시 운송인이 교부한 이면약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면약관의 내용에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는 이면약관을 운송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기로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상당수의 선하증권은 그 앞면에서 ‘운송계약이 구체적인 조건은 이면약관에 의하며 화주가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된 규정들에 합의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문언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양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인정할 수 있다.

더욱이 서렌더 합의는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배제하기로 한 합의이고 선하증권의 또 다른 기능인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기능까지 제거하려는 합의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입장과 같이 위 (1), (2) 유형과 같이 이면약관이 발행되어 송하인에게 교부된 이상 그 이면약관은 운송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대법원은 위 (3) 유형과 같이 선하증권의 앞면만 교부되는 형태의 서렌더 선하증권에 대해서는 위 (1), (2) 유형과 달리 그 이면약관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운송인으로서는 서렌더 선하증권을 발행함에 있어서 가급적 이면약관까지 교부하는 것이 안전하며, 실무상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렌더 선하증권의 대체수단으로 해상화물운송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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